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을 위한 시계 키워드 4
작은 것이 중요하다. 여자들을 위한 최신 시계 키워드 네 가지.

숫자에 민감한 주인공 해롤드는 손목시계를 벗 삼아 시간에 의존하며 규칙적으로 살아간다.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그의 시계가 고장 나면서 자신이 비극적 결말을 맞는 소설 속 인물임을 자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계는 그의 삶을 통제했지만, 결과적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뉘앙스(Nuances), 예외(Anomalies), 미묘한 차이(Subtleties)와 같이 그저 하루를 장식한다고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훨씬 크고 고귀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삶을 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죠. (중략)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손목시계가 해롤드를 구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대사다. 영화는 일상의 작은 물건이 얼마나 비중이 큰지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한다.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시대에 우리가 시계를 착용하는 이유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해롤드에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재된 괴상한 손목시계가 있었다면, 우리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만들 시계는 역시 샤넬에 있다.
#Bleu
샤넬은 지난 4월 1일부터 일주일간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 2025’를 통해 새로운 워치메이킹 작품을 한가득 공개했다. 매년 핵심 주제에 대한 힌트를 담고 있는 부스 중앙의 커다랗고 둥근 거울은 파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J12는 2000년 블랙으로 첫선을 보였고, 3년 후 화이트 컬러로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마침내 블루 세라믹으로 그 새로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Arnaud Chastaingt)은 컬렉션 탄생 25주년을 맞아 J12에 처음으로 색을 입혔다. 매뉴팩처에서 5년 연구 끝에 개발한 특별한 블루 톤으로 물든 ‘J12 블루’는 아홉 가지 모델이 전부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것마저 놀랍다. 블루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사용한 엑스레이 버전과 천연 블루 사파이어를 세팅한 일부 디자인을 통해 ‘샤넬 블루’의 무한한 가능성을 부각했고, 견고한 매트 블루 세라믹을 바게트 혹은 카보숑으로 커팅해 보석처럼 사용했다. 25년 동안 세라믹 소재를 귀금속 수준으로 끌어올린 샤넬만의 노하우다. 시간을 가장 아름답게 들여다보는 방법은 이렇게 탄생한다.

#Blush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컬렉션이 하나 더 있다. ‘블러쉬’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최초로 메이크업 제품의 색과 질감을 현대 워치메이킹에 접목한 캡슐 컬렉션이다. 1920년대 향수 N°5를 비롯해 세련된 메이크업 라인을 출시하며 코스메틱 세계에 혁신을 일으킨 가브리엘 샤넬에게 헌정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파우더와 립스틱을 블랙 래커 케이스에 담아 평소에는 색을 숨김으로써 되레 더 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런 다면적인 이중성을 워치메이킹에 적용하고자 했습니다.” 아르노 샤스탱은 선명한 레드와 부드러운 핑크를 돋보이게 하는 블랙 래커와 같이 엄격함이 깃든 우아함과 정교한 구조, 대담하고 기하학적인 형태 등 언제나 시대를 앞선 창립자의 아이디어에 매료되었다. 아홉 가지 색조로 구성된 핑크 사파이어 58개로 샤넬 립스틱 컬러를 시각화한 ‘J12 핑크 팔레트’와 네일 폴리시 색상을 6개의 참 장식에 표현한 ‘프리미에르 참 블러쉬’ 시계가 대표적인 예다. 사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메이크업’이라는 주제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제품이다. ‘키스 미’ 시크릿 워치는 1954년 선보인 샤넬의 아이코닉한 립스틱을 그대로 재현했다. 블랙 티타늄 소재의 립스틱 튜브를 열면 앙증맞은 블랙 래커 다이얼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이아몬드, 오닉스, 로돌라이트를 세팅한 옐로 골드 체인으로 목걸이처럼 착용할 수 있어 주얼리라고 해도 손색없다. 아이섀도 팔레트 레 꺄트르 옹브르(Les 4 Ombres) 역시 주얼리 시계로 거듭났다. 총 37캐럿에 달하는 카보숑 컷 체리 레드 루벨라이트 4개와 핑크 투르말린 5개를 비잔틴 모티브처럼 배치한 오닉스 스퀘어 뒷면에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옐로 골드 다이얼이 숨겨진 ‘기브 미 럭’ 탈리스만 워치다. 목에 걸고 있으면 모든 소원이 이뤄질 것만 같다. 아르노 샤스탱은 다양한 예술 사조와의 접점을 찾아 독창적인 해석을 시도했다. ‘보이·프렌드 블러쉬’에는 키스를 보내는 마드모아젤을, ‘보이·프렌드 코코 아트’에는 거울을 보는 마드모아젤의 모습을 팝아트처럼 표현한 것. 특히 ‘코코 아트’의 이미지는 화이트 골드 다이얼 위로 연속적인 인화물 12개를 수작업으로 찍어내는 탬포그래피(Tampography) 기법을 통해 완성했다. 블러쉬 캡슐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는 ‘J12 드리핑 아트 박스’! 드리핑 아트에서 영감을 얻은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J12의 다이얼과 베젤 위로 네일 폴리시 드롭을 표현하기 위해 수백 번의 컬러 테스트와 200시간의 연구를 거쳤다. 서로 다른 무늬를 지닌 5개의 타임피스가 모이는 순간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예술품과도 같은 워치 세트는 래커 처리한 우드 박스에 담겨 출시된다.
#Première
1987년 남성적 코드에서 벗어나 오로지 여성을 위해 탄생한 ‘프리미에르’는 새로운 브레이슬릿을 추가하며 대담한 워치메이킹의 행보를 이어간다. 그 첫 번째는 하우스의 상징적 요소 중 하나인 브레이드를 적용한 뱅글 형태의 시계 ‘프리미에르 갈롱’이다. 브레이드 트리밍은 가브리엘 샤넬이 수트 실루엣을 강조하거나 주머니와 손목을 장식할 때 주로 활용한 디테일로, 프리미에르가 꾸뛰르 정신을 이어감을 의미한다. 다양한 샤넬 수트가 존재하는 것처럼 뱅글과 다이얼의 다이아몬드 유무에 따라 총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 두 번째는 가방 스트랩 모티브의 시그니처 브레이슬릿을 변형한 디자인이다. 손목에 체인을 두 번 감을 수 있는 ‘프리미에르 아이코닉 체인 더블 로우’의 변신이 크게 놀랍지 않다면, 팔각형 케이스를 펜던트처럼 연출할 수 있는 ‘프리미에르 아이코닉 체인 네크리스’에 주목할 것. 체인이 길어 목에 두 번 감아 초커처럼 착용할 수 있다. 프리미에르가 자유로움의 상징인 것은 바로 이 같은 유연함 덕분이다.
#Lion
가브리엘 샤넬은 1883년 8월 19일생, 사자자리다. 사자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베네치아의 상징이다. 캉봉가 아파트의 오브제부터 트위드 재킷 단추에 이르기까지, 사자가 샤넬을 아우르는 모티브이자 하우스를 관통하는 상징적 언어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는 시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사자는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으로, 그 권위 있는 모습과 우아함에 반했습니다.” 아르노 샤스탱은 사자를 테마로 한 ‘더 리옹 오브 마드모아젤(The Lion of Mademoiselle)’ 컬렉션을 통해 2025 오뜨 오를로제리의 본질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5개의 하이 주얼리 시계와 남성용 시계 ‘무슈 플래티넘 리옹 투르비용’도 있지만, 압권은 역시 눈부시게 빛나는 동물의 제왕이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는 탁상시계 ‘다이아몬드 아스트로클락’이다. “샤넬의 사자 조각은 첫 스케치부터 모델링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며 모습을 갖춥니다. 사자에 대한 깊이 있는 해부학적 지식과 섬세한 예술 감각이 완벽한 균형을 이뤄야만 가능한 작업이죠.” 눈부시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5,037개로 장식한 화이트 골드 사자는 흑요석 공 위에 앞발을 살포시 올린 채 아스트로클락 메커니즘을 품은 구체를 지키고 있다. 회전하는 행성 위의 혜성과 사자자리가 각각 시간과 분을 표시하고,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회전 구체가 시계가 작동 중임을 알린다. (VK)
- 에디터
- 김다혜
- 포토
- Courtesy of Chanel Wat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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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EL WAT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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