패션 아이템

올해를 장악할, 발가락 신발의 치명적인 매력

2025.02.04

올해를 장악할, 발가락 신발의 치명적인 매력

마침내 가장 논쟁적인 신발이 패션의 문턱을 완전히 넘어섰습니다.

@palomija

비브람의 파이브핑거스입니다. 지난해부터 슬슬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젠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죠. 팔로마 엘세서, 질다 암브로시오, 멜리사 본, 도이치 등 한 패션 한다는 이들 모두 이 신발을 신습니다.

@gildaambrosio
@melissabon
@melissabon
@palomija

양말만큼 얇은 두께, 발가락 모양대로 갈라진 실루엣! 발가락 장갑이란 별명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는 이 신발은 2002년 맨발에서 착안해 탄생했습니다. 유연한 밑창이 맨발로 걷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데요. 기능성을 우선시한 만큼 요가, 피트니스 등 지면을 힘주어 디뎌야 하는 운동을 할 때 신는 신발로 유명하죠.

패션계에 처음 발 들인 신발은 아닙니다.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건 2020년, 발렌시아가와 협업 컬렉션을 선보일 때였고요. 하지만 지금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심상치 않습니다. 브리티시 <보그> 에디터 줄리아 홉스는 이 신발을 올해 어디서나 보게 될 거라는 코멘트를 남겼죠. 틱톡에서 패션 트렌드 예측가로 활동하는 안야(Anya, @fashunadict)는 향후 5년간 패션을 대표할 아이템이라 칭했고요.

지난 흐름을 돌이켜보면 이런 추측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최근 2년간 발가락이나 발을 노출하는 데 혈안이 된 런웨이를 떠올려보세요(그간 <보그>에서 꾸준히 강조했죠). 논슈즈 열풍이 대표적입니다. 알라이아의 피시넷 슈즈를 필두로 다양한 메시·시스루 슈즈가 런웨이를 누볐죠. 밑창은 점점 얇아졌고, 소재는 갈수록 투명해졌습니다. 모두가 단순히 발을 노출하는 재미뿐 아니라 땅바닥의 지형을 오롯이 느끼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듯했습니다.

@bfg_graham

마르지엘라 타비 슈즈부터 로에베, 스키아파렐리 등의 다양한 발가락 슈즈, 최근 발렌시아가의 제로 슈즈, 아바바브와 아디다스의 스니커즈까지! 한쪽에서는 맨발과 발가락 형태 자체를 강조한 신발이 부지런히 몸집을 키우는 중입니다. ‘어글리 슈즈’라는 이름 아래 인기를 누려온 수많은 신발 덕분에 우리의 내성도 강해졌고요. 파이브핑거스의 적나라한 실루엣에 경악하기보다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아니, 오히려 도전 욕구를 자극했죠.

Balenciaga 2025 Pre-Fall
Avavav S/S 2025 RTW

비브람의 파이브핑거스는 수이코크, 오토 958(키코 코스타디노브와 갤러리 모란 모란의 협업 프로젝트) 등 여러 협업을 통해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중인데요. 지난 뉴욕 패션 위크 기간 내내 파이브핑거스를 착용한 리아나 사텐스타인은 “늘 발과 발가락을 드러내는 신발을 좋아했어요. 가슴을 노출하거나 속이 비치는 옷을 입는 것보다 훨씬 더 에로틱하다고 여기거든요”라며 일련의 신발이 지닌 센슈얼한 매력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 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 역시 파이브핑거스 같은 ‘베어풋 슈즈(Barefoot Shoes)’ 시장 규모가 2031년까지 40% 정도 증가할 거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앞으로 이 신발의 매력에 넘어가지 않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거란 이야기지요. 맨발로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데서 이미 마음이 기울었어요. 아, 발가락을 원 없이 꼼지락거릴 수 있다는 것도 추켜세울 만하죠!

포토
Instagram, GoRunway,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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