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고자극, ‘에밀리아 페레즈’
지난 2월 열린 <에밀리아 페레즈>의 언론 시사회 당일,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기 때문이었죠(알레르기 반응으로 추측합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삶에 찌든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가 스페인어로 노래를 부르며 멕시코 시장 한복판에 물 흐르듯 스며들어 존재를 드러낸 순간부터 133분의 드라마가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패션부터 음악,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와 섬세한 호흡까지, <에밀리아 페레즈>는 이제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고자극’으로 가득한 영화였으니까요. 현실에 찌든 리타가 노래를 부르며 등장할 땐 <라라랜드>와 <스타 이즈 본>이 뇌리에 스치기도 했지만, <에밀리아 페레즈>는 훨씬 은밀하고 스타일리시한 매력으로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생 로랑의 패션처럼요.
“이 영화를 세번이나 봤다”고 고백한 제임스 카메론과 드니 빌뇌브, 기예르모 델 토로, 그레타 거윅 등 위대한 감독들과 배우들이 <에밀리아 페레즈>에 대한 뜨거운 찬사를 건넸지만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한 반응은 토론토의 영화 평론가 테리 하트(Teri Hart)의 소박한 평입니다. 그는 지난해 토론토영화제 최고의 상영작으로 <에밀리아 페레즈>를 꼽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죠.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이 영화를 본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부디 당신도 그렇길. 이야기가 어떻게 흐를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고, 완전히 사로잡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단서를 쥔 채 영화를 풍성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정보를 건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욕망을 아무도 모르게 감춘 채 긴 시간 살아온 갱단 보스 ‘델 몬테’와 아무것도 모른 채 두 아들을 함께 키우며 살아가는 그의 아내, 그리고 비밀리에 델 몬테의 두 번째 삶을 준비하는 변호사 리타가 서로 얽히며 벌어지는 아찔하고 파격적인 뮤지컬 영화입니다. 감독은 <위선적 영웅>(1996), <예언자>(2009), <디판>(2015) 등으로 칸영화제에서 여러 번 호명된 자크 오디아르. 현지 시간으로 지난 3월 2일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조 샐다나를 필두로 셀레나 고메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개성 넘치는 주역으로 이야기를 이끌죠.
생 로랑 프로덕션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장편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생 로랑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한 영화 세 편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칸영화제 2관왕(심사위원상, 여우주연상)에 이어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다 후보 및 최다 수상(작품상, 외국어영화상, 주제가상, 여우조연상)을 기록했고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우조연상(조 샐다나)과 주제가상을 받으며 상승 기류를 이어가고 있죠. 슬립 톱에 스키니 진 차림으로 위태로운 세상을 담대하게 활보하는 주인공 리타의 패션처럼 생 로랑의 활약이 더해지며 <에밀리아 페레즈>는 영화 애호가뿐 아니라 패션 피플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중입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3월 12일 국내에서 개봉합니다. 올해 최고의 뮤지컬 영화에 등극하기에 충분한 이 영화의 하드코어한 매력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싶다면 반드시 극장에서 감상하세요.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포토
- 그린나래미디어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