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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는 왜 여성 리더를 싫어할까?

2025.02.22

패션계는 왜 여성 리더를 싫어할까?

이런 패턴이 자주 반복되는 나머지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 수 있다. 왜 우리는 남성 디자이너보다 여성 디자이너를 더 가혹하게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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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샤넬은 수석 디자이너 버지니 비아르 없이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 감동 없는 꾸뛰르 컬렉션을 선보이며 비아르와의 이별을 마무리했다. 그간 비아르의 결과물은 그다지 찬사를 받지 못했다. 30년 동안 칼 라거펠트의 오른팔이었던 그녀는 6년 전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고, 2023년에는 16%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하지만 가장 완곡한 어조의 비평가들마저 비아르의 작품은 독창적이지 않다고 평가한다. 이들의 말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샤넬을 떠날 때 왜 그렇게까지 잔인한 밈, 비꼬는 논평, 야유 섞인 축하 등의 혹평이 난무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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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최고의 디올 컬렉션을 만들어내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지난해 진행한 리조트와 꾸뛰르 컬렉션으로 큰 찬사를 받았지만, 디올이 압도적으로 여성 고객만 대상으로 하는 것 같은 단호한 페미니즘적 발언 때문에 사람들의 수군거림 사이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고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라 버튼은 맥퀸을 나왔고, 재능을 타고난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유니클로의 한 라인으로 옮겼다. 피비 파일로는 마침내 자신의 독립 브랜드를 론칭했다. 업계를 선도하는 대부분의 여성복 브랜드는 백인 남성이 그들의 창의성을 발휘해 이끌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패션을 사랑하며 바쁜 삶을 살아가는 여성보다는 환상을 위해 디자인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여성은 비판을 받거나 해고될 수도 있으며, 이는 너무 당연하다. 그리고 여성이 디자인했다고 해서 그 컬렉션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여성 디자이너들이 비난받고 소외되는 현상은 일부에만 나타난 패턴이 아니기에 그 이유를 묻고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왜 우리는 여성에게 더 가혹한 평가를 내리고, 더 잔인하게 대하며, 진급 사례는 남성보다 드물까?

여러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직장에서 과소평가받고 등한시된다. 예일, MIT,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원들은 최근 대형 유통 체인에서 여성이 승진할 가능성이 남성보다 14%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성과 평가에서 여성의 직무 성과가 남성보다 지속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여성은 남성보다 리더십 잠재력이 낮다고 보았다.

일자리 플랫폼 ‘지피아(Zippia)’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하는 3만3,832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 35.3%만 여성이다. 하지만 이들은 남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올리는 수익의 93%를 벌어들인다.

나는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알고 싶어서 2000년대 초반 구찌 그룹이라고 불리던 시절 불가리, LVMH, 케어링의 전문가 밈마 빌레지오(Mimma Viglezio)에게 연락했다. 당시 구찌 그룹의 최상위 경영진은 그룹 최고 재무 책임자와 발렌시아가, 생 로랑의 CEO를 포함해 세 명의 남성과 다섯 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져 그 구성이 상당히 진보적인 것처럼 보였다. 빌레지오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이었다. 빌레지오는 “우리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용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능력 덕분일 겁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당시 CEO 로버트 폴레(Robert Polet)는 이런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했죠”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룹의 소규모 브랜드 CEO를 결정할 때마다 로버트는 (최상위 경영진 중에서) 두 명의 남성 중 한 명을 후보로 점찍었고, 여성 경영자에게는 그 업무를 원하는지 전혀 묻지 않았어요.” 빌레지오는 로버트에게 부당함을 토로했고, 그 얘기를 들은 로버트는 빌레지오가 CEO 자리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빌레지오는 “로버트가 나쁜 게 아닙니다”라고 언급한다. “CEO 이미지는 정말 남성의 이미지와 닮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중년 백인 남성만의 문화가 아니에요.”

로버트 폴레는 빌레지오가 항의한 일이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그는 “다른 성별, 문화, 연령대 등의 요소는 모두 더 나은 팀을 만들고 현실과 사회에 가까이 다가가는 발판이 됩니다”라고 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누구나 맞는 말이라고 여기겠죠. 하지만 늘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영향력이 큰 자리에 여전히 다소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가진 남성이 남아 있죠. 시간이 지나면 그런 일은 해결될 겁니다.”

케어링의 상위 5개 브랜드(구찌, 생 로랑, 발렌시아가, 맥퀸, 보테가 베네타)를 이끄는 열 명의 CEO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 여성은 생 로랑의 프란체스카 벨레티니(Francesca Bellettini) 단 한 명이었다(그녀는 2023년 9월 케어링의 부대표로 선임되어 현재는 케어링 산하 모든 브랜드의 CEO들이 그녀에게 보고한다).

LVMH의 상위 여성복 브랜드 6개는 모두 남성이 디자인한 브랜드다. 다만 LVMH 설립자이자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의 딸 델핀 아르노가 CEO인 디올의 그라치아 키우리만 예외다.

비영리 재단을 설립해 여성 기업가를 멘토링하고 홍보하는 억만장자 패션 기업가 토리 버치는 지난봄 파슨스 디자인 스쿨 졸업식 기념사에서 여성으로서 패션 기업을 디자인하고 운영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한 과정을 풀어냈다. “어느 비즈니스 회담에서 저는 CEO가 아니라 ‘여성 CEO’로 소개되었습니다.” 토리 버치가 청중에게 말했다. “가끔 다른 사람들의 의심에 굴복해 목표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의 꿈은 금방 사라져버립니다. 얼굴이 두꺼워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알고 확신을 가져야 해요.”

피비 파일로, 더 로우의 메리 케이트와 애슐리 올슨 자매, 현재 은퇴한 질 샌더, 가브리엘라 허스트, 마리아 코르네호처럼 확신을 가진 여성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특별히 여성을 위한 패션, 파워, 착용감을 잘 엮어 그들의 브랜드에 열광하고 따르는 충성 고객을 만들어냈다. 현실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우아하고 잘 만든 옷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패션 투자자들은 분명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코르네호와 브랜드 CEO 마리시아 보로니에츠카(Marysia Woroniecka)는 진짜 여성을 위한 세련된 옷을 만들기 위해 대형 브랜드의 합류 제안을 멀리했다고 털어놓았다. 코르네호는 “저는 여성의 몸을 위해 디자인하는 여성 디자이너입니다”라고 말한다. “저는 여성의 몸을 이해하기 때문이에요.” 보로니에츠카에 따르면 대형 럭셔리 브랜드의 리더는 이슈를 만들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붓는데, 이는 의류보다 훨씬 높은 이윤을 가져다주는 화장품과 액세서리를 판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보로니에츠카는 “패션쇼에선 매우 남성적인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멋져 보이고 싶어서 과하게 포장된 기구라고 할까요?”라고 말을 보탠다. “큰 쇼는 선글라스와 가방을 판매하기 위한 거죠.” 베로니카 레오니 영입으로 캘빈클라인의 컬렉션 사업이 부활한 것은 반가운 변화다. 베로니카는 더 로우, 파일로가 이끌던 셀린느의 베테랑이다. 파일로, 웨이트 켈러와 함께 작업했던 셰미나 카말리는 지난해 가을 파리에서 끌로에를 통해 선보인 지적이고 흐르는 듯한 라인의 컬렉션으로 극찬을 받았다.

남성이 여성보다 화장품과 액세서리를 더 잘 판매할 수 있을까? 남성 리더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명품 기업은 확실히 그렇게 여긴다. 하지만 수치는 이를 반박한다. 대형 리크루팅 회사 ‘러셀 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Russell Reynolds Associates)’는 지난해 1월 여성을 위한 새로운 임원 개발 프로그램 ‘RRA 아르테미스(RRA Artemis)’를 발표하면서 “여성 리더는 조직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며, 이사회 이사와 고위 경영진의 성별 구성이 우수할수록 자기자본 수익률, 기업 가치, 주식 성과, 배당금 지급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우리는 다음을 질문해야 한다. 아무도 그 여성이 그 역할을 맡을 거라고 여기지 않았기에, 또는 무턱대고 비난하는 사람들에 의해 묵묵히 지키던 자리에서 쫓겨난 결과 얼마나 많은 능력 있는 여성 디자인 디렉터와 2인자나 3인자들이 우리의 삶과 옷장, 수익과 영영 멀어지는 것일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거둔 비아르의 수익은 라거펠트가 벌어들인 액수에 미치지 못했을 거라고 장담한다. 그녀는 패션계에서 이름이 가장 잘 알려진 디자이너의 조력자에서 후계자로 거듭났다. 비아르 역시 온전한 팀을 꾸렸지만, 그녀에게서 칼과 같은 화려함과 웅장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슈퍼마켓과 빙산 런웨이, 칼 라거펠트가 애정하던 카라 델레바인으로 빛나던 패션쇼 세트장과 화려한 모델 캐스팅이 라거펠트와 비아르가 함께 작업한 완벽한 의상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라거펠트의 쇼와 비교한다면 말이다. (VK)

Christina Binkley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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