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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여는 책 3

2025.03.05

봄을 여는 책 3

봄과 함께 찾아온 신간 세 권을 소개합니다.

<화가들의 꽃>

<화가들의 꽃>은 앙리 마티스, 에두아르 마네, 데이비드 호크니 등 세기의 미술가들이 그린 108가지 ‘꽃’ 그림을 담은 책입니다. 화가들의 생생한 붓질이 느껴지는 고화질 도판과 함께 꽃과 예술에 대한 아포리즘, 영국 최고의 그래픽 디자이너와 원예 전문 작가의 해설을 곁들여 감상의 즐거움을 더합니다. 화가의 아틀리에에서 작품을 감상하듯 책장을 찬찬히 넘기며 마음에 생기를 충전하세요.

“진정으로 창의적인 화가에게는 장미 한 송이를 그리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장미 한 송이를 그리기 위해서는 지금껏 그려진 모든 장미를 잊어야만 하니까.” _앙리 마티스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매해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을 선보이는 출판사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 2025년 3월의 주인공은 김용택 시인입니다. 전북 임실의 진메마을에서 나고 자란 시인은 일흔여덟 살인 지금도 그곳에 살며 섬진강을 걷고, 꽃을 따라다니며 작은 생명 곁에 엎드려 시를 씁니다. 시인이 평범한 봄의 일상 속에서 써 내려간 이번 책은 11편의 시와 4편의 아포리즘, 나머지는 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람에 대해서
아침 바람과 저녁 바람과
때늦은 봄바람의 꽃샘추위에 대해서
몰려다니는 여름 구름에 대해서
햇살에 대해서
비와 눈과 서리와 이슬에 대해서
느티나무 단풍과 팽나무 새싹과
앵두나무 우물가에 앵두 같은 입술에 대해서
봄맞이, 냉이, 광대살이, 씀바귀,
개불알꽃들에 대해서
가을 노란 산국에 대해서
산수국꽃에 앉은 부전나비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기억하고
그 꽃들이 피고 지는 날에 대해서
그 유일무이했던 날들에 대해서
그런 것들로 사랑을 예감하고
사랑을 나누던
풀밭에 바람을 잡고
이별을 통보하고
앉아 울고
금이 간 두 손을 잡고
울고
사랑은 가고
그 사랑에 대하여” _’사랑에 대하여’ 전문

<3월의 마치>

소설가 정한아가 드라마 <안나>의 원작 <친밀한 이방인> 이후 8년 만에 신작 장편 <3월의 마치>로 돌아왔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이마치’는 성공한 노년의 여성 배우로, 삶이라는 바다에서 무수한 파도를 넘으며 세월이 남긴 깊고 묵직한 상처를 지닌 인물입니다. 그녀에게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마지막 파도로 들이닥치고, 이마치는 과거의 시공간을 복원한 가상현실을 누비며 유실된 기억을 되찾고자 합니다. 한 인간이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지만 불가능한 방법, 바로 과거의 나와 직접 대면하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행복과 불행에 대한 갖가지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도록 유도합니다.

“그냥 놔버려요. 당신이 가진 모든 기억. 당신이 인생이라고 붙들고 있는 것들. 별 대단치 않은 실패들, 성공들, 전부 다요.” _228쪽

    사진
    푸른숲,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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