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2025 가을/겨울 뉴욕 패션 위크 DAY 4

2025.02.11

2025 가을/겨울 뉴욕 패션 위크 DAY 4

뉴욕 패션 위크 넷째 날에는 모두가 아이로 돌아갔습니다. 엄마가 된 샌디 리앙은 어린 시절 입고 싶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듯했고, 울라 존슨은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인 예술가 재스미나 드라스코빅 존슨(Jasmina Draskovic-Johnson)을 그리며 그녀가 물려준 유·무형 자산을 곱씹었습니다. 어머니의 일터이자 여신들의 놀이터였던 바다로 우리를 부른 엘레나 벨레즈도 있었죠. 제게는 모든 쇼가 “엄마 보고 있어요? 나는 여전히, 언제나 엄마의 자랑스러운 아이가 되고 싶어요!”라고 읽혔습니다. 스크롤을 내려 직접 4일 차 쇼들을 만나보시죠.

섬네일 디자인 한다혜

샌디 리앙(@sandyliang)

컬렉션을 보며 얼마 전 조카에게 선물한 열쇠 달린 일기장이 떠올랐습니다. 몇 장 적지도 않을 것이 분명했지만, 비밀스러운 나만의 무언가가 주는 힘 또한 분명한 물건이었죠. 샌디 리앙은 바로 그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10대들도 성인이 된 여성들도 공감할 스토리요. 소녀들의 마음을 읽는 코게트코어로 미국 10대의 미우미우라 불린 샌디 리앙은 아이를 낳은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어린 시절’이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죠. 샌디 리앙 또한 거리낌 없이 이번 쇼를 ‘성장하는 정물화’, ‘어린 시절의 환상이 실현되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달콤한 컬러로 가득한 컬렉션은 별과 도트, 잔꽃무늬와 레깅스에 스커트를 겹쳐 입는 방식으로 여자아이들의 룩을 표방했습니다. 인형 놀이에 사용할 법한 작은 스커트와 스웨터가 달린 룩, 엄마의 아이템으로 상징되는 진주 목걸이, 별 종이접기가 그려진 프린트, 뽑기로 건졌을 법한 머리핀과 필통 등 그 시절 보물로 가득 찬 스커트는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달력 스커트의 잠금장치를 실제 다이어리처럼 똑딱이 단추로 마무리한 점은 조금 기발했고요. 하나씩 떼어 입었을 때도 이런 무드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컬렉션의 반응으로 비추어볼 때 여성 미학의 현대적 풀이는 꽤 성공적입니다.

Sandy Liang 2025 F/W RTW
Sandy Liang 2025 F/W RTW
Sandy Liang 2025 F/W RTW
Sandy Liang 2025 F/W RTW
Sandy Liang 2025 F/W RTW
Sandy Liang 2025 F/W RTW
Sandy Liang 2025 F/W RTW
Sandy Liang 2025 F/W RTW
Sandy Liang 2025 F/W RTW
Sandy Liang 2025 F/W RTW
Sandy Liang 2025 F/W RTW

울라 존슨(@ullajohnson)

“엄마는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여행을 좋아하는 데다 수집가이기도 했어요.” 2018년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울라 존슨은 엄마에게 영향을 받아 이 길로 들어섰다고 고백한 바 있었습니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엄마이자 고고학자였던 재스미나 드라스코빅 존슨에게 이 컬렉션을 바친 이유이기도 하죠. 그녀는 무대 뒤에서 금박을 한 겹 한 겹 바르며 작업했던 엄마의 작품을 떠올리며 “제 작업과 열정은 모두 엄마에게 물려받았다”고 자평했습니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우연의 일치로 이번 컬렉션은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죠. 울라 존슨은 이번 컬렉션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꽃을 전기도금해 조각품과 가정용품을 만드는 프랑스 예술가 줄리 하미스키(Julie Hamisky)와 협업했습니다. 꽃은 각종 액세서리, 시어링 코트의 버클로 승화되었죠. 금색 클로크, 금박 트위드, 검은색 얇은 명주에 라메 도트 무늬도 금색이었죠. 이 밖에도 펠트 울 작업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직물 예술가 클라우디 용스트라(Claudy Jongstra)와 협업해 만든 펠트 코트, 손 자수를 놓은 크리스털 드레스 등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녀에게 이번 컬렉션은 평소보다 훨씬 화려한 도전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자랑스러워할 것이 분명했고요.

Ulla Johnson 2025 F/W RTW
Ulla Johnson 2025 F/W RTW
Ulla Johnson 2025 F/W RTW
Ulla Johnson 2025 F/W RTW
Ulla Johnson 2025 F/W RTW
Ulla Johnson 2025 F/W RTW
Ulla Johnson 2025 F/W RTW
Ulla Johnson 2025 F/W RTW
Ulla Johnson 2025 F/W RTW
Ulla Johnson 2025 F/W RTW
Ulla Johnson 2025 F/W RTW
Ulla Johnson 2025 F/W RTW
Ulla Johnson 2025 F/W RTW

엘레나 벨레즈(@elenavelez)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여성의 원형을 무대 위에 끌어 오는 건 엘레나 벨레즈의 특기입니다. 발목에 위치 추적기를 단 가짜 상속녀 안나 델비(Anna Delvey)를 첫 모델로 세웠기 때문이죠.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그녀의 도발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패션이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이 한정적이라는 그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패션 위크를 찾는 유명인들의 룩은 내면의 페르소나가 아닌 ‘좋아요’를 따라 형성된 큐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게 되니까요. 그것은 여성을 좁은 범위로 보고 고정관념을 만들어냅니다. 엘레나 벨레즈는 “반영웅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하며 “엘레나 벨레즈의 여성은 이브와 뱀, 선언과 사이렌 모두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30명의 모델은 ‘선장의 딸(엘레나의 어머니가 실제로 선장이었습니다)’, 육지 위를 걷는 사람’, ‘거머리’까지 세 가지 여성 페르소나로 나뉘었습니다. 다만 각 모델이 정확히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성에 대한 복합적 관점을 해석하기에 적절해 보였습니다. 바다 거품을 닮은 흰색 주름이 있는 검은색 미니 드레스는 육지 위를 걷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라텍스 원단에 그물로 허벅지를 감싼 모델을 보고 거머리를 모티브로 한 게 아닐지 추측할 뿐이었죠. 모델들도 그저 런웨이를 걷지 않고 흐물거리거나 미끄러졌습니다.

Elena Velez 2025 F/W RTW
Elena Velez 2025 F/W RTW
Elena Velez 2025 F/W RTW
Elena Velez 2025 F/W RTW
Elena Velez 2025 F/W RTW
Elena Velez 2025 F/W RTW
Elena Velez 2025 F/W RTW
Elena Velez 2025 F/W RTW
Elena Velez 2025 F/W RTW
Elena Velez 2025 F/W RTW

#2025 가을/겨울 뉴욕 패션 위크

포토
GoRunway
섬네일 디자인
한다혜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