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을/겨울 파리 패션 위크 DAY 8
파리 패션 위크 8일 차를 채운 디자이너들은 각자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혼란한 세상 속 갈 길을 잃은 모두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죠. 루이 비통은 만남과 이별이 쉴 새 없이 벌어지는 기차역 플랫폼을 무대 삼아 공동체의 힘을 노래했습니다. 사카이는 스카프로 다채로운 포옹을 건넸고,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지속 가능성과 여성에 대한 탐구를 끈질기게 이어갔습니다. 스크롤을 내려 그 포근한 온기를 느껴보세요.

루이 비통(@louisvuitton)
“집단적인 무언가를 상상했어요. 기차역 플랫폼이요.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를 기뻐하고, 이별을 아쉬워하는 곳이죠. 때로는 그저 스쳐 지나간 사람의 독특한 분위기나 스타일이 자꾸 생각나고, 심지어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고요.” 제스키에르는 한 철도 회사의 본사였던 레투알 뒤 노르(L’Étoile du Nord)라는 비밀스러운 역을 쇼 무대로 삼았습니다. ‘여행’과 역사를 함께해온 브랜드의 쇼장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공간은 없었죠.
대합실 컨셉으로 꾸민 런웨이에서 시대와 시간, 감정과 스타일이 매 순간 교차했습니다. 모델들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두툼한 블랭킷 코트와 파니어 백을 착용한 이는 낚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았고, 트렌치 코트, 스포티한 재킷을 입고 딱딱한 백을 든 이들은 이제 막 출근길에 나선 듯했습니다. 데보레 드레스를 입은 이는 특실로 향하는 게 분명했고요. 룩 하나하나에서 제스키에르만의 독특한 감성이 돋보였지만 어느 때보다 현실적이기도 했습니다. 아이코닉한 키폴 백을 부드럽게 재해석한 L’익스프레스의 활약도 돋보였죠. 워킹을 끝낸 모델들은 무대 뒤로 사라지지 않고 발코니에 올라가 우리와 함께 쇼를 감상했습니다. 피날레 워킹 대신 그저 각자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요. 우리 모두 함께하고 있다는, 공동체와 연대의 힘을 담은 제스키에르의 메시지였습니다.














사카이(@sacaiofficial)
“무언가 ‘감싸는’ 행위는 여성적이고 관능적인 제스처라고 생각해요. 이 하나의 제스처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게 이번 컬렉션의 핵심이었습니다.”
컬렉션은 아베 치토세의 말과 일치했습니다. 중심에는 스카프가 있었죠. 재킷에 내장된 스카프와 각종 패널, 판초는 몸통을 가로지르고, 아래로 흘러내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타일링되었습니다. 그 모습은 ‘포옹’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정도로 다정한 기운을 풍겼죠. 반짝이는 스팽글과 깃털 장식이 달린 카고 팬츠는 단숨에 파티 룩으로 변신했고요. 브랜드 특유의 볼드한 실루엣을 잡아줬던 두꺼운 플랫폼 슈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인조 모피로 만든 슬리퍼나 느슨한 실루엣의 굽 낮은 부츠가 그 자리를 대체했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드럽고 세심한 컬렉션이었습니다.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hearst)
여성 디자이너의 희소성은 가브리엘라 허스트에게 오랜 화두였습니다. 그녀는 여성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며 고고학자 마리야 김부타스(Marija Gimbutas)의 저서 <여신의 언어(The Language of the Goddess)>를 접했습니다. 이 책은 주요 종교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인류가 여신을 숭배해왔다는 사실을 담고 있죠. 허스트는 이 책에 등장하는 동굴벽화 이미지를 컬렉션에 적용했습니다. 구불구불한 문양은 시어링 소재에 스프레이 페인팅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화이트 드레스에 가죽 가닥으로 수놓이기도 했습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지는 오프닝 룩으로 등장한 코트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인조 모피 같지만 실크 소재로 제작되었죠. 뱀가죽은 플로리다의 인버사(Inversa)라는 기업에서 공급받았습니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미얀마산 비단구렁이만 윤리적으로 포획해 가죽을 생산하는 업체죠.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염색한 데님은 100% 재활용 면 소재였고요. 가까이에서 꼼꼼히 뜯어볼수록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옷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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