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폴 고티에가 누군지 모를 순 있어도, 80년대 마돈나의 호전적 콘브라 코르셋에 대해 모르긴 어렵다. 게다가 남자 모델들에게 킬트 스커트를 입히기 시작한 게 리카르도 티시라고 믿는 풋내기라면 이 전시를 놓쳐선 안 된다.
지난 2011년 6월 전 세계 투어를 시작한 고티에의 회고전은 지금까지 8개국 11개 도시를 순회하며 220만 명 이상 관람객을 모았다. 그리고 대장정을 화려하게 장식할 마지막 전시가 서울 DDP에서 열린다.
3월 26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될 이 전시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21번째 프로젝트로 기획됐으며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알기엔 지나치게 거장이 됐지만, 그의 작업은 요즘 젊은이들이 환호해 마지않는 후드 바이 에어나 베트멍 못지않은 파격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1976년 첫 컬렉션 때 선보인 변형 뷔스티에부터 마돈나가 1992년 amfAR 행사 캣워크 때 직접 입은 젖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점프수트, 카일리 미노그의 2008년 투어 의상으로 전신 타투처럼 보이는 후광 장식의 전신 레이스 수트, 디타 본 티즈를 위해 아름답고도 기묘한 벌레스크 쇼 의상 등등.
또 페드로 알모도바르, 뤽 베송, 피터 그리너웨이 같은 영화감독과 자주 일했으며 이번 전시에 그 영화 의상도 포함한다. 피에르와 질, 피터 린드버그, 신디 셔먼, 앤디 워홀 등 예술가와 협력한 작업은 단순한 패션 회고전 범위를 넘어선다.
팝 음악 같은 대중문화부터 런던 펑크 신의 하위문화, 전 세계 곳곳의 문화(게이샤, 미국 원주민, 투우사 등)를 아우르며 늘 놀랄 만한 반전을 거듭한 고티에 작품 세계를 감상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