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샐러드를 모함했나?
“브로콜리는 볶지 말고 데쳐주시고 달걀은 수란으로, 그리고 드레싱은 ‘온 더 사이드’로 부탁해요.” 조리법까지 이래라저래라 드레싱을 부어라 말아라. 하지만 할리우드 스타들의 잇 레스토랑, ‘루즈 토맛’에서는 ‘물 주세요’처럼 흔한 주문이다. 스키니한 몸, 윤기가 흐르는 얼굴, 풍성한 머리숱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그들에게 좋은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는 외식 때도 계속되어야 하니까. 내가 근무했던 루즈 토맛은 크림과 버터, 튀기는 조리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미슐랭의 별을 얻어낸 건강식 요리의 성지다. 나는 여기서 셰프로서의 커리어와 함께 평생을 다이어터로 살아오며 번민한 식단에 대한 솔루션도 얻었다.
사실 나는 샐러드에 홀릭하기 전까지 세상에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었던 고무줄 몸매의 소유자였다. 굶으며 와신상담하면 요요의 늪에 빠지고, 스트레스 없이 먹고 운동으로 칼로리를 소모하던 시절에는 피부와 보디라인이 예쁘지 않았다. 몸에 좋은 저칼로리 음식, 샐러드를 먹는 것이 좋다는 건 너무 잘 알았지만 우리 모두 공감하듯, 맛없고 배고픈 샐러드는 몸과 마음 모두에 고역. 루즈 토맛의 주방은 이런 나에게 ‘튀기지 않아도, 지방 함량이 적은 음식도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 방법을 응용해 하루 한 끼를 샐러드로 대치하자 살이 빠지고 피부에 윤기가 살아났다.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것 또한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는 감량에 성공한 지금까지도 하루 한 끼 이상 샐러드를 먹고있다. 체중은 그대로, 몸은 점점 더 건강해지는 중이다.
다음은 질리지 않고 평생 ‘1일 1샐러드식’을 유지할 수 있는 나만의 기본 원칙이다. ‘스키니 셰프’의 명예를 걸고 당신의 다이어트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가이드만 정리했다.
배부르게 많이 먹는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 쉽게 저지르는 샐러드 관련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조금 먹는 것. 일반식으로 다이어트를 할 경우 섭취하는 양을 줄여 칼로리를 낮춰야 하지만, 이미 칼로리가 낮은 샐러드로 한 끼를 대신할 때는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헛헛한 배를 채우고자 자극적인 간식에 눈을 돌리지 않게 될 테니까.
일관성 있는 식단에 다양한 재료를 투입하라
‘첫 끼는 배부른 단백질 샐러드, 점심은 일반식, 저녁은 과일 스무디나 요구르트 볼’과 같이 메뉴의 카테고리를 미리 정해 그대로 반복한다. 쉽게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다. 건강한 다이어트 음식은 장을 보고 직접 조리하는 수고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이 심플하지 않으면 고칼로리 음식의 유혹에 넘어간다(맛있고 자극적인 음식은 손 뻗으면 바로 닿는 곳에 있으니까). 일주일 치의 음식 종류와 조리법을 서너 가지로 미리 정한 후 그 속에 들어가는 다양한 재료를 한 번에 구입해 손질해두길. 이렇게 하면 매일 다른 음식을 먹는 듯, 뇌를 속일 수 있다.
샐러드의 주인공은 풀이 아니라 단백질
샐러드는 ‘풀때기’가 아니라 단백질이다. 하루 한끼 이상 샐러드를 먹어야 하는데 매번 채소나 과일만 가득한 그릇을 받아 든다면 하루 이틀 만에 질리는 건 당연지사. 게다가 속이 허해져 간식을 찾게 된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단백질=닭 가슴살’이라는 선입견도 버리는 게 좋다. 훈제 연어, 오리 가슴살, 달걀, 해산물, 돼지와 소 안심 등 지방 함량이 지나치게 많지 않다면 그 어떤 단백질이든 괜찮다. 매일 다른 단백질을 적어도 100~150g, 손바닥 크기 정도 먹길. 특히 콩은 건강한 단백질을 넘어선 ‘더 건강한 단백질’. 지방 함량이 닭 가슴살과 해산물 등의 ‘화이트 미트’보다도 현저히 낮아 다이어트에는 최고다. 렌틸콩, 병아리콩, 초록색 풋콩, 강낭콩, 리마콩 등 식감과 맛이 다른 여러 종류의 콩을 삶아뒀다가 기분에 따라 섞으면 된다.
채소의 종류와 양은 많을수록 좋다
칼로리는 줄이고 섬유질 섭취량은 최대로 만들기 위함이다. 채소는 섬유소와 수분이 대부분인 재료라 많은 양을 섭취해도 칼로리는 낮지만 포만감이 굉장하다. 섬유소가 장 활동을 원활히 하고 지방을 배출하는 효과까지 발휘한다. 이 역시 종류가 다양할수록 좋다. 양상추, 양배추, 어린잎 정도가 샐러드 채소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우리가 고기와 함께 먹는 상추, 깻잎, 케일, 치커리, 근대잎, 비트잎 등의 쌈 채소도 훌륭한 샐러드 재료다. 이렇게 각기 다른 종류의 채소를 동시에 먹으면 각각의 맛과 향이 달라 조합에 따라 새로운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수분 함량에도 차이가 있어 ‘퍼석’ ‘아삭’ ‘타닥’ 등 식감이 섞이는 재미를 줘 질리지 않는다.
매일 다른 드레싱
샐러드가 맛없다고 느낀다면 그건 수분이 가득한 재료를 조합해 먹는 음식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수분이 재료의 맛을 희석시켜버리니 자극적 즐거움이 없어지는 것. 다된 다이어트 게임을 승리로 마무리해줄 구원투수의 등판! 그것이 바로 드레싱이다. 주의해야 할 건 종류다. 드레싱을 무엇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샐러드의 칼로리가 세 배로 오르기도 하니까. 드레싱은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나뉘는데 식초와 오일이 층을 이루고 있어 흔들어 섞어 먹어야 하는 비네그레트, 식초와 오일이 잘 섞이도록 유화제를 더한 유화 드레싱(마요네즈가 대표적), 마지막으로 마요네즈에 버터밀크, 사워크림 등을 추가한 마요네즈 베이스 드레싱이 그것이다. 마요네즈 드레싱은 렌치, 러시안, 사우전드 아일랜드, 시저 등 듣기만 해도 감칠맛 있지만 지방 함량이 많아 다이어트에는 꽝이다. 가장 좋은 선택은 비네그레트. 질 좋은 올리브 오일에 다양한 종류의 식초를 바꿔 믹스하거나 레몬, 오렌지, 석류 등 신맛이 나는 과일을 짜 넣어 향을 변주하면 매일매일이 달라진다. 만약 마요네즈의 부드럽고 진한 풍미를 포기 못하겠다면 플레인 요구르트를 선택하길. 플레인 요구르트에 약간의 신맛을 가미하면 칼로리는 낮고 건강 지수는 높이는 최고의 드레싱이 탄생하니까.
풍미 한 스푼 전체의 맛을 좌우하는 재료는 아니지만 1티스푼의 토핑이 완전히 새로운 풍미의 샐러드를 만들어낸다. 파르미지아노, 리코타, 체더, 페타 등 다양한 맛과 향의 치즈, 호두, 피칸, 마카다미아, 땅콩, 해바라기씨 등 식감을 더해주는 견과류와 씨앗, 혹은 퀴노아, 귀리, 통밀, 크루통 등의 곡류를 토핑으로 활용하면 건강과 맛 지수는 높이면서 완벽한 영양 밸런스를 찾을 수 있다. 이 또한 매일 다른 재료를 사용하거나 새로운 조합으로 첨가하길.
직접 도전할 수 있는 자세한 ‘스키니 샐러드’ 레시피
Super Skinny Salad(슈퍼 스키니 샐러드)
식물성・동물성 단백질, 건강한 탄수화물 그리고 채소까지. 배 부르지만 살은 찌지 않는, 포만감 최대치의 샐러드.
재료
와인 허브 닭 가슴살(닭 가슴살 1쪽, 화이트 와인 ½컵, 물⅓컵, 월계수잎 1개, 오레가노・타임・로즈마리 각½ 티스푼, 통후추 5-7알), 익힌 퀴노아 ⅓컵, 익힌 병아리 콩 ¼컵, 익힌 렌틸콩 ¼컵, 냉동 에다마메 ¼컵, 다진 토마토 2½테이블 스푼, 캔 옥수수 2테이블스푼, 다진 양파 2테이블스푼, 다진 고수 1테이블스푼, 루꼴라 1½컵
레몬 육수 드레싱
레몬즙 1테이블스푼, 육수(아래 레시피 참고) 1테이블스푼, EVOO(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1테이블스푼, 소금•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퀴노아, 병아리 콩, 렌틸 콩을 각각 8~24시간 정도 찬물에 불린 뒤 잠길 정도의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끓인다. 끓어 오르면 불을 약하게 해 1시간~1시간 반 정도 익힌다.
2. 와인, 물, 허브, 통후추를 팬에 넣고 끓어 오르면 닭가슴살을 올리고 뚜껑을 닫아 약한 불에서 7분간 보글보글 끓이다가 뒤집는다. 다시 뚜껑을 닫고 7분간 익힌 후 꺼내면 와인 허브 닭가슴살 완성.
3. 팬에 남은 육수는 약불에서 1~2분 정도 더 졸인 뒤 식혀 EVOO, 레몬즙과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4. 에다마메는 해동시켜 껍질을 까고, 닭가슴살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5. 접시에 샐러드 재료들을 보기 좋게 담고 드레싱을 곁들인다.
Skinny Tip
닭가슴살과 콩 종류는 4-5회 분량을 미리 조리해 보관하면 편하다.
Warm Autumn Panzanella(버섯 수란 샐러드)
버섯의 풍미가 가득한 샐러드! 수란의 부드러운 노른자가 고소한 맛을, 통밀빵이 바삭한 식감을 더해 준다.
재료
느타리・표고・양송이 등 원하는 버섯 1½컵, 프리제(Frisée) 2컵, 계란 1개, 물 4-5컵, 식초 1테이블스푼, 소금 1티스푼, 구운 통밀빵 슬라이스 1개
트러플 오일 드레싱
타임 레드 와인 비니거 1½테이블스푼, 트러플 오일 1테이블스푼
만드는 법
1. 물, 식초, 소금을 냄비에 넣고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정도로만 살짝 뜨겁게 데운다.
2. 계란을 깨고 국자나 종지에 담아 미끄러트리듯 천천히 기울여 물에 넣는다. 4-5분 정도 익힌 뒤 찬물에 조심스레 담가 식힌다.
3. 버섯은 기름을 두르고 뜨겁게 달군 팬에 소금 후추 간을 해 빠르게 볶는다.
4. 버섯, 잎채소를 드레싱과 잘 섞고 소금 후추 간을 한다. 접시에 담고 수란을 얹어 완성.
Skinny Tip
– 프리제는 농도가 물처럼 옅은 드레싱과 함께 먹기 좋은 잎채소로 구할 수 없다면 치커리로 대체할 수 있다.
– 버섯은 통마늘과 로즈마리 등의 허브와 함께 볶아 풍미를 더욱 높이고 수란과 버섯, 빵은 먹기 직전에 살짝 데워 따뜻하게 즐기면 좋다.
– 타임 레드 와인 비니거는 레드 와인 비니거에 타임 잎을 조금 다져 넣어 대체할 수 있다. 타임이 없다면 생략해도 OK. 레드 와인 비니거도 없다면 발사믹 식초로 대체해도 좋다.
– 트러플 오일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로 대체 가능하다.
Ground Beef Salad with MaYogurt(그라운드 비프 샐러드)
마요네즈는 전혀 넣지 않은 요거트 드레싱으로 칼로리를 낮췄다. 건강한 맛이 나는 샐러드로 적은 재료만으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재료
다진 소고기 150g, 드라이 타임 ½티스푼, 드라이 오레가노 ½티스푼, 그라운드 코리앤더 ½티스푼, 양파¼개, 마늘 1쪽, 소금•후추 약간, 양상추 ¼통, 고수 잎 한 줌
(Optional 토마토 ½개 또는 방울토마토 5-6개, 갈아낸 체더 치즈 약간)
마요 요거트 드레싱
요거트 3테이블스푼, 화이트 와인 비니거 1½-2테이블스푼, 레몬즙 1테이블스푼, 꿀 1티스푼, 마늘 분말 또는 양파 분말 ½티스푼, 소금•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마른 팬에 다진 소고기, 타임, 오레가노, 코리앤더를 넣고 소금 후추 간을 한 뒤 갈색이 날 때까지 5-8분 정도 볶다가 양파와 마늘을 다져 넣고 3분 정도 더 볶는다.
2.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양상추와 함께 볶은 고기를 접시에 담고 체더 치즈, 마요요거트 드레싱, 고수를 곁들인다.
Skinny Tip
드레싱의 화이트 와인 비니거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미 식초나 레몬 식초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
Beef Tenderloin Salad with Herby Dressing(안심 스테이크 허브 드레싱 샐러드)
소안심은 칼로리는 높지만 지방이 적고 육질이 부드러워, 붉은 고기가 먹고 싶을 때 선택하면 좋은 부위.
재료
소안심 100g, 모차렐라 또는 보코치니 치즈 적당량, 새싹 채소 2컵
허브 드레싱
고수½컵, 파슬리¼컵, 마늘 1개, 오레가노 2테이블스푼, 화이트 와인 비니거 1-2테이블스푼, EVOO 1½테이블스푼, 카놀라유 ½테이블스푼, 소금•후추 약간(Optional 샬롯½개)
만드는 법
1. 안심은 소금 후추간을 한 후 기름을 두른 팬에 한 면당 2-3분 정도 굽는다. 원하는 굽기 정도에 따라 180℃ 오븐에서 다시 5•7•10분 정도 익힌 뒤 휴지(resting)시킨다.
2. 고수, 파슬리, 마늘을 잘 다져서 나머지 드레싱 재료와 섞는다.
3. 썰어낸 스테이크, 새싹 채소와 함께 접시에 담고 치즈를 곁들인다.
Skinny Tip
– 오레가노는 드라이 오레가노 1테이블스푼으로 대체 할 수 있다.
– 고수의 맛과 향이 부담스럽다면 동량의 시금치나 루꼴라를 사용한다.
– 화이트 와인 비니거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미 식초나 레몬 식초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 샬롯은 적 양파와 비슷한 모습에 마늘의 풍미를 가지고 있는 채소. 구하기 어렵다면 다진 마늘 약간으로 대체하면 된다.
- 글
- 정세희(노블 카페 & 헬시 다이닝 총괄 셰프)
- 에디터
- 백지수
- 포토그래퍼
- HWANG IN WOO, COURTESY PHOTO
- 커틀러리
- 아틀리에 &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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