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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는 멈추지 않는다, 구찌 2025 가을/겨울 컬렉션

2025.02.28

항해는 멈추지 않는다, 구찌 2025 가을/겨울 컬렉션

구찌가 디자인 팀의 주도 아래 완성한 2025 가을/겨울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의 시작을 알린 것은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한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의 손동작이었습니다. 모델들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선율에 맞춰 런웨이를 걸었고, 베뉴는 앙코라 레드가 아니라 초록색으로 뒤덮여 있었죠. ‘뉴 구찌’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구찌의 2025 가을/겨울 컬렉션을 세 가지 관전 포인트로 정리했습니다.

영원히 이어지는 구찌의 이야기

위아래가 연결된 듯한 구조의 런웨이. Courtesy of Gucci

올해는 구찌오 구찌(Guccio Gucci)의 이니셜을 본뜬 인터로킹 G 로고 탄생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해 구찌는 두 개의 G를 엮은 모양의 캣워크를 제작했죠. 천장에는 거대한 거울이 달려 있었습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위아래가 연결된 듯한 모습의 런웨이는 쇼의 타이틀 ‘Continuum(연속체)’과도 일맥상통했습니다. 1921년 창립해 밀라노를 대표하는 하우스로 거듭난 구찌의 유산은 영원히 유효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했죠.

이번 런웨이에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 홀스빗 1955 백을 들고 쇼에 참석한 글로벌 앰배서더 박규영. Courtesy of Gucci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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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요소, 홀스빗 디테일 역시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홀스빗 디테일이 처음 탄생한 것은 1953년입니다. 구찌오 구찌의 아들, 알도 구찌(Aldo Gucci)가 승마를 사랑했던 아버지를 기리며 로퍼의 발등에 말 재갈 모양 디테일을 더한 것이 그 시작이었죠. 구찌 디자인 팀은 홀스빗 디테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70주년을 맞이한 홀스빗 1955 백을 한층 가벼운 가죽으로 만들어 세련미를 더했고, 백 핸들에 홀스빗 디테일을 적용하며 그 다재다능함을 증명했죠. 네크리스, 슈즈, 심지어 선글라스에서도 홀스빗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탄생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홀스빗 디테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전임자들의 유산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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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디자인 팀은 선장이 부재중인 상태에서도 최선의 선택을 했습니다. 바로 전임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죠. 쇼 초반부에 등장한 시스루 슬립 드레스는 더없이 관능적이었습니다. 등이 비치는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은 홀스빗 디테일 벨리 체인을 두르고 있었고요. 구찌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톰 포드에 대한 헌사였죠.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떠오르는 아이템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의 모피 코트, 볼드한 디자인의 뱅글과 목걸이는 미켈레의 맥시멀리즘에서 영감을 받은 듯했죠.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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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하우스에 작별을 고한 사바토 데 사르노는 구찌에 미니멀리즘이라는 코드를 주입했습니다. 통통 튀는 컬러, 잘 재단된 코트는 그만의 시그니처였죠. 이번 컬렉션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분홍, 노랑, 보라 등 다양한 컬러의 코트와 얌전한 디자인의 수트를 입은 남성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었습니다다.

자연스러운 우아함, 스프레차투라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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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의 2025 가을/겨울 컬렉션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입니다. ‘어려운 것을 쉽게 해결하며 태연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뜻의 단어로, 이탈리아에서는 겉보기에 노력하지 않고 타고난 듯 자연스럽고 우아하며 세련된 것을 가리킬 때 사용합니다. 패션계에서는 힘을 주었다는 느낌 없이 자연스러운 멋진 스타일을 말하죠. 구찌는 기발한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활용해 인위적이지 않은 멋을 완성했습니다. 캐주얼한 볼캡에 고급스러운 실크 스카프를 두른 두 번째 룩이 완벽한 예죠. 얇은 슬립 드레스 위에 두툼한 코트를 매치하거나, 서로 길이가 다른 니트 톱을 두 벌 겹쳐 입는 스타일링 역시 더없이 쿨한 분위기였습니다. 봄을 코앞에 둔 지금, 우리의 데일리 룩에 영감을 불어넣기에도 충분했고요.

Courtesy of Gucci
Courtesy of Gucci

가방을 드는 방식 역시 눈에 띄었습니다. 몇몇 모델은 곱디고운 가방이 망가져도 상관없다는 듯, 톱 핸들 백을 반으로 접은 채 움켜쥐고 있었죠. 보스턴백을 세로로 드는 방식 역시 참신했습니다. 같은 가방을 다르게 드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는 걸 배우는 순간이었고요.

사진
GoRunway, Instagram,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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