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자라와 앤더슨벨이 그리는 초심

2025.03.21

자라와 앤더슨벨이 그리는 초심

처음 도전하는 순간의 설렘과 열정, 그리고 패기가 만들어낸 완벽한 혼돈. 앱솔루트 비기너 컬렉션.

앤더슨벨(Andersson Bell)과 자라(ZARA)가 콜라보 컬렉션, ‘앱솔루트 비기너(Absolute Beginner)’를 선보인다. 초심자의 시절을 담아낸 이번 협업 컬렉션은 앤더슨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도훈이 패션을 통해 정체성을 탐색하던 그때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성수동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는 컬렉션 특유의 ‘펑크’ 함을 물씬 느낄 수 있도록 꾸려졌다. 팝업 공간 한가운데에 위치한 아티스트 룸은 미래의 록스타를 꿈꾸는 젊은 아티스트의 내면을 담아내며, 불확실하지만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젊음과 패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콜라보 컬렉션 론칭을 기념해, 앤더슨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도훈에게 그의 초심에 관해 물었다.

자라와 앤더슨벨이 완성한 첫 콜라보 컬렉션에 대해 직접 소개 부탁드립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패션을 처음 좋아하게 되었을 때는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패션을 즐기지만, 점차 변하게 되죠. 요즘 현대인은 남의 시선과 사회적 틀 속에서 안전한 선택만을 하려는 경향이 있잖아요. 심지어 꾸미는 것이 ‘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저는 처음 패션을 좋아하던 초심자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디테일이 많고 디자인이 어려울 수 있지만, 컬렉션을 만들면서 제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많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나만의 캐릭터를 찾고자 했던 그 열정과 패기,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한 초보자’였던 시절의 마음가짐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이 컬렉션은 바로 그런 초심으로 돌아가는 여정입니다.

자라와의 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친한 친구들이 스페인 자라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들이 앤더슨벨에 매우 흥미를 느끼더라고요. 이후 자라가 아시아 지역 각 나라의 디자이너, 브랜드, 크리에이터와 협업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자라가 앤더슨벨과의 파트너십에 흥미를 보였을 때, 저 역시 그 콜라보가 무척 기대되었고, 흔쾌히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앤더슨벨은 많은 브랜드,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자라와의 콜라보에서 집중한 부분이 있나요?
자라는 디자인 과정에서 저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었고, 우리는 컬렉션 개발에 긴밀하게 협력하였습니다. 제 철칙은 자라의 합리적인 가격대에 앤더슨벨 디자인이 담긴 옷이 시중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이를 위해 디테일과 소재 선택을 깊이 고민했습니다.

자전적 주제가 담긴 컬렉션인 만큼 준비 과정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컬렉션을 준비하며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앞서 말했듯이, 현대인은 패션을 처음 흥미롭게 접했을 때로 돌아가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세상을 너무 많이 알게 되었고, 사회 속에서 내가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며 패션을 소비하는 세상이죠. 그래서 저 자신을 많이 돌아봤습니다. 자유롭게 쇼핑하고, 이렇게 저렇게 스타일링하던 바로 그 ‘비기너’의 모습을 떠올렸죠. 노스탤지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초심자의 사고방식’이 바로 제 키워드였습니다. 우리 모두 햇병아리 시절을 거쳤잖아요.

극사실적 프린팅 기법 ‘트롱프뢰유(Trompe-l’œil)’를 활용해 데님 질감을 표현했어요.
앤더슨벨의 아이템에 자주 활용하는 트롱프뢰유 질감을 이번 협업에도 적용하고 싶었어요. 자라와의 협업을 통해 앤더슨벨 아카이브 상품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목표였고, 특히 데님 그래픽을 가장 잘 표현할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했습니다. 이 디자인이 생산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자라 측에서 멋지게 생산해주었고, 그 결과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컬렉션 타이틀인 ‘앱솔루트 비기너(Absolute Beginner)’라는 문구를 새긴 패치워크 디자인도 매력적입니다.
이번 컬렉션의 뮤즈는 성공한 록스타인데요. 그래서 팝스타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제목인 ‘Absolute Beginner’를 컬렉션 타이틀로 삼았습니다. 제 최애 아티스트가 바로 데이비드 보위이기도 하고요. 오마주라고 할 수 있죠.

당신의 초심자 모습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 하나의 순간을 뽑자면요?
디자인과를 다니던 대학생 시절, 튀고 싶고 멋져 보이고 싶어서 리바이스 바지를 뜯고 체크 원단을 덧대고, 빈티지 마켓에서 산 체크 셔츠에 야상, 아디다스 슈즈를 신은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 당시 친구들과 밴드를 했는데, 저는 베이스를 연주했어요. 베이스 기타를 메고 홍대를 돌아다니곤 했죠. 그때는 제가 아주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습이 조금 부끄럽네요. 그 당시의 사고방식은 이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브랜드를 처음 시작한 2014년의 김도훈. 그리고 2025년의 김도훈. 달라진 것과 그대로인 것은 무엇일까요?
한 치 앞도 모르던 폭풍 전야의 인생을 살던 2014년,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마치 12년산 위스키 같아요.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이 소주에서 위스키로 바뀐 것 같아요. 가끔은 그 시절처럼 소주가 매우 당기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초심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절대로 겁먹지 말기.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

요즘 당신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패션은 저의 업이고, 영화감독이 저의 마지막 꿈이라면, 요즘 관심사는 신춘문예 등단입니다. 작은 글이라도 써볼까 해요.

앤더슨벨의 다음 목표가 궁금합니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파리 패션위크에서 쇼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자라X앤더슨벨 ‘앱솔루트 비기너(Absolute Beginner)’ 컬렉션은 3월 20일부터 자라 공식 온라인 스토어와 전국 17개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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