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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엔 부츠 속에 바지를 욱여넣는 게 멋!

2025.02.14

올봄엔 부츠 속에 바지를 욱여넣는 게 멋!

지난 1월, 파리는 온통 패션이었습니다. 1월 21일 루이 비통의 남성복 컬렉션부터 1월 30일 미스 소희 꾸뛰르 컬렉션까지 이어진 ‘남성복 & 꾸뛰르 위크 대장정’ 덕분이었죠.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파리에 있는 모두가 탐냈던 쇼 티켓이 있습니다. 생 로랑의 2025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이죠. 취재차 파리를 방문했던 저 역시 ‘생 로랑 쇼에 가느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습니다. 쇼 다음 날에는 타 매체 에디터들과 컬렉션에 대한 감상을 나눴고요.

실루엣부터 무드까지, 서로 닮은 두 컬렉션. Saint Laurent 2024 F/W Menswear
실루엣부터 무드까지, 서로 닮은 두 컬렉션. Saint Laurent 2025 F/W Menswear

안토니 바카렐로의 남자 옷이 이토록 많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트를 즐겨 입었던 이브 생 로랑의 스타일을 재해석한 202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죠. 지난 1월 28일, 생 로랑이 1년 만에 선보인 남성복 쇼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컬렉션을 관통하는 주제는 이번에도 ‘수트’였죠. 총 37개의 룩이 등장했고, 그중 블레이저가 없는 룩은 단 세 벌이었습니다. 두 쇼의 베뉴(부르스 데 코메르스)와 음악 프로듀서(세바스티앙)가 동일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럼에도 생 로랑의 2025 가을/겨울 컬렉션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싸이하이 부츠 덕분이었죠.

Saint Laurent 2025 F/W Menswear
Saint Laurent 2025 F/W Menswear
Saint Laurent 2025 F/W Menswear

생 로랑의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아는, 종아리와 허벅지에 딱 달라붙는 싸이하이 부츠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두 다리를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했죠. 버클 디테일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허벅지, 그리고 발등 부분에 버클을 더한 덕분에 어딘가 남성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죠. 20세기 초반, 거친 환경에서 일하는 철도 노동자들이 신던 엔지니어 부츠에서 영감을 받은 듯했습니다. 마초적인 무드를 자아내는 모터사이클 부츠가 연상되기도 했고요.

Saint Laurent Menswear 2025 F/W RTW
Saint Laurent Menswear 2025 F/W RTW

스타일링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바카렐로는 부츠의 핏이 넉넉하다는 점을 적극 활용했죠. 클래식한 수트 팬츠, 건 클럽 체크 팬츠, 그리고 레더 팬츠 등 다양한 디자인과 소재의 바지를 부츠 속에 넣어 연출했습니다. 바이커들이 안전상의 이유로 바지 밑단을 부츠에 넣어 입는다는 점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링이었습니다. 지극히 남성적인 실루엣의 수트에 부츠를 매치한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모델들의 모습은 더없이 쿨한 분위기를 자아냈죠. 싸이하이 부츠 하나만으로도 존재감 넘치는 룩을 완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GmbH 2025 F/W RTW
GmbH 2025 F/W RTW

생 로랑의 쇼가 있고 며칠 뒤, 베를린에서 2025 가을/겨울 쇼를 선보인 GmbH 역시 싸이하이 부츠를 매치했습니다. 지퍼 디테일로 관능미를 더했죠. 스타일링은 생 로랑과 일맥상통했습니다. 날렵한 레더 블레이저, 크롭트 봄버 재킷 등 전형적인 ‘남성복’을 활용했죠.

Vetement 2019 S/S RTW, InDigtal Media
@enfantsrichesdeprimes

남성에게만 국한되는 스타일링도 아닙니다. 뎀나가 머물던 시절의 베트멍이 선보인 2019 봄/여름 컬렉션만 봐도 알 수 있죠. 무릎 바로 밑까지 오는 부츠, 그리고 스웨트 팬츠를 활용한 캐주얼 룩이 등장했습니다. 앙팡 리쉬 데프리메(Enfants Riches Déprimés)는 최근 생 로랑과 같은 스타일링을 선보였습니다. 크롭트 톱을 매치하니, 페미닌과 남성적 무드가 공존하는 룩이 완성됐죠. 봄이 오면 넉넉한 싸이하이 부츠를 집어 든 뒤, 긴 바지를 입은 다리를 욱여넣어봅시다!

사진
GoRunway, InDigital Media, Instagram,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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