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을/겨울 파리 패션 위크 DAY 9

2025.03.12

2025 가을/겨울 파리 패션 위크 DAY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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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가을/겨울 패션 위크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샤넬과 미우미우, 생 로랑이 대미를 장식했죠. 패션계 안팎으로 변화와 혼돈이 가득한 지금, 세 하우스는 침착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했습니다.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브랜드의 DNA를 충실히 탐구하며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고, 안토니 바카렐로는 오직 옷에 집중하며 패션쇼의 본질적 역할을 되짚었습니다. 여성성의 다양한 측면을 파헤친 미우미우는 늘 그랬듯 유머를 잃지 않았고요. 농도 짙은 감각과 능숙한 솜씨로 브랜드 고유의 색을 발한 파리 패션 위크 9일 차, 오늘의 쇼를 만나보세요.

샤넬(@chanelofficial)

그랑 팔레에 세운 거대한 블랙 리본 모양의 무대를 봤을 때부터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쇼에는 코코 샤넬의 상징인 리본이 수없이 등장할 거라는 사실을요. 리본을 묶고, 프린트하고, 오리고, 뜨고, 머리에 꽂는 등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리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습니다. 블라우스 목에 묶인 블랙 새틴 리본은 이 모티브의 뿌리나 다름없죠.

리본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트위드와 꽃을 비롯한 샤넬의 상징적인 모티브가 컬렉션을 빼곡히 채웠죠. 진주 목걸이는 가방으로 변신했고, 부츠 굽은 큼직한 진주알로 대체됐습니다. 흰색 러프 디테일은 네크라인뿐 아니라 트위드 시프트 드레스의 밑단과 어깨를 장식했죠. 몇 시즌에 걸쳐 샤넬의 DNA를 구석구석 짚은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이제 마티유 블라지와 함께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내려갈 차례입니다.

Chanel F/W 2025 RTW

미우미우(@miumiu)

미우미우 쇼에서는 언제나 묘한 친밀감이 느껴집니다. 엉뚱한 조합과 보란 듯이 흐트러진 실루엣은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잘 몰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거든요. 이 복잡한 혼란을 꼭 숨길 필요도 없고요. ‘여성성’을 탐구한 2025 가을/겨울 쇼 역시 그랬습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번 쇼를 두고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우아함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단순한 아이템을 직접적으로 변형해서요”라고 설명했죠.

구조적인 동시에 빌려 입은 듯 사이즈 큰 수트, 드레스의 깊이 파인 네크라인과 흘러내린 어깨 사이로 비치는 1950년대식 언더웨어, 세게 잡아당긴 것처럼 비뚤어진 집업 풀오버와 천진할 정도로 알록달록한 색 조합! 각기 다른 여성성을 품은 아이템이 미우미우라는 이름 아래 저마다의 매력을 뽐냈습니다. 실루엣은 우아한 숙녀를 꿈꾸는 사춘기 소녀를 보는 듯 사랑스러웠고요. 모피 스톨과 브로치 같은 전통적인 여성성을 상징하는 아이템이 중심을 잘 잡아주었습니다. 동시에 거의 모든 상의에 뾰족하게 솟아오른 총알 브라는 여성을 둘러싼 모든 제약에 반항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히더군요. 여성성의 다양한 얼굴을 이토록 단순하고 재미있게 조명한 미우미우의 쇼를 지금 만나보세요.

Miu Miu F/W 2025 RTW

생 로랑(@ysl)

오직 옷이었습니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이브 생 로랑의 1990년대 오뜨 꾸뛰르를 바탕으로 실루엣과 테일러링, 색감에만 초점을 두었습니다. 거창한 컨셉이나 장식, 디테일, 심지어 가방조차 보이지 않았죠.

실루엣은 밑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역삼각형 형태였습니다. 대담한 컬러가 장식과 디테일을 대신했고요. 워싱 처리한 새틴, 테크니컬 저지 등 소재에도 힘썼죠. 미니멀하지만 밀도 높은 룩의 향연이 이어졌습니다. 바카렐로의 시그니처이자 ‘르 스모킹’만큼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가죽 블루종 재킷은 늘 그랬듯 근사한 자태를 뽐냈습니다. 풍성한 풀 스커트에 재킷을 걸친 이브닝 룩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고요. 모든 걸 깨끗이 걷어낸 실루엣은 오히려 감정을 자극했습니다. 바카렐로의 창의적인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달받은 듯한 느낌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