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inted Matter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전설적인 1997 봄 컬렉션 ‘Body Meets Dress, Dress Meets Body’의 올록볼록한 상의와 치마를 입은 모델 마티 폴. 존 갈리아노가 선보인 1996 가을 지방시(Givenchy) 오뜨 꾸뛰르 모자를 함께 착용했다.

Take Two 모델 아조크 다잉이 입은 검정 스커트 수트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óbal Balenciaga)의 1953 오뜨 꾸뛰르 컬렉션. 프라다(Prada)의 진홍색 실크 블라우스와 폴라 로완(Paula Rowan)의 노란색 장갑,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의 흰색 구두와 스타일링했다. 폴이 착용한 구조적인 검정 재킷은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의 1986년 작품. 여기에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2017 봄 컬렉션 모자를 비롯해 루이 비통(Louis Vuitton) 보디수트와 샌들, 피비 파일로의 커다란 러플 브로치를 곁들였다.

State of the Arts 크림색 홀터넥 실크 드레스는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의 2008 봄 컬렉션. 속이 비치는 니트 상의는 에르메스(Hermès), 양말은 칼제도니아(Calzedonia), 흰색 구두는 마놀로 블라닉(Manolo Blahnik).

In Bloom 카네이션 프린트가 인상적인 바이어스컷 드레스는 멕시코 배우 돌로레스 델 리오(Dolores del Río)에게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의 1995 가을 컬렉션을 통해 처음 소개했다. 작은 동그라미 패턴을 더한 검정 드레스 가운은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Going Clear 프라다(Prada) 2002 가을 컬렉션을 대표하는 비닐 트렌치 코트에 악어가죽 소재의 에르메스(Hermès) 1992년 빈티지 ‘켈리’ 가방을 매치했다. 상의와 레깅스는 실바(Sylva), 팔찌는 비오네(Vionnet).

Off the Grid 둥근 어깨 실루엣의 체크무늬 코트와 메리 제인 플랫폼 샌들, 높이 솟은 모자는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 시절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2006 가을 컬렉션. 거의 2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멋지다. 검정 미니스커트는 페라가모(Ferragamo).

Upstairs, Downstairs 프라다(Prada) 니트 상의와 타이츠에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1994 가을 시즌 버슬 장식 반바지와 발렌시아가(Balenciaga) 2006 가을 시즌 플랫폼 슈즈를 조합했다. 손에 쥔 펜디(Fendi) ‘바게트’ 가방은 2008년 봄 리시오 재단(Fondazione Lisio)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것이다.

Full Stretch 분홍색 꽃 덩굴 자수 장식이 로맨틱한 볼 드레스와 검정 시가렛 팬츠 조합은 디올(Dior)의 2012 가을 오뜨 꾸뛰르 룩. 안에 입은 흰색 민소매 상의는 짐멀리(Zimmerli).

Eras Tour 검정 레이스를 정교하게 덧댄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1996 가을 컬렉션 재킷에 크고 작은 진주를 엮은 샤넬(Chanel)과 지방시(Givenchy)의 빈티지 목걸이를 한가득 둘렀다. 흰색 스커트는 마르니(Marni), 보라색 가죽 장갑은 폴라 로완(Paula Rowan).

Fair Play 검정과 다홍 조합이 강렬한 다잉의 드레스는 크리스찬 라크르와(Christian Lacroix)의 1997 가을 오뜨 꾸뛰르 작품. 폴은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1995 가을 컬렉션의 붉은 재킷과 드레스를 착용했다.

Conversation Pieces 스웨이드 조각을 덧입힌 공예품 같은 드레스는 로에베(Loewe) 2015 봄 컬렉션 의상. 주름진 신문으로 만든 장식을 더한 밀짚모자는 스티븐 존스(Stephen Jones)가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2001 봄/여름 컬렉션을 위해 제작한 것이다.

Five of Cups 로에베(Loewe) 코트에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이 1956 가을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 선보인 드레스를 매치했다. 노란 장갑은 아니엘(Agnelle), 흰색 펌프스는 피비 파일로(Phoebe Philo).
1980년대부터 오래된 옷을 자주 입기 시작했지만, 그때만 해도 ‘빈티지’는 옷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아니었다. 와인이나 자동차는 떠올렸어도, 옷과는 관련이 없었다. 어린 시절, 고모할머니 헬렌(Helen)의 푸아레(Poiret) 코트나 올이 풀린 오팔색 포르투니(Fortuny) 드레스가 담긴 낡은 상자에서 옷을 골라 입었다. 남동생들에게도 옷을 입혀 꾸뛰르 모델 같은 포즈를 취하게 한 뒤 내가 그 ‘쇼’의 마지막을 완성하곤 했다(어머니는 그 옷이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삶에 남길 바란 것 같다. 비록 1960~1970년대에 그 옷을 직접 입진 않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 놀이는 오래가지 않았고, 나는 곧 패션 잡지의 형태와 이야기를 직접 만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옷 상자 속 드레스와 케이프, 코트가 지닌 아름다움은 감각의 언어처럼 내게 남아 있다. 패션을 즐길 여유가 없던 1970년대 후반 옥스퍼드 대학 시절에는 런던 브랜드 보이(Boy)의 펑키한 바지를 중고 가게에서 산 자수 장식의 중국식 드레싱 가운과 매치했다. 옥스퍼드에서 발견한 가장 큰 보물은 1930년대 것으로 추정되는 감귤색의 매끄러운 바이어스컷 드레스. 모두 소매가 봉긋한 태피터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갈 때 나 혼자 완전히 상반되는 그 빈티지 드레스를 입었다.
그 시절 중고 가게는 보석 같은 빈티지 의상으로 가득한 알라딘의 동굴과도 같았지만, 정작 아무도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용감하고 아름다운 고모할머니처럼 입고 싶었다. 그녀는 예술가의 뮤즈이자 채찍처럼 날렵한 반항아였으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의 선구적인 여성 참정권 운동가였기 때문이다. 헬렌의 태피터 프록 코트와 멋진 줄무늬 벨벳 바이어스컷 드레스는 포르투니 드레스, 푸아레 코트와 함께 여전히 내 옷장에 자리하고 있다.
옥스퍼드 졸업 후 영국 패션 잡지 <하퍼스 앤 퀸(Harpers & Queen)>에서 ‘쇼핑 바자 에디터’라는 직함의 신입 패션 에디터로 일했다. 그때 런던에서 쇼를 선보이던 꼼데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와 요지 야마모토를 필두로 한 일본 디자이너들을 알게 되었다. 프록 코트나 찰스 제임스(Charles James)풍 실루엣을 통해 오뜨 꾸뛰르의 본질을 탐구하는 그들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프록 코트와 조끼를 구하기 위해 앤티크 코스튬 앤 텍스타일 갤러리(Gallery of Antique Costume and Textile)와 무대의상 경매장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출근할 때마다 중절모나 빈티지 티 드레스를 곁들여 <올리버 트위스트>의 아트풀 다저(Artful Dodger) 스타일로 입기 시작했다.
마리오 테스티노와 촬영을 준비하면서 18세기 초상화 같은 분위기를 간절히 원한 적 있다. 그에 어울리는 프릴 셔츠나 조끼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던 중 존 갈리아노의 1984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쇼를 보게 되었다. ‘Les Incroyables’ 컬렉션은 경이로운 모델 수지 빅(Susie Bick)과 함께한 촬영에 영감을 주었을 뿐 아니라, 존 갈리아노와 만나 친구가 되고 사랑에 빠지며 나만의 패션 세계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존과 함께 일하며 비오네(Vionnet)의 바이어스컷이 가진 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피부에 밀착되면서 관능적으로 몸을 감싸는지, 어떻게 드레스가 살아 있는 조각처럼 점차 성장하며 몸에 적응하고 그 일부가 되어가는지에 대해 말이다. 테일러드 헌팅 재킷의 내부 구조, 퀼팅과 봉제 작업으로 실루엣을 구축하는 방식, 각기 다른 어깨 패드로 섬세하게 멋진 볼륨을 만들어내는 법 등 존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동시에 나는 빈티지 피스와 현대 패션의 유사점에 대해서도 탐색하기 시작했다. 100년 전 옷과 현대적 아이템을 함께 입는 것이 몹시 즐거웠고, 그 기쁨은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2025년 관점에서 본다면, 지난해에 산 바지를 1986년의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 재킷과 매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1980~1990년대 런던에는 놀라운 빈티지 가게가 많았다. 코르누코피아(Cornucopia), 안티쿠아리우스(Antiquarius), 메어리드 르윈(Mairead Lewin), 런 앤티크(Lunn Antiques) 그리고 야생화를 수놓은 스피탈필즈 실크 소재의 19세기 웨딩드레스를 발견한 앤티크 코스튬 앤 텍스타일 갤러리까지. 존이 파리로 옮긴 1989년 무렵, 벼룩시장은 그야말로 보물 창고였다. 섬세한 20세기 초 보일 블라우스, 몸에 착 붙는 1910년대 검정 스커트와 롱 코트, 반짝이는 1920년대 슬립 드레스로 가득했다. 나는 특히 바랜 금빛의 홀스턴(Halston) 홀터넥 드레스를 즐겨 입었고, 속이 거의 다 비치는 얇은 모슬린 원단의 줄무늬 점프수트와 함께 스타일링하곤 했다.
1997년부터는 샤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칼 라거펠트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정교한 트위드 테일러드 수트를 입었지만, 나는 웨일스에서 찾은 1930년대 롱 바이어스 드레스를 고수했다. 웰시풀(Welshpool)에 위치한 빈티지 숍 애시맨즈 앤티크 앤 올드 레이스(Ashmans Antiques and Old Lace)의 주인 다이앤 애시맨(Diane Ashman)은 1975년부터 옷을 수집해왔으며, 나는 그곳에서 슬리퍼 새틴 소재로 된 1930년대 웨딩드레스를 한 아름씩 사들였다. 드레스를 서로 겹쳐 입거나 꼼데가르송과 준야 와타나베, 멋진 마놀로 블라닉 신발과 믹스했다. 뉴욕 역시 빈티지 천국이었다. 앙드레 레온 탈리(André Leon Talley)의 초대로 할렘에 있는 교회에서 부활절을 보냈을 때 앙증맞은 보라색 웅가로(Ungaro) 드레스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 위로 밝은 초록색의 풍성한 양털 재킷을 걸치고, 필립 트레이시(Philip Treacy)의 작은 베일 모자를 썼다.
칼은 내가 스튜디오에 불어넣은 믹스 매치를 좋아했던 것 같다. 처음 그와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정확하게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다만 그는 자신의 최근 작업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을 뿐이다. 그래서 존과 일한 방식대로 그에게 무언가를 계속 보냈다. 리본, 장미 모티브의 작은 아라베스크 문양을 새긴 에나멜 단추 세트, 내가 아끼는 웨딩드레스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칼 자신이 아이디어의 원천이며, 패션에 대한 탁월한 시각적 기억력을 가진 그에게 그런 자극은 필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상치 못한 조합을 보는 걸 무의식적으로라도 즐겼다고 생각한다.
함께 작업하던 모든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받았다. 그들은 아이디어와 레퍼런스가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였다. 아틀리에를 오케스트라처럼 지휘하며, 스튜디오 장인의 미세한 손끝 떨림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빈티지는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일종의 소리굽쇠로 활용했다. 예를 들어 존은 비오네와 찰스 제임스의 꾸뛰르 기법, 새빌 로의 테일러링, 런던 거리 문화로 이어진 18세기 데카당스에 매료되었다.
반면, 칼은 가브리엘 샤넬의 컬렉션을 분석하며 파악한 리듬과 반복되는 주제를 비범한 열정을 통해 즉흥적으로 해석하며, 이를 패션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변주했다. 그는 발맹과 파투에서 꾸뛰르 기법의 모든 디테일을 익혔고,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케이프나 가운 제작 방식을 모조리 훑었다. 게다가 거의 모든 패션 서적과 일간지, 매거진을 섭렵한 방대한 도서관 수준의 기억력 덕분에 동시대 패션을 단숨에 분석할 수 있었다. 칼은 특정 빈티지 피스를 보고 수십 년 동안 어떤 점진적인 변화를 거쳤는지 시대순으로 정확하고 권위 있게 짚어냈다.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가 언제, 어느 오페라 작품에서, 어떤 역할로 노래했는지를 단번에 기억해내는 것처럼 말이다.
펜디에서 일할 땐 하우스 아카이브에 조예가 깊은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를 보며 감탄했다. 100년에 걸친 역사는 물론 어린 시절 스튜디오와 쇼장, 심지어 광고 캠페인 촬영장에서 작업하던 어머니와 이모들의 모습까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로마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Palazzo della Civiltà Italiana)에 보관된 펜디 아카이브와 빈티지 작품의 연결성은 그녀가 빈티지를 재해석하는 방식을 더 개인적이고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킴 존스(Kim Jones)는 펜디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빈티지에 접근했다. 종종 하우스 초기의 특정 시기, 예를 들면 2000년에 초점을 맞춘 다음 일본이나 로스앤젤레스의 이색적인 빈티지 요소를 자신의 아이디어와 결합했다. 테일러링 기술을 드레스와 접목하거나 꾸뛰르 빈티지 드레스메이킹을 테일러링에 적용하기도 했다. 20세기 패션에 대한 킴의 지식은 압도적이었지만, 재단 기술을 바라보는 눈은 예술가의 추상적인 힘과 맞먹었다.
최근 독창적인 스타일을 찾으려는 시도로 이전 컬렉션을 다음 컬렉션으로 덮어버리는 패션의 순환 속도가 어느 때보다도 빨라졌다. 셀러브리티와 스타일리스트, 보기 드물게 꾸뛰르 기술을 사랑하는 이들은 희귀하고, 아름답고, 대담하며, 경이로운 구조를 지닌 것을 구하기 위해 웹사이트와 수집가들의 비밀 창고까지 낱낱이 뒤지고 있다. 언제나 오뜨 꾸뛰르에는 시간을 초월하는 특별함이 있다고 믿어왔다. 유행의 광풍을 견뎌내는 어떤 힘 말이다. 핵심은 그것을 색다른 신발이나 단순하지만 멋진 스웨터와 매치해 변주하는 것이다. 물론 최고의 빈티지 피스는 어떤 것을 더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하지만, 아침을 먹으러 갈 때 빈티지 꾸뛰르를 입으려면 움직임의 자유로움을 고려해야 한다. 내게 아름다움은 곧 우아함이기 때문이다. 최근 멧 갈라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 레드 카펫 룩은 극적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빈티지 의상은 언제 어디서나 조용하고 꾸준하게 착용되고 있다. 빈티지 바이어스 슬립 드레스에 1970년대 엘사 퍼레티의 티파니 커프나 1990년대 헬무트 랭 힐, 혹은 지금도 판매하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타비 부츠를 더하는 식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그거 어디서 났어요?”
이번 패션 화보에서는 단순히 레드 카펫에서 봐오던 상징적인 드레스만 촬영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훌륭한 빈티지 의상이 누군가 입어주고, 새로운 비율로 변형하고, 다른 실루엣과 조합하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길 기다리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무용수를 계속 새로운 파트너와 짝지어 다시 무대로 초대하는 것과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의 ‘기사들의 춤(Dance of the Knights)’ 리듬 속으로 빠져드는지도 모른다. 패션사의 흐름에 대한 헌사로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최근 발렌티노 꾸뛰르 쇼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곡이다.
오늘날 패션은 때때로 지나치게 노출되고 있다. 더 적은 의상이 제작되지만, 온라인과 매거진, 광고, 레드 카펫에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의 영리함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컬렉션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어, 의상을 소량씩 분산해 공개하고 판매하는 강력한 드립 피드(Drip Feed)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의상에 더욱 특별한 느낌을 갖도록 만든다. 아제딘 알라이아 역시 시즌과 무관하게 컬렉션을 선보여 희소성과 집중도를 유지했다. 어쩌면 우리는 점차 새로운 방식의 쇼핑 패턴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정으로 위대한 빈티지는 수집가와 문화 기관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큐레이터의 시선이 과거와 미래를 모두 향하면서, 박물관과 수집가들은 인정할 만한 기술과 비전을 가진 디자이너의 최근 작품까지 정기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 작품의 가치가 단 1~2년 만에 금싸라기만큼 높아지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이를테면 존 갈리아노, 이브 생 로랑, 칼 라거펠트나 알렉산더 맥퀸 같은 디자이너의 특정 의상을 구하고자 하는 간절한 욕망은 그것이 결코 다시 생산되지 않는다는 냉혹한 사실에서 기인한다. 혹여 여러 브랜드에서 그들의 아카이브 피스를 복각한다 해도 그 마법 같은 감각은 이미 사라진 뒤다. 오리지널은 그 자체로 어떤 힘을 지닌다. 바느질 땀의 리듬, 세월이 만든 원단 표면의 광택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 안에서 디자이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물론 현실적인 측면에서 빈티지 피스가 최근 제작한 의상만큼 견고할 수는 없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 연구소(The Costume Institute)의 큐레이터 앤드류 볼튼(Andrew Bolton)이 찰스 제임스 회고전과 최근 전시 주제 ‘슬리핑 뷰티: 다시 깨어난 패션’을 기획할 때 설명해준 것에 따르면, 빈티지 의상은 원단 자체의 내재적 결함으로 완전히 분해되어 겨우 실크 조각만 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빈티지를 착용하는 것은 곧 그것을 파괴하는 일이다. 몸의 움직임은 물론 우리 피부에서 묻어 나오는 유분과 향수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티지를 입는 것은 그 옷의 수명과 미래를 고려하는 일을 의미한다.
반면 상태가 좋은 최근의 빈티지는 단순히 새롭게 스타일링하면 된다. 한동안 피비 파일로의 셀린느를 수집했는데, 그녀의 옷이 얼마나 강한 생명력을 지녔는지 계속 깨닫게 되었다. 그저 레깅스 한 벌과 가장 좋아하는 마놀로 블라닉 힐만 있으면 멋진 오피스 룩이 완성됐다. 과거의 유물과도 같은 유행의 순환을 끊어내려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옷을 새로운 조합으로 끊임없이 착용해야 한다. 같은 건반으로 언제나 다른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VK)
- 포토그래퍼
- Théo de Gueltzl
- 스타일리스트
- Amanda Harlech
- 모델
- Ajok Daing, Maty Fall
- 헤어
- Eugene Souleiman
- 메이크업
- Ammy Drammeh
- 네일
- Jenny Longworth
- 테일러
- Della George
- 세트
- Danny Hyland
- 프로덕션
- LG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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