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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 불어온 독서 열풍, ‘#북톡’

2025.04.23

틱톡에 불어온 독서 열풍, ‘#북톡’

@laraaceliaa

출판계가 젠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새로운 독서 문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 중심에는 틱톡 기반의 독서 추천 콘텐츠, ‘#북톡(BookTok)’ 트렌드가 있습니다. 북톡에서 화제가 된 책은 역주행을 기록하거나 영화로 만들기도 합니다. 서점과 출판사는 이를 놓치지 않고 ‘북톡’ 전용 섹션을 따로 마련하고 있죠.

물론 이 트렌드는 틱톡의 주 사용층인 영미권 젠지를 중심으로 한 현상인 만큼 국내 사정과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책이 트렌드가 되는 풍경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죠. ‘겨울서점 Winter Bookstore’너진똑 NJT BOOK 같은 채널을 운영하는 북튜버들이 인기를 끌고, 출판사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인 민음북클럽이나 북클럽문학동네는 가입자가 몰려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현상이 벌어지고요. 지난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그동안 발행된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현상이 독서 열풍을 불러일으켰는지 묻는다면 확답할 수 없습니다.

@kaiagerber

이 현상을 지켜본 스페인 <보그> 컨트리뷰팅 에디터 마리아 킬레스(María Quiles)는 트렌드 기반의 독서 문화, ‘북톡’을 새로운 독서의 출발점으로 보면서도 양면성에 대해 경고합니다. “북톡이 독서의 시작점이 될 순 있지만,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길로 빠져선 안 됩니다. 좋은 책을 천천히 읽고 생각하는 즐거움을 놓치지 마세요.”

‘#북톡’의 인기

현재 #북톡 콘텐츠가 4,500만 개를 넘었습니다. 기존 인기 해시태그인 ‘#카톡(CarTalk)’과 ‘#무비톡(MovieTalk)’을 앞지른 규모죠. 최근에는 단순한 책 추천을 넘어 뷰티 루틴과 겟 레디 위드 미(GRWM) 형식의 콘텐츠로도 발전했습니다. 책 내용만큼 ‘책 읽는 이미지’도 중요해졌다는 의미일까요?

@elsadanielson

이처럼 북톡은 젠지가 독서의 세계로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는 건 분명합니다. 북톡의 여파로 Z세대 독서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거든요. 이탈리아 문화부가 발표한 ‘2024 독서 및 도서 구매 지표’에 따르면, 14~24세의 75%가 여가 시간에 책을 읽는다고 응답했습니다.

북톡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빠르게 확산됐고, 최근 몇 년간 크리에이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마드리드 도서전에서도 북톡커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드러났을 만큼 단순한 ‘틱톡 크리에이터’를 넘어 하나의 출판 생태계를 이끄는 셈인데요. 유명 북톡커의 팔로워를 보면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죠. @ir_zu, @maryam.and.books 같은 유명 북톡커는 이미 200만 가까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비롯한 수많은 북톡커들이 매일 수백 개의 북톡을 올려 트렌드는 쉽게 꺼지지 않고 있죠.

@ir_zu
@tks.library

실제로 미국의 10대 북톡커들 사이에서 콜린 후버(Colleen Hoover)의 <우리가 끝이야(It Ends with Us)>가 입소문이 났고 결국 영화화됐습니다. 지난 1월 아마존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한 마르타 갈리스테오 고메스(Marta Galisteo Gómez)의 <우리는 바이올렛(Somos Violetas)> 역시 북톡 덕을 톡톡히 봤죠. 틱톡에서 이 책을 검색하면 많은 북톡커의 리뷰를 볼 수 있습니다.

‘#북톡’의 부작용

북톡 콘텐츠가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그 부작용도 함께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톡’ 해시태그 내에서 스크롤링하다 보면 최근 유행하는 책이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많은 계정이 트렌드에 따라 같은 책을 소개하는 모습이죠. 마드리드에 있는 서점 베네데티(Benedetti)의 오너 오스카르 산초(Óscar Sancho)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비슷한 장르와 작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책이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톡 트렌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냈는데요. “많은 사람이 어떤 책을 읽었다고 과시하거나 단지 그 책을 언급하고 싶어서 독서를 합니다. SNS에서 독서광의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는 북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계속 새로운 책을 소개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결국 독서의 즐거움은 뒷전이 되죠.”

@elsadanielson
@tks.library

북톡 덕분에 독서 인구가 증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톡커들이 매일 발 빠르게 올리는 콘텐츠를 살펴보면, 독서의 목적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SNS에 짧은 감상을 남기기 위한 독서, 이른바 ‘스키밍(Skimming)’이라는 디지털 속독법이 화제가 되고 있거든요. 좋은 책을 천천히 되새기며 읽는 시간조차도 효율과 콘텐츠의 압박에 밀려나는 건 아닐까요? 책이 점점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게 됩니다.

건축가이자 작가인 페드로 토리호스(Pedro Torrijos)는 “주로 틱톡에서 비롯된 트렌드지만, 관심 경제와 즉시성 문화가 만든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심리학자 라우라 팔로마레스(Laura Palomares)는 “뭔가를 이해하거나 깊이 사유하기 위한 독서에서 점점 멀어지고, 노력과 집중력이 필요 없는 속독 중심의 독서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했죠.

María Quiles
사진
Instagram
출처
www.vogu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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