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엔 영국 소설 주인공처럼 ‘할머니 잠옷’ 입기!
2014년에 선보인 ‘This Is What a Feminist Looks Like(페미니스트는 이렇게 생겼다)’ 슬로건 티셔츠, 기억하십니까? 엠마 왓슨, 알렉사 청, 레나 던햄, 정치인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까지 입었던 그 셔츠! 해시태그 페미니즘 열풍은 오래전에 지나갔지만, 소위 ‘할머니’ 키워드가 떠오르면서 그 문구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궁금해졌죠. ‘과연 요즘 할머니는 어떻게 생겼을까?(What does a granny look like?)’

패션계의 흐름을 보면 그 답은 명확합니다. 브리티시 <보그> 쇼핑 에디터 조이 몽고메리는 오늘날 할머니의 옷차림, 이른바 그래니 룩(Granny Look)은 정형외과용 플랫 슈즈, 머리에 쓰는 용도의 실크 스카프, 니트 카디건, 발목 길이 플리츠 스커트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어쩐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떠오르죠). 그리고 2025년 여름 시즌을 대표하는 아이템은 ‘할머니의 잠옷’이 될 거라고 선포했죠. 그녀들의 나이트 드레스요!
미우미우와 끌로에 같은 브랜드는 이미 런웨이에서 선보였으며, 알렉사 청과 <보그> 에디터들까지 매료됐죠. 할머니의 나이트 드레스는 가볍고 통기성 좋은 면 소재에 루스한 실루엣으로, 리본과 레이스, 브로드리 앙글레즈(Broderie Anglaise) 같은 펀칭 자수의 섬세한 디테일이 특징입니다. 뜨개 전문 잡지에 나올 법한 광고 드레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드레스의 진가는 스타일링에 달려 있습니다.
브리티시 <보그> 패션 피처 디렉터 줄리아 홉스(Julia Hobbs)는 이번 시즌, 나이트 드레스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녀는 러플 장식과 펀칭 자수 디테일이 돋보이는 코튼 미니 드레스에 벌레의 눈처럼 생긴 커다란 선글라스와 실버 주얼리를 매치했죠. 뜨거운 햇살 아래 완벽한 여름 룩이었고요. 홉스는 “여름이 오면, 제 안의 또 다른 자아가 깨어납니다. 클레어오(Clairo)의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 나이트 드레스보다 조금 더 가벼운 홈 드레스를 입고 맨발로 다닐 거예요”라고 말했죠. “최근에는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의 위트 넘치는 브랜드 ‘아임 쏘리(I’m Sorry)’의 새틴 베이비 돌 드레스를 즐겨 입어요. 성숙한 소녀 감성을 담은 무드랄까요.”
이 트렌드에는 영화 <처녀 자살 소동>의 감성이 흐릅니다. 영국 고전소설 속 여성들처럼 영화 속 다섯 자매가 잠옷 같은 긴 나이트 드레스를 입었죠. 밀착되는 Y2K 스타일이 주를 이룬 최근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입니다. 소녀 같으면서도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이 스타일은 요즘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감성적·신체적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둠스크롤링과 암울한 뉴스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줄 코티지코어 판타지 같은 것이죠.
하지만 나이트 드레스가 아무리 시골 몽상가의 판타지를 품고 있어도, 현대적인 스타일링이 더해지면 일상에서도 실현 가능해집니다.
최근 ‘이프 온리 이프 나이트웨어(If Only If Nightwear)’와 나이트 드레스 컬렉션을 선보인 패션 저널리스트 할링 로스 안톤(Harling Ross Anton)은 드레스 스타일링에서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나이트 스타일 드레스는) 본래 개성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는데, 옷을 고를 때 이런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요”라고 설명했죠. “구조적인 신발(로퍼나 청키 샌들), 적절한 주얼리, 무게감 있는 백(스웨이드나 가죽 소재)을 매치하면 나이트 드레스를 일상복으로 활용할 때 유용한 도구가 되죠.”
즉 후줄근하거나 지나치게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나이트 드레스에는 멋을 내거나 격식 있는 자리에서 사용할 법한 액세서리를 더해주면 룩의 중심이 무난하게 잡힌다는 이야기죠.
도엔(Dôen), 릭소(Rixo), 리포메이션(Reformation) 같은 브랜드는 믿을 수 있는 선택지죠. 특히 몸에 달라붙지 않는 디자인을 선호한다면, 릭소의 ‘네로니 드레스’나 셔링 디테일이 들어간 도엔의 ‘마리안 드레스’를 고려하세요. ‘타이타닉호 갑판에 서서 바다의 심장을 움켜쥐고 있는 할머니’ 같은 분위기를 원한다면 자수와 레이스가 풍성한 클래식 루스핏을 추천합니다. 댐슨 매더(Damson Madder)의 ‘엘스페스 드레스’가 대표적이죠. 빈티지 감성을 사랑하는 이들은 엣시(Etsy)나 이베이(eBay)에서 ‘Vintage Edwardian Nightie Dress(빈티지 에드워드 시대 나이트 드레스)’를 검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할머니 스타일’이 이토록 우아하고 시크해 보인 적은 없었습니다. 스크롤을 내려 <보그>가 엄선한 최고의 그래니 나이트 드레스 리스트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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