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자동차와 아르데코가 만들어낸 샤넬 크루즈 쇼
“샤넬이 다음 도시로는 ‘쿠바’에 가야한다고 농담하기도 했었죠.”
노래와 춤으로 가득찬 역사적인 하바나 광장에서 칼 라거펠트가 말했다.
대성당의 일곱 빛깔 창문들은 1950년대 만들어진 버블검 핑크, 노란색, 파란색의 오픈카 시보레 만큼이나 다채로웠다. 약 170여대의 역사적인 자동차들은 쿠바 혁명의 명소, 파세오 델 프라도(Paseo del Prado)광장 거리로 연이어 게스트들을 인도했다.
사회주의 체제 국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중인 쿠바의 입장에서 이번 샤넬 크루즈 쇼는 오바마 대통령과 롤링스톤즈의 방문 이후 성사된 최고의 기회였을 것이다.
칼은 이 이례적인 상황들을 어떻게 쇼로 완성시켰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퍼레이드의 연속!
쿠바를 상징하는 파나마 햇, 재미있는 가방, 그리고 ‘VIVA COCO LIBRA’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모델들의 퍼레이드 말이다.
쿠바 현지인들은 런웨이 양옆에 줄지어 선 건물의 발코니, 옥상을 점령하여 신나는 이벤트를 관람했다.
흰 셔츠를 입고 등장한 틸다 스윈튼, 쿠바 전통 셔츠인 구아야베라를 입은 빈 디젤에게 보내는 환호성도 잊지 않았다.
컬렉션은 음악에 맞춰 찰랑거리는 니렝스 스커트, 생기있는 꽃무늬 패턴의 드레스, 쌩쌩 달리는 컬러풀한 자동차들과 어울리는 자유로움으로 가득 찼다.
이 쇼는 아마 가슴 아픈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 과한 소비주의가 돋보이는 대목이었을지도.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건 이번 크루즈 컬렉션은 단지 과시하거나 저속한 것들의 이야기는 절대 아니었다는 것이다.
칼과 그의 대자, 허드슨이 광장을 걸어나왔고, 쇼 피날레는 슈퍼모델 지젤 번천이 이끄는 완벽한 파티 모먼트로 변신했다.
칼은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쿠바의 문화적 풍요에 푹 빠졌기에 ‘코코 쿠바’ 티셔츠, 샤넬의 시그니처인 스토로 햇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뾰족한 야자수 무늬가 새겨진 종아리 길이의 화이트 풀스커트는 샤넬의 시그니처와 맞닿아 있었고,
플랫 샌들이나 1950년대 풍 키튼힐은 런웨이 위를 성큼성큼 걷는 모델들 만큼이나 자유로워 보였다.
쇼의 작은 부분까지도 칼 라거펠트의 솜씨가 발휘돼 있었다. 그의 문화적인 깊이, 디자인 능력 그리고 파리지엔 정신을 스포티한 옷으로 풀어낼 수 있는 그의 재능까지.
파나마 햇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히 샤넬스러운 아이디어였다. 트위드 수트와 매치된 밑단이 풀린 프린지 가방처럼 말이다.
이것은 1959년 공산 혁명기 때 미국 관광객들이 입던 평범하기 짝이없는 여름 옷들과는 달리 상상의 꿈으로부터 가져온 쿠바의 이미지였다.
가난과 빈곤의 나라 쿠바에서 선보인 이번 샤넬 쇼가 과연 부적절한 이벤트였을까?
나는 ‘문화 예술이, 특히나 패션이 시대를 바꿀 수 있는 계기’라는 이론을 믿는다. 샤넬의 역사적인 하바나 쇼는 트위드 재킷보다 쿠바의 유산을 각인시키는 데 훨씬 더 많이 기여하는 계기였다고 말이다.
-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그래퍼
- OLIVIER SAIL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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