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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니 진보다 싫었던 이 옷이 돌아온다

2025.02.10

스키니 진보다 싫었던 이 옷이 돌아온다

카디건이 유행할 때부터 불안했다. 혜교 언니가 남겨놓은 아주 깜찍하고도 끔찍한 옷 한 벌이 있었다. 그 이름 볼레로. 약점을 드러내기 위해 만든 옷은 스키니 진보다 먼저 화형에 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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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보그>의 패션 뉴스 에디터 다니엘 로저스(Daniel Rodgers)도 나와 같았다. “볼레로의 귀환에 감정적 준비가 필요하다”라며 도저히 트렌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동시대를 산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4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도 자크뮈스의 볼레로를 입은 에밀리(릴리 콜린스)를 본 사람들이 SNS에 “끔찍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물론 자크뮈스가 잘못한 게 아니다. 제니가 연둣빛 자크뮈스 카디건을 입었을 때 모두가 감탄했다(옷은 잘못이 없다는 걸 진작에 알았지만).

넷플릭스 ‘에밀리 인 파리’ 시즌 4 스틸 컷
@jennierubyj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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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레로는 얼마 전부터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카디건이라기보다 몸에서 분리된 소매에 가까운 그 옷이 말이다. 벨라 하디드의 가녀린 어깨도 다 가릴 수 없는 귀여운 등 가리개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심지어 열아홉 생일에 볼레로를 입었다.

날이 따뜻해지면 카디건의 효용성이 달라질 것이다. 크롭트가 되고 팔 가리개가 될 것인지, 노선을 달리해 소재에 변주를 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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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iarodr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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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필라테스를 마친 후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산책하던 카이아 거버는 회귀를 선언했다. 그녀는 블랙 레깅스에 운동용 브라를 착용하고 팔로마 울의 필라나(Philana) 백을 든 다음 아식스 젤 1130을 신었고, 결정적으로 베이지 볼레로로 포인트를 주었다. 깃털처럼 부푼 팔은 그녀의 가녀린 몸과 대비되었고, 베이지 컬러가 블랙과 화이트의 단조로움을 차단했다. 레깅스에 레오타드, 리본 펌프스를 매치한 페라가모의 2025 봄/여름 컬렉션이 떠올랐다. 아, 현명한 철학자들은 역시 옳았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역사를 반복할 운명에 처한다. 이번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변형으로.

Ferragamo 2025 S/S RTW

볼레로는 시대적 내러티브에 따라 모습을 변화시켰다. 카이아 거버처럼 미니멀한 스포츠 복장과도 잘 어울리며, 가볍게 어깨를 감싸는 크로셰부터 건축적인 느낌의 단단한 구조까지 다양한 소재로 출시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스트리트 웨어의 캐주얼함, 맥시멀리즘의 연극성과 결합돼 지루한 미니멀 룩을 환기한다. 볼레로의 회귀를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그 매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일시적인 부활일까, 혹은 스타일의 현신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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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Getty Images, Instagram,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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