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을/겨울 파리 패션 위크 DAY 3
9월이 더욱 기대되는 3일 차 파리 패션 위크였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대거 이동으로 쓸쓸함이 감돌았던 런던, 밀라노와 달리 이제 막 새로 합류한 디자이너들로 인한 변화가 느껴졌거든요. 스텔라 맥카트니는 LVMH 산하에서 독립해 온전한 자신으로서 이야기했고, 세실리에 반센은 마냥 어린 소녀에서 여자로 변해가는 과정임을 고백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톰 포드도 있었죠. 하이더 아커만의 합류로 톰 포드는 은밀한 관능의 세계를 펼쳐냈습니다.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33세의 벨기에 디자이너 줄리앙 클라우스너는 전혀 다른 드리스 반 노튼을 선보였죠. 미니멀로 신선해진 꾸레주도 있었고요. 그 변화를 느껴보세요!

스텔라 맥카트니(@stellamccartney)
그녀가 비틀스의 폴 맥카트니, 동물권 운동가였던 린다 맥카트니의 딸이라는 점을 새삼 떠올리게 되더군요. 지속 가능성 부문의 협력을 제외하고, LVMH에서 독립한 그녀는 대학 시절 이후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진행한 첫 쇼라고 밝혔습니다. 졸업 런웨이에도 나오미 캠벨과 케이트 모스가 무료로 그녀의 쇼 무대에 섰죠. 그런 면에서 이번 프런트 로는 남달랐습니다. 30년 전부터 그녀와 함께했던 케이트 모스를 비롯해 톰 포드, 올리비아 콜먼, 카메론 디아즈, 아이스 스파이스가 앉아 있었고, 브리지트 마크롱이 제프 쿤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거든요. 케어링과 LVMH 없이도 지속 가능성이란 정체성을 이어가겠다는 스텔라 맥카트니의 쇼를 지지하기 위해 모인 인물들의 면면이 무척이나 화려했죠. 그리고 쇼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있던, 그녀의 성장 배경이 지속 가능성이란 정체성을 이어가기에 좋은 환경이었다는 편견은 부숴버리자고요. 이번에 선보인 ‘야타이(Yatay) M’이라는 원단은 가죽이 아니지만 가죽처럼 보였죠. 파이선 소재를 비롯해 동물성 소재를 대체한 다른 원단에서도 날렵함이 느껴졌고, 1980년대 오피스 룩 무드를 만들어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펌핑된 파이선 지퍼 블루종을 베이지색 바지에 넣어 입거나 인조가죽 치마에 뱀 가죽을 형상화한 드레이프 블라우스에서는, 2025년 가장 앞서나가는 사회인 같은 면모가 읽혔고요.








세실리에 반센(@ceciliebahnsen)
세실리에 반센의 계절입니다. 이번 쇼의 명칭 ‘Untitled Flowers’는 덴마크 예술가 ‘탈(Tal) R’이 은색과 검은색으로 그린 2020년 작 드로잉 작품에서 따온 것입니다. 세트와 쇼 노트 여기저기에서도 이에 관련된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꽃이 만발한 그녀의 정원에서 이유 모를 불안이 느껴졌죠. 반센은 “정말 여성스럽지만 동시에 거칠기도 했어요”라고 탈의 작품을 설명했습니다. “이 컬렉션에는 여성스러움과 어둡고 불안정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조용한 반항과도 같죠.” 언젠가 꽃이 진다는 사실,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이를 드러내기 위해서인지 꽃잎 같은 풍성한 스커트에 러닝 조끼에서 영감받은 일종의 질레와 코르셋 하이브리드 톱을 매치했습니다. 꽃잎 모양 스커트에 유틸리티 혹은 아웃도어 상의 조합은 집을 뛰쳐나온 소녀가 입을 법한 의상처럼 보였죠. 쇼 마무리에 등장한 펜슬 스커트는 성숙함을 뜻할까요? 자유를 찾아 떠나는 그녀의 여정을 마음속 깊이 응원하게 됩니다. 누구나 그런 때가 있으니까요.







톰 포드(@tomford)
톰 포드는 직접 하이더 아커만에게 전화를 걸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을 제안했습니다. 톰 포드의 마음에 들고 싶었을까요? 하이더 아커만은 무대 뒤 기자들에게 “모두를 유혹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죠. 이는 곧 톰 포드의 정수입니다. 물론 톰 포드라면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고, 안 넘어오고는 못 배길 매력이라고 했겠지만요. 이번 쇼에서 아커만은 광범위한 범주의 옷을 다루었습니다. 데이 웨어로 시작해 이브닝 룩으로 마무리했으며, 대부분 흑백이었지만 립스틱으로 레드를 더했죠. 현란한 테일러링은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했고, 눈길을 사로잡는 색상에 대한 열정은 과거의 톰 포드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레몬 옐로나 라일락 같은 컬러요. 하지만 두 사람은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톰 포드가 섹스라면(King of the Sex), 아커만은 관능 쪽입니다. 글래머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 그는 납득이 가는 섹시함을 추구합니다. 저속하지 않고 설득력이 있죠. 그의 은밀한 유혹은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드리스 반 노튼(@driesvannoten)
줄리앙 클라우스너(Julian Klausner)의 쇼를 보며 어쩐지 안도가 되었습니다. 6년간 드리스 반 노튼에서 일한 그는 일종의 승진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었습니다. 이런 식의 임명은 으레 그렇듯 전임자의 색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색을 내기보다 시키는 일 위주로 일하던 이들이 쉴 틈도 없이 같은 업무에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본래의 길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줄리앙은 달랐습니다. “상상력을 조금 펼치고 싶었고, 어떤 옷은 좀 더 강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물론 항상 옷장과 가까운 것이어야 하고, 현실에 존재해야 하며, 활용도가 유연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습니다”라고 말했죠. 똑똑하고 야무진 답변이었습니다. 자신은 더욱 자유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 패션계의 흐름에 따라 매일 입을 수 있을 만한 옷장 속 아이템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죠. 이때가 오길 매일 기도했던 사람처럼 말했고, 실제로 그러했습니다. 설사 그것이 우리가 원하던 드리스 반 노튼의 룩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무대의상처럼 보이는 룩은 오페라 가르니에라는 컬렉션 장소와 매우 잘 어울렸는데, 실제로 그는 모든 것을 구상할 때 ‘오페라’를 떠올렸다고 했죠. 여기저기 달린 술 장식, 민소매 드레이핑 드레스, 걸을 때마다 반짝이는 크리스털 자수, 느긋한 실크 팬츠 수트, 태피스트리 코트의 칼라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9월에 선보일 2026 봄/여름 룩이 궁금해졌죠.









꾸레주(@courreges)
<보그>의 패션 평론가 사라 무어는 최고의 쇼를 보면 휴대폰을 내려놓게 된다고 했는데, 이 쇼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끝까지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2025년 사람들이 보내는 찬사죠. 니콜라스 디 펠리체가 수천 장의 색종이를 흩뿌릴 때부터 우리 마음은 일렁였습니다. 축하하고 싶은 날, 기념하고 싶은 날 뿌리는 꽃가루는 꾸레주의 2025 가을/겨울 컬렉션을 축하하기 위해 쓰였죠. 콘페티 컨셉에 대해 니콜라스는 “저는 미국 예술가 댄 콜런(Dan Colen)의 아트 북에 나온 파티 스트리머(Streamers)를 보고 ‘좋아요, 이걸로 작업해볼까요?’라고 말했어요. 그러고는 스카프처럼 직사각형의 긴 천을 가져다 몸에 두르기 시작했죠”라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습니다. 말과는 달리 간단치 않죠. 어떤 의상보다 깔끔해 보이는 의상에서 오히려 커팅과 드레이핑 기술력이 눈에 띄게 마련이니까요. 몸의 굴곡을 교묘히 드러내는 재단의 비대칭 미니 랩 스커트나 짧은 튜닉은 파티 의상에 딱이었죠. 그의 레퍼런스 보드에는 1960년대 우주 시대 미니멀리즘 이미지가 있었지만, 그의 의상은 장식을 최소화해 보다 깔끔하고 간결하며 섹시했습니다. 검은색에서 흰색, 분홍색, 회색, 베이지까지 모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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