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니 진을 입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스키니 진 입는 법
“미디어는 패션을 향해 분노하는 걸 즐기지.”
브리티시 <보그> 에디터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영국이라면 더하죠. ‘바보 같은 패션 피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기사가 매 시즌 나오고, 패션 피플의 행보를 신랄하게 비판(사실은 공격)하며 신이 난 평론가들의 얼굴을 기억하거든요. 2025년 가을/겨울 파리 패션 위크가 한창인 지금은 런웨이에 ‘부끄러움의 행진’이란 이름을 붙여놓고 조회 수가 나오길 바라는 타블로이드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는군요.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스키니 진’이란 이름이 나올 때는 저 또한 그 분노의 행렬에 발맞추면서 목청을 높이게 됩니다. “돌아가라 스키니 진, 다신 오지 마라 스키니 진, 아무리 온다 해도 나는 안 입는다 스키니 진!” 빅뱅이 데뷔할 때 대학생이었던 저는 소녀시대의 컬러풀한 스키니 진을 입었는데, 그들을 실제로 마주하고 나서야 팔로 걸어 다니는 저들 정도는 되어야 소화할 수 있는 바지였음을 체감했습니다. 피도 통하지 않는 그 불편한 바지의 지퍼를 올리기 위해 침대에 누웠던 날들과 건물에 비친 생닭 같은 제 자태에 실소를 터뜨렸던 수치스러운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혈액순환이 잘되는 시절을 더 즐겼어야 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어제 해외 <보그> 기사를 보고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깨달았습니다. 제목은 ‘당신이 싫어하든 말든 돌아온다’였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청바지 통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을요. 다행인 건 과거처럼 혈자리까지 조이는 스키니 진은 없을 거란 사실입니다. 다행히 통이 좁다란 슬림 핏 진의 형태에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바지 끝에 플레어가 살짝 들어가는 실루엣으로 변화했죠. 제가 무서워하는 건 유행이란 게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을 바꾼다는 점입니다(원하는 와이드 팬츠가 있다면 지금 구매해두십쇼!).


저는 평소 헐렁반 청바지에 낙낙한 이너 티셔츠, 그 위에 체크 셔츠나 데님 셔츠를 입고 코트를 걸칩니다. 하이 웨이스트 스트레이트 청바지라면 티셔츠를 바지 안에 넣어 입은 뒤 납작한 스니커즈나 첼시 부츠를 신습니다. 로우라이즈 청바지는 세련된 가죽 재킷에 포인트를 줄 때 아주 좋죠. 각각의 청바지는 어울리는 자리와 목적이 따로 있습니다. 스키니 진도 마찬가지입니다(게슴츠레한 눈을 거둘 수 없다면, 슬림 핏 진으로 바꿔 부를까요?).
피할 도리 없이 슬림한 핏의 청바지가 몰려온다면 예쁜 오버사이즈 재킷, 특히 가죽 재킷을 뽐낼 때 활용하겠습니다. 과거에는 허벅지까지 오는 긴 티셔츠로 엉덩이를 가렸거든요. 만약 다리를 드러내야 하는 순간이라면, 허벅지가 물개 몸통처럼 보이지 않도록 어두운 회색 청바지에 색감이 고운 카디건을 입는 게 좋겠고요. 겨울이 된다면 이번 케이트 쇼처럼 무릎을 덮는 싸이하이 부츠에 매치해보겠습니다. 부츠 안에 청바지를 욱여넣을 필요 없이 쏙 들어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겠죠. 실은 헐렁한 청바지를 부츠 안에 넣을 때면 과하게 멋 부린 느낌이 들어 피했거든요. 이 정도라면 어찌저찌 입을 수 있지 않을까요?





- 포토
- Getty Images,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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