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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쳐라, 자신을 드러내라! 2025 가을/겨울 런던 패션 위크 하이라이트

2025.02.27

소리쳐라, 자신을 드러내라! 2025 가을/겨울 런던 패션 위크 하이라이트

섬네일 디자인 허단비

JW 앤더슨을 비롯한 몰리 고다드, 넨시 도자카, 알루왈리아 등 인기 브랜드의 불참 소식 때문인지 런던 패션 위크는 고요한 분위기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1년에 한 번만 쇼를 열기로 한 초포바 로위나와 노울스 역시 이번 시즌 캘린더엔 등장하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던 마르케스’알메이다마저 빠졌으니까요. 쇼를 해야 할지 고민하던 브랜드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작지만 친밀한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16알링턴, 에런 에시, 페벤은 프라이빗한 만찬을 마련했고, 스테판 쿡은 소규모 프레젠테이션을 선택했죠. 요한나 파르브와 마샤 포포바, 캐롤라인 비토는 디지털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현재 런던 패션이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은 앞으로 나아갑니다. ‘Be Loud.’ ‘Be Fearless.’ ‘Be Yourself.’ 비공식 개막작으로 자리 잡은 해리스 리드 쇼 오프닝에서 플로렌스 퓨가 던진 메시지처럼 말이죠.

Harris Reed 2025 F/W RTW

아름다운 설경 속에서 1950~1960년대식 섬세한 꾸뛰르 드레스를 선보인 리차드 퀸은 샤넬과 디올 같은 거대 하우스와 함께 거론되며 어깨를 나란히 했고, 딜라라 핀디코글루의 ‘혼돈 속 비너스’ 컬렉션은 알렉산더 맥퀸의 전성기를 떠올리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습니다. 에르뎀과 시몬 로샤는 완성도 높은 컬렉션으로 런던 패션 위크의 건재함을 드러냈습니다. 에르뎀은 같은 왕립예술학교(RCA) 출신 화가 케이 도나치(Kaye Donachie)의 그림을 가벼운 오간자 원단에 프린트하거나 잘게 찢은 레이스를 활용해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신비로움을 극대화했습니다.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출발한 시몬 로샤는 어깨에 걸친 토끼 모양 모피 장식과 가슴에 소중하게 안은 거북이 미노디에르로 직관적이면서도 15년 동안 일관되게 이어온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줬죠.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의 패션계에 동화 속 교훈을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Richard Quinn 2025 F/W RTW
Dilara Findikoglu 2025 F/W RTW
Erdem 2025 F/W RTW
Simone Rocha 2025 F/W RTW

‘런던에 사는 주말 도피자(Weekend Escapees).’ 대미를 장식한 버버리는 한적한 시골 저택으로 떠난 1990년대 초 영국 상류층의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실크 파자마에 체크 패턴으로 커팅된 코트를 두르고, 프린지가 찰랑이는 트렌치 코트엔 승마 부츠를 신었죠. 손에 쥔 우산은 언제 내릴지 모를 비를 피하기 위한 것. “금요일 밤을 맞이하는 런던 시민의 대이동입니다. 비 오는 날 탁 트인 야외를 산책하면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시골 대저택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거죠.” 마침내 가장 영국적인 풍경이 완성됐습니다.

Burberry 2025 F/W RTW

사실 런던의 ‘볼거리’는 솜씨 좋은 신인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냅니다. 말 그대로 ‘손맛’을 제대로 살려 독창적인 결과물을 선보이는 파울린 두얀코트와 파올로 카자나, 모든 체형에 어울리는 옷을 만드는 시네이드 오드와이어,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자와라 앨리네처럼 말이죠.

Pauline Dujancourt 2025 F/W RTW
Paolo Carzana 2025 F/W RTW
Sinéad O’Dwyer 2025 F/W RTW
Jawara Alleyne 2025 F/W RTW

결을 같이하는 신구 브랜드의 조합도 재미있습니다. S.S. 달리와 켄트앤커웬이 전형적인 영국 스타일을 재해석했다면, 반짝이는 시퀸과 풍선을 달고 2년 만에 런웨이로 돌아온 아쉬시와 정크 푸드를 즐기는 반항적인 펑크 소녀들을 그린 시네이드 고레이는 런던 패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위트를 선사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봅니다. 런던은 늘 예측할 수 없는 도시니까요.

S.S. Daley 2025 F/W RTW
Kent&Curwen 2025 F/W RTW
Ashish 2025 F/W RTW
Sinead Gorey 2025 F/W RTW. @sineadgoreylondon
Di Petsa 2025 F/W RTW
Stefan Cooke 2025 F/W RTW
Toga 2025 F/W RTW
Keburia 2025 F/W RTW.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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