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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마블 영화에도 새로운 세상이 올까?

2025.02.13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마블 영화에도 새로운 세상이 올까?

내가 알던 캡틴이 아니네?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이하 <브레이브 뉴 월드>)의 개봉으로 이 사실을 깨달은 관객이 있을 것이다. 이제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없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는 샘 윌슨(안소니 마키)이다. 그가 캡틴이 된 지 4년이 됐다. 4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이후 언제나 스티브 로저스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그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 방패를 건네받았고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팔콘과 윈터 솔져>(2021)를 통해 온갖 훈련과 위기를 극복하며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났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스틸 컷

문제는 그 사실을 몰랐거나 알아도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더 이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관객이 많다. 또 디즈니가 이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극장과 디즈니 플러스를 오가는 전략으로 공개하면서 장벽이 더 높아졌다. 무엇보다 그렇게 제작된 작품이 흥미롭지 않았다.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또한 이러한 흐름 때문에 관객과 멀어졌다. 그래서 <브레이브 뉴 월드>는 사실 어딘가 ‘남의 집 잔치’ 같은 작품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솔로 영화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이후 약 9년 만에 나온 작품인데도 말이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스틸 컷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스틸 컷

마블도 관객이 느끼는 거리감을 모른 척할 수 없었을 것이다. <브레이브 뉴 월드>는 아직 새로운 캡틴이 낯선 관객에게 몸을 낮춘다. 이미 어엿한 캡틴이지만, 샘 윌슨을 끊임없이 자기 증명을 해야 하는 인물로 그리는 전략이다. 영화 속 샘은 스티브 로저스 같은 위대한 캡틴이 되고자 노력하는 동시에 “과연 나는 충분한 사람인가?”란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이 질문은 영화 안과 밖에서 작동한다. 영화 속 그는 스티브 로저스 같은 슈퍼 솔져로 거듭날 수 있는 혈청을 맞지 않았다. 당연히 스티브 로저스 같은 신체 능력이 없다. 그런가 하면 영화 밖의 그는 스티브 로저스에 비해 알려진 사연이 거의 없는 캐릭터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사랑했던 관객들은 스티브 로저스가 작고 약했던 시절부터 그를 알고 있다. 그가 싸우다가 실종되었던 것도, 그 과정에서 평생의 친구와 사랑을 잃은 것도, 그들을 되찾은 것도 알고 있다. 스티브 로저스는 강직한 군인이자 신의를 지킨 친구였고 순애보로 가득한 연인이었다. 이런 히어로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캡틴은 그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스틸 컷

<브레이브 뉴 월드>는 이러한 상황에 놓인 샘 윌슨이 더욱 애처로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에게 일종의 동정심을 느끼면서 조금씩 그의 고뇌에 마음을 열도록 했다. 꽤 효과적인 설계다. 영화 속 샘이 누군가로부터 “자네는 스티브 로저스가 아니잖아!”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가 정말 딱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자기 딴에는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왜 그런 말로 기를 죽이는 거야! 누군가는 그를 거들어줘야 하지 않을까’란 마음이 생길 정도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스틸 컷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스틸 컷

물론 그런 측은지심만으로 마음이 열리지는 않는다. <브레이브 뉴 월드>는 샘 윌슨을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서도 그에 대한 경외심을 쌓도록 설계했다. 바로 옆 조력자와 작전에 함께 투입된 네이비 실까지도 그에 대한 존경을 숨기지 않는다. 그를 가장 신뢰하지 않던 인물도 결국에는 그를 인정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그들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새로운 캡틴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브레이브 뉴 월드>는 과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의 재미를 구현하기 위해 애썼다. 캡틴 아메리카는 냉전 시대에 기획된 히어로다. 그를 메인으로 내세운 솔로 영화가 모두 정치적 환경을 끌어들인 것도 그 때문이다. <브레이브 뉴 월드>에서는 자원을 둘러싼 외교 전쟁을 다루는 한편, ‘대통령’의 지위까지 흔든다. 영화 후반부를 보면 지금 백악관의 주인뿐만 아니라, 이 나라 대통령까지 떠올릴 수도. 그처럼 <브레이브 뉴 월드>는 여러모로 다시 관객과 가까워지려는 마블의 노력이 눈에 띄는 영화다. 마블 영화는 다시 ‘우리 집 잔치’가 될 수 있을까? 전망이 어둡지는 않다.

사진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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