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도 주위에 로맨틱한 핑크를 흩뿌리면 단숨에 존재감 넘치는 밴드의 프런트맨으로 변신한다. 메이블린 뉴욕 ‘블러쉬 누드 팔레트’의 컬러 중 ‘애프터아워즈’와 ‘모카’를 이용해 눈매에 음영을 연출한 뒤 ‘란제리’와 ‘옥스블러드’ 같은 사랑스러운 핑크를 이용해 관자놀이까지 물들이듯 덧발랐다. 실크 봄버 재킷은 파우스토 푸글리시(Fausto Puglisi). 가죽 초커는 재나 베인(Zana Bayne). 콘 디테일 브레이슬릿은 에디 보르고(Eddie Borgo). 건메탈 링은 본드 하드웨어(Bond Hardware).

색의 충돌은 ‘라몬즈’의 돌직구 가사만큼 명료하다. 화장을 잘 못해도, 멋을 부릴 줄 몰라도 괜찮다. 색상환의 반대편에 위치한 컬러를 동시에 사용할 용기만 있다면 이미 당신은 펑크 룩의 절반은 연출한 셈이다. 가죽 오버올은 샤히스타 라라니(Shahista Lalani), 스트레치 소재의 메시 톱은 패트리샤 필드(Patricia Field).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속 펑크 헤로인, 루니 마라를 동경하고 있나? 밝게 탈색한 눈썹과 매트한 질감의 퓨어 레드 립스틱을 매치하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고의 강렬한 사운드를 송출하는 이 룩을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 말라 벨트는 메이블린 뉴욕 ‘비비드 매트 립스틱 스칼렛 레드’를 사용했다. 코르셋 드레스는 더 블론즈(The Blonds). 진주와 크리스털, 가죽 소재의 초커는 팰런(Fallon). 실버 참 귀고리는 에디 보르고(Eddie Borgo).

“어떤 애가 내게 와서 펑크가 뭐냐고 물으면 쓰레기통을 발로 차며 ‘이런 게 펑크다’라고 말할 거야. 그러면 그 애가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차면서 ‘이게 펑크야?’라고 말하겠지. 그럼 ‘아니 그건 유행을 따라 하는 것뿐이야’라고 답할 거야.”
‘그린데이’의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의 유명한 ‘펑크 설명문’이다. 어둡고, 무섭고, 암울하게 느껴지는 컬러만이 펑크의 색이 아니다. 기존의 메이크업법이 마음에 들지 않나? 레드 립스틱을 눈두덩에 바르고, 책상 위에 놓인 스탬프를 얼굴로 가져가는 새로운 시도에 착수하길.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드는 것, 그거야말로 펑크의 기본 행동 양식이다. 데님 오버올은 모스키노(Moschino). 이너웨어로 연출한 블랙 가죽 스윙 드레스는 디스퀘어드2(Dsquared2). 체인 디테일의 초커는 에디 보르고(Eddie Borgo). 귀고리는 누아르(Noir).

섹스 피스톨즈의 리더 조니 로튼은 “펑크가 지겹고 싫다면 어른이 된 것이거나 세상과 타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충돌을 피하는 지혜를 체득한 후에도 우리 마음속 펑크는 계속된다. 런던 킹스 로드에서 시위를 벌이던 젊은이의 모습으로 샤넬 체인 백을 메는 지금, 어둡고 강렬한 패션 스타일링에 비비드 핑크 메이크업을 매치하는 것 또한 사소하지만 펑크적 반항. 메이저가 되어버린 마이너, ‘너바나’처럼 양지의 펑크도 존재하는 법이니까. 바이커 재킷은 McQ. 와일드한 철조망 디자인의 초커는 팰런(Fallon). 오버사이즈 체인 목걸이는 본드 하드웨어(Bond Hardware).

펑크란 어디까지나 ‘얼터너티브의 얼터너티브.’ 셉텀 피어싱으로 ‘코뚜레’를 꿰는 등 다소 하드한 방법으로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면 여기에 소녀적인 핑크 립 컬러를 매치해 전혀 다른 리듬으로 전환을 시도해볼 것. <보그>는 메이블린 뉴욕의 ‘립 그라데이션 바이 컬러 센세이셔널 핑크1’을 사용해 새로운 변주에 성공했다. 블루 가죽 톱은 디스퀘어드2 (Dsquared2). 볼드한 가죽 초커는 재나 베인(Zana Bayne). 팔찌는 제니퍼 피셔(Jennifer Fisher). 스파이크 디테일 귀고리, 노즈 링과 입술의 피어싱 룩으로 활용한 이어 커프는 팰런(Fall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