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평생 입게 될 단 하나의 재킷
현대 패션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파리가 있기 때문이죠. 파리 패션 위크는 여타 도시의 패션 위크와 비교조차 불가능한 규모를 자랑하고, 꾸뛰르 브랜드는 프랑스를 거점으로 활동합니다. 생토노레와 몽테뉴 거리에는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끝을 모르게 들어서 있고요. 하지만 화려할 것 같은 프랑스 패션을 상징하는 아이템은 아이러니하게도 ‘작업복’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프렌치 워크 재킷입니다. 이름이 다소 생소할 순 있어도, 거리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아이템이죠. 프렌치 워크 재킷의 원형이 탄생한 것은 약 200년 전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더 튼튼한 옷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죠. 딱딱한 코튼이나 몰스킨 소재로 제작되고, 전면부에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워크 재킷은 안전하면서도 실용적이었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철도 회사는 옷에 묻은 먼지나 기름때가 눈에 띄지 않도록 노동자들에게 파란색으로 염색한 재킷을 보급했죠. 프랑스인들은 이 재킷을 ‘파란 작업복(Bleu de Travail)’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가 아는 프렌치 워크 재킷의 시작이었죠.

프렌치 워크 재킷이 노동자를 위한 옷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실용성과 멋을 이유로 프렌치 워크 재킷을 선택한 덕분이죠. 프리다 칼로의 남편인 화가 디에고 리베라는 점잖은 수트 베스트 위에 데님 소재 워크 재킷을 매치했습니다. ‘액션 페인팅’이라는 역동적인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던 잭슨 폴록은 페인트가 묻은 프렌치 워크 재킷을 유니폼처럼 입었고요. 전설적인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빌 커닝햄은 “더 많은 필름 롤을 휴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평생 프렌치 워크 재킷만 고집했습니다. 자유분방하고 저항 정신으로 가득했던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은 프렌치 워크 재킷은 시간이 흐르며 캐주얼 스타일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습니다. 시크한 스타일링을 즐기는 파리지엔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이고요.
유행보다는 취향을 따르는 요즘 패션계의 흐름 탓일까요? 최근 프렌치 워크 재킷을 꺼내 입는 셀럽이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해리 스타일스인데요. 4월 초, 그는 더 로우의 재킷과 로퍼에 발렌티노의 수트 팬츠를 매치한 룩을 선보였습니다. 컬러 포인트는 바지 끝단 아래 드러난 흰 양말이 담당했고요. 지난 3월에는 핑크색 니트 위에 프렌치 워크 재킷을 걸쳤습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따라 할 법한 룩이었죠.

자신이 투자한 브랜드 S.S. 달리의 2025 봄/여름 컬렉션에 참석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핀턱이 잡힌 치노 팬츠에 짙은 남색 프렌치 워크 재킷을 조합했죠. 작업복에서 평상복으로 변모한 아이템과 크로셰 소재 코르사주의 조합이 눈에 띄었습니다.
최근 하이더 아커만은 프렌치 워크 재킷을 입고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녀이자 패션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는 벨라 프로이트(Bella Freud)의 팟캐스트에 출연했습니다. 평소 군복과 빈티지 워크 웨어를 즐겨 입기로 소문난 하이더답게 스타일링 역시 범상치 않았죠. 파이핑 디테일을 더한 실크 셔츠 위에 워크 재킷을 걸쳤습니다. 자신이 즐겨 매는 폴카 도트 스카프도 잊지 않았고요. 온갖 스타일이 혼재하는 룩이었지만, 프렌치 워크 재킷이 중심을 잡아준 덕에 위화감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프렌치 워크 재킷이 지금과 같은 ‘개성의 시대’에 더없이 어울리는 아이템이라고 확신한 순간이었죠.
하이더 아커만의 복잡한 스타일링에 지레 겁먹지 마세요. 프렌치 워크 재킷은 가벼운 캐주얼 룩을 연출하기에도 적합하니까요. 제이콥 엘로디는 프렌치 워크 재킷 디자인을 차용한 오버사이즈 셔츠에 흰 티셔츠를 매치했습니다. 케이티 홈즈는 버건디 컬러 슬립 드레스를 활용하며 ‘잘못된 재킷’ 이론을 따랐고요. 툭 걸쳐도 멋스러운 것은 물론 다재다능한 매력까지. 이런 아이템이야말로 ‘평생 입을 수 있는 옷’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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