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에 소리를 입히는, 미셸 고베르의 무대 너머
기억에 남는 런웨이에는 늘 미셸 고베르의 음악이 흐른다. 하나의 장르가 된 미셸의 첫 번째 책 <Remixed>에는 무대 너머 그의 모습이 담겼다.

패션이 시각예술이라면, 미셸 고베르(Michel Gaubert)는 그것에 소리를 입힌다. 샤넬과 디올, 루이 비통, 발렌티노는 물론 펜디, 로에베, 프로엔자 스쿨러, 사카이, JW 앤더슨에 이르기까지. 그가 ‘스타일링’한 음악은 순식간에 런웨이의 공기를 바꾸고 쇼 분위기를 정의한다. 40여 년 동안 음악, 패션과 함께한 그의 여정을 담은 책 <Remixed>의 출판을 기념하며 미셸 고베르와 <보그 코리아>가 대화를 나눴다.
책 제목이 ‘Remixed’다.
‘리믹스(Remix)’는 기존 곡에 여러 효과를 넣거나 아예 다른 스타일로 재편곡하는 것을 의미하는 음악 용어지만, 내게는 끊임없는 진화를 상징한다. 늘 리믹스를 통해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다.
DJ이자 프로듀서인 당신이 책을 출간한 이유가 궁금하다.
일부 에피소드는 분명 터닝 포인트였지만, 어떤 에피소드는 굳이 공유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모두 나에게 경험의 스펙트럼을 넓혀준 시간이다.
1990년 3월 어느 밤, 칼 라거펠트가 당신에게 샤넬 쇼의 음악을 바꿔달라고 급히 전화했다. 그리고 당신은 그다음 날 펼쳐진 샤넬 런웨이에 릴 루이스(Lil’ Louis)의 ‘I Called U(But You Weren’t There)’를 틀었다.
처음엔 무척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 같았다. 시카고의 하우스 음악가인 릴 루이스의 음악을 런웨이를 통해 공유하는 건 내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파격을 의도한 건 아니었다.(웃음) 훌륭한 음악을 만들며 패션을 경외하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라거펠트는 음악을 깊이 사랑했고 당신과의 협업을 즐겼다. 그와 함께한 작업 중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언제인가.
셀 수 없이 많지만 쿠바에서 진행된 샤넬 2017 크루즈 쇼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쿠바 음악에 엄청난 열정이 있었고, 우리는 쇼와 파티를 위해 쿠바 음악가 50명과 함께 작업했다.

캘리포니아에서 펼쳐진 디올 2018 크루즈 쇼에서는 리허설도 없이 잼 세션을 연출했다.
완전히 즉흥적이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말 짜릿했다.
위험을 감수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
‘위험을 감수한다’보다는 ‘기회를 잡는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기회를 잡는 일은 종종 최고의 결과로 이어진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 궁금하다.
데이비드 보위와 그의 또 다른 자아인 지기 스타더스트 그리고 디자이너 간사이 야마모토. 이 셋은 나에게 시각적 요소가 음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했다. 올바른 사운드를 찾기 위해선 먼저 비전이 필요하다. 옷은 자기 확신을 위한 엄청난 도구이며, 어느 정도는 해방의 도구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나는 늘 이 둘을 연결해왔다.
패션쇼에서 음악은 어떤 역할을 하나.
쇼에서 음악은 매우 중요하다.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고, 시야를 확장한다.
브랜드와의 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정해진 규칙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친밀한 교류다.
프랭크 오션, 엠아이에이 같은 아티스트와도 작업한다. 그들과 작업할 때 이견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매우 유연한 편이다. 모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언제나 해답을 찾는다.(웃음)
음악을 고를 때, 직관에 의존하는 편인가.
본능적인 직관과 철저한 계산 모두 필요하다. 패션은 시대의 반영이다. 쇼를 보며 시대를 느낄 수 있는 음악을 고르는 것이 나의 임무다.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음악 플랫폼에서 탄생하는 음악을 패션과 접목하나.
나는 진공청소기다.(웃음) 어디에서 온 소리든 내 귀에 좋게 들리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용한다.
파리 르 팔라스(Le Palace)에서 DJ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
그렇다면 음악이 지닌 강력한 메시지는.
그 역시 자신감.
당신의 인생이라는 런웨이를 걸을 때 어떤 음악이 흐를까.
루 리드(Lou Reed)의 ‘Walk on the Wild Side’. (VK)
- 패션 에디터
- 신은지
- 포토그래퍼
- Ezra Petron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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