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눈썹에 대한 최상급 찬사는 ‘예쁘다’보다 ‘잘생겼다’에 가깝다. 기분 좋은 봄바람이 한 차례 지나간 듯 같은 방향으로 쓸어 넘긴 결, 풍성한 숱과 적당히 두툼한 두께, 시원하게 쭉 뻗은 모양까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이른바 ‘볼드 브로우’라 일컫는 짙은 눈썹에 애착을 보였다.
이번 시즌에는 ‘화난’ 눈썹이 아닌, 그저 ‘용감한’ 정도의 딱 알맞은 볼드 브로 샘플이 백스테이지에 가득하니까. 초보자들도 무난하게 따라 할 만큼 1단계의 용감함을 보여준 프라다와 루이 비통과 알투자라. 그보다 좀더 용기를 낸 빅토리아 베컴, 발맹, 펜디. 그리고 볼드 브로의 정석을 보여준 크리스토퍼 케인과 존 갈리아노까지. 다들 ‘착함’과 ‘화남’의 딱 중간 단계, 그러니까 ‘용감한’ 눈썹의 훌륭한 표본이다.
“맨 처음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눈썹 앞머리예요. 누구나 습관적으로, 눈꼬리는 빠짐없이 잘 그려 넣죠. 하지만 자신의 메이크업 습관을 잘 떠올려보세요. 의외로 눈썹 앞머리는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설령 눈썹 앞머리를 그린다 해도, 눈썹 밑 쪽에만 손을 대고 끝내는 경우가 많아요. 볼드 브로는 눈썹 아래와 위, 앞과 뒤까지 모두 밀도 있게 채워 넣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선이 아닌, 면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야 하죠.”
“오히려 눈썹 앞머리에 비해 눈썹 꼬리는 자연스럽게 마무리해도 좋습니다. 뒤로 갈수록 진해지는 자연스러운(착한) 눈 메이크업 테크닉과는 정반대의 테크닉이죠. 이렇게 하면 애써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듯, 무심하고 세련된 눈썹을 완성할 수 있어요.”
“눈썹을 3등분했을 때, 3분의 2 지점에서 눈썹 산을 살짝 만들어주세요. 그리고는 완만한 경사가 지도록 꼬리를 부드럽게 내려주는 거죠. 참, 이때 중요한 건 좌우 대칭입니다. 두껍고 큰 눈썹일수록 양쪽이 맞지 않으면 찡그린 듯한 인상을 피할 수 없거든요.”
“짙은 색으로 눈썹의 뼈대를 만들고, 한 톤 밝은 색상으로 그러데이션하듯, 눈썹의 테두리를 그리는 거죠. 한 가지 색깔만 쓰는 것보다 자연스럽고 입체감 있게 연출할 수 있을 거예요.” 또 자칫 너무 짙어지지 않을지 혹은 모양을 틀리게 잡지 않을지 주저하고 있다면 눈썹과 눈썹 주위의 유분감을 완벽히 잡는 것도 잊지 말길. “파우더를 사용해 유분감을 잡아준 후 눈썹을 그리게 되면 한 번에 진해지지 않을뿐더러 보다 정교하게 한 올 한 올 그려낼 수 있죠.”
“매트한 타입보다 부드러운 펜슬이나 크림 타입이 좋고, 전용 사선 브러시를 사용하면 좀더 단정하게 눈썹을 채울 수 있어요. 그런 뒤 스크루 브러시로 가볍게 빗으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볼드 브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참, 스크루 브러시는 눈썹의 외곽부터 빗어야 합니다. 스크루 브러시로 쓸고 다시 메우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완성도 높은 눈썹을 그릴 수 있습니다.” “스크루 브러시 목 부분을 40도 정도 꺾은 후, 과도하게 짙어진 부위를 살살 긁으면 쉽고 깔끔하게 수정할 수 있죠.” (왼쪽부터 시계 방향) 나스 ‘브로우 퍼펙터’, 바비 브라운 ‘듀얼 엔디드 브라우 디파이너 & 그루머 브러쉬’, 조르지오 아르마니 ‘아이 & 브로우 마에스트로 6호’, 슈에무라 ‘오토 하드 포뮬라’, 헤라 ‘아이 브라우 마스카라’, 바비 브라운 ‘롱웨어 브라우 젤’.
펜슬, 케이크, 섀도 등 아티스트마다 선호하는 도구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눈여겨볼 포뮬러는 단연 젤 타입이다. 올봄 출시되는 바비 브라운 ‘롱웨어 브라우 젤’이 대표적이다. 부드러운 젤 타입의 왁스 포뮬러로 눈썹 사이사이를 손쉽게 채색할 수 있는 동시에 젤 특유의 윤기까지 표현할 수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아이 & 브로우 마에스트로’ 역시 비슷한 젤 크림 타입으로 머릿결에서 나는 윤기와 광채를 눈썹 위에 표현해내도록 고안됐다.
전문가들은 반드시 마무리 단계에서 브로 마스카라를 발라주라는 조언까지 잊지 않는다. “눈썹에서 각도나 컬러만큼 중요한 건 ‘결’이에요. 브로 마스카라로 눈썹 결을 한 올 한 올 올리는 것을 잊지 마세요. 속눈썹에 마스카라를 덧칠하면 볼륨과 입체감이 생겨 훨씬 풍성해 보이는 원리와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