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을/겨울 밀라노 패션 위크 DAY 4
밀라노 패션 위크 4일 차에는 브랜드의 굳건한 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합이 좋았죠. 베르사체, 모스키노, 미쏘니는 브랜드의 뿌리 깊은 유산을 성실하고 정성스럽게 재해석했고, 써네이는 시즌마다 브랜드의 코드를 차곡차곡 정의해나가는 중입니다. 지금 패션계를 휩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더 선명하게 빛난 네 브랜드의 확고한 색, 밀라노 패션 위크 4일 차 오늘의 쇼를 소개합니다.

베르사체(@versace)
베르사체 프린트를 내세운 화려하고 풍성한 실루엣,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오프닝부터 베르사체와 자신이 패션계에서 무엇을 상징하는지 모두에게 확실히 상기시켰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힘과 자신감을 주는 옷을 사랑해요. 이번 컬렉션에서는 어떤 규칙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오직 베르사체 DNA의 규칙만 따랐죠”라고 밝혔죠.
드러내고 강조한 어깨 라인, 크리놀린 스커트, 곳곳에 가미된 V 모티브 등 룩 하나하나에서 도나텔라의 확신이 느껴졌습니다. ‘나만큼 베르사체 코드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확신이죠. 지아니 베르사체의 마지막 컬렉션 1997 F/W 꾸뛰르 쇼를 연상케 하는 앞선 디테일과 도나텔라의 첫 번째 쇼 1998 가을/겨울 꾸뛰르가 떠오르는 금속 실 드레스는 어쩐지 마음이 뭉클하게 했지요. 물론 미래에도 눈을 돌렸습니다. 지난 시즌 선보인 3D 프린팅은 크리스털 장식과 함께 더욱 화려해졌고 반짝이는 자수 청바지는 모든 세대를 사로잡을 것임이 분명했죠. 회사 매각 소식이 무성한 지금,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쇼를 통해 가장 ‘베르사체적인’ 태도를 보여줬습니다. 그 화려하고 당당한 자태를 만나보세요.










모스키노(@moschino)
아드리안 아피올라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역시 재치가 넘쳤죠. 프랑코 모스키노의 아이코닉한 1992년 마네킹 드레스에서 영감을 얻은 쇼는 ‘옷 만들기’의 재미를 상상하게 했죠. 시침질 자국과 바늘이 그대로 드러난 테일러링을 시작으로 자투리 원단을 덧댄 것 같은 도트 무늬 드레스, 브로치를 대신한 브로치 사진, 모자가 된 쿠션과 가위로 오린 듯한 리본 모양 네크라인, 쓰레기봉투 가운까지! 웃음 짓게 만드는 디테일로 가득했습니다. 지난 시즌 바게트 백의 화제를 이어갈 스파게티 가방도 등장했더군요. 이 모든 창의성과 상상력의 저변에는 실용성이라는 든든한 토대가 있었고요.







써네이(@sunnei)
단순하고 꾸밈없었습니다. 평소 써네이 쇼에 비해 절제된 풍경이었죠. 모델이 양손에 든 써네이 쇼핑백은 3월 1일 새로 오픈한 써네이 매장을 암시했습니다. 시모네 리초와 로리스 메시나는 쇼에 대해 “지나치게 개념화하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패션 매직이 아니라 패션 리얼리즘을 필요로 한다면서요. 쇼는 다소 극적이고 독특한 컨셉 대신 지금 그들이 하는 일의 핵심을 담백하게 드러냈습니다. 옷을 만들고, 파는 거래 행위요. 런웨이는 그 욕망과 현실이 만나는 장소였고요. 룩 역시 미니멀하고 도회적이었습니다. 강렬한 색과 그래픽, 보송보송한 질감이 드라마틱한 느낌을 더했지요. 보디에 ‘당신은 라디오 써네이를 듣고 있습니다(You Are Listening to Radio Sunnei)’라는 문구가 흐르는, LED 조명이 내장된 흰색 톱도 시선을 오래 사로잡았고요.






미쏘니(@missoni)
알베르토 칼리리(Alberto Caliri)가 미쏘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데뷔했습니다. 1998년부터 미쏘니에서 근무한 그는 쇼 시작 전 “컬렉션을 작업하는 동안 올 초 세상을 떠난 미쏘니 가문의 수장, 로시타 미쏘니(Rosita Missoni)가 과연 좋아할지 궁금했어요”라고 입을 떼며 “그녀(로시타)가 절 인도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오타비오의 영향도 받았고요”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쇼는 미쏘니의 정체성을 잘 담고 있었습니다. 로시타 특유의 예술적인 색감이 곳곳에 반영되었으며 충돌하는 패턴을 태연하게 겹쳐놓은 풍경에서는 오타비오의 접근 방식을 적용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두툼하게 쌓아 올린 상의와 미니스커트로 이루어진 실루엣은 강렬하면서도 역동적이었습니다. 차분하게 재해석된 미쏘니의 고전적인 패턴은 컬렉션의 중심을 잘 잡아주었고요. 오랫동안 한 브랜드에서 일한 이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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