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코

이솝이 말하는 피부와 디자인

2025.04.16

이솝이 말하는 피부와 디자인

2025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기념해 이솝이 피부와 디자인의 관계를 탐구했습니다.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에서 4월 8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전시 <더 세컨 스킨(The Second Skin)>이죠. 봄이 완연한 밀라노의 저녁, 이곳을 방문하자 많은 이가 안뜰을 비워둔 채 벽을 따라 숨죽여 섰습니다. 김나영 무용수의 퍼포먼스를 기다리는 중이었죠. 김나영은 1996년부터 피나 바우쉬가 이끌던 부퍼탈 탄츠테아터(Tanztheater Wuppertal Pina Bausch)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바우쉬의 작품 24여 편에 출연했습니다. 바우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무용수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죠. 김나영 무용수의 시작은 1983년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무용을 공부한 후 독일 폴크방 예술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면서부터입니다. 그 후 카셀 시티 시어터(Kassel City Theater)에서 유명 안무가 크리스티나 호르바트(Christina Horvath)와 협업했으며, 1992년에는 피나 바우쉬가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는 폴크방 탄츠 스튜디오(Folkwang Tanz Studio, FTS)의 일원이 되었죠.

이솝과 함께한 이유를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어요. “처음엔 제가 무대예술 하는 사람이기에 상업적인 광고는 지양한다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이솝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보니 많은 예술 작업이 있었어요. 그때 알았죠. 이들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구나. 제게 안무를 부탁할 때도 ‘모이스처라이징’ ‘핸즈’라는 소재 외에는 뭐든 자유롭게 펼치라고 말해주었죠. 저 역시 춤을 추면서 팔과 손 동작이 많기에 이 소재에 맞는 안무를 자연스럽게 완성할 수 있었어요. 준비하면서 저를 비롯해 무용수 모두 즐거웠고요. 매일 8시간씩 한 달 동안 작업해 1시간 30분짜리 공연을 준비했지만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는 압축해서 선보였습니다.”

작품에서 거울로 얼굴을 가리고 춤추다가 여성 무용수끼리 포옹하는 모습이 연대의 의미로 다가와 울컥했다고 전하자 김나영은 말합니다. “거울은 제게 의미가 크죠. 나를 비추지만 남을 비출 수도 있잖아요. 사실 공연 면면이 다 소중하고 의미 있어요. 가끔 제게 공연 주제를 묻는 분들이 있는데, 피나 바우쉬 선생님과 작업할 때 ‘자신이 느끼고 보는 것이 곧 줄거리’라는 말씀을 들었어요. 제가 느낀 것을 표현했고, 그것이 공연이 된 것이죠.”

그녀는 9월에 독일 쾰른의 옛 게슈타포 감옥에서 뜻깊은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나치 시절 많은 이가 감금되고 죽임을 당한 공간이기에 준비하면서도 많은 생각에 잠기죠. 한국 LG아트센터에서 11월에 열리는 <카네이션>도 기억해주세요. 저는 무대에 직접 오르지 않지만 후배들이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일 거예요.”

전시와 퍼포먼스를 아우른 이 행사는 이솝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 세 가지로 구성되었습니다.

피부를 구현하다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경계이자 접점이며 경험이 새겨진 지도와 같습니다. 이솝 설치 작품의 중심에는 ‘더 세컨 스킨’이 자리합니다. 이 설치물은 피부가 지닌 보호, 감각, 조절 기능을 기리는 동시에 밀라노 건물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입구에 대한 오마주죠. 여기에서 ‘입구’는 외부와 내부를 나누는 경계로 피부의 역할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구조물에 입힌 물질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솝의 엘레오스 아로마틱 핸드 밤이죠. 이는 구조물을 둘러싸는 패널을 접합하는 모르타르 역할을 합니다. 이 질감이 느껴지는 표면에서는 엘레오스의 클로브 향이 퍼지고 있죠. 눈을 감고 들이마시는 순간 마음이 편해졌어요. 한편, 벽면에 투영된 몽환적인 물결의 반사상은 땀에 젖어 촉촉한 피부 표면을 표현하고 있으며,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목욕이라는 행위를 현대무용으로 탐구한 무용수 김나영의 영상도 상영되고 있었죠.

분주함에서 벗어나 감각을 되살리는 새로운 공간

설치 작품만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 입구에서 회랑을 거쳐 안뜰에 이르면, 명상이 가능할 정도였어요. 다이앤 애커먼의 <감각의 박물학(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에서 영감을 받은 구성으로, 한마디로 온전히 조용한 다른 세상 같았습니다. 회랑을 따라 마련된 개수대에서 이솝 제품으로 손을 씻으며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오가닉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보며 햇살 아래 담소를 나누었죠. 오감과 더불어 성당 내부에서 상영되는 영상 속 무용수들의 유려한 움직임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여섯 번째 감각, 고유 수용성 감각까지도 지향하고자 했습니다.

충전을 위한 안식처

일부 관람객을 초대해 특별히 고안된 엘레오스 마사지를 제공했습니다.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들의 가구로 단장한 고요한 방에서 방문객들은 트리트먼트를 받으며 힐링했죠. 이솝 글로벌 리테일 디자인 디렉터 마리안 라르디유(Marianne Lardilleux)는 이렇게 전합니다. “‘더 세컨 스킨’은 이솝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우리 몸에서 가장 넓은 기관인 피부에 대한 찬가입니다.”

    피처 디렉터
    김나랑
    포토
    이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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