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익스클루시브: 톰포드 구찌에서의 나날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빛 속에서 섹스의 향기의 느껴진다. 구찌의 G를 상징하듯 예술적으로 묘사된 모델.
1990년대, 구찌를 멋지도록 재해석한 뒤 떠나버린 12년 만에 톰 포드가 돌아왔다. 바로 오늘, 플로렌스에 위치한 구찌 뮤지엄에 두 개의 새로운 방이 공개되었다. 와인빛 레드 벨벳으로 꾸며진 하나의 방과 핑크 새틴 천으로 장식된 다른 한 곳.
미끌미끌한 화이트 저지 드레스, 무지개 빛의 퍼 코트 등 총 54벌의 룩들은 현재 구찌를 이끌고 있는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직접 골랐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당시 포드가 직접 자신의 팀원으로 뽑은 인물이다. 톰 포드는 이제 54세가 되었고, 자신의 레이블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감독으로도 왕성히 활동 중이다.
미켈레는 구찌의 시그니처인 ‘재키 오’ 시리즈나 앵무새 깃털 가방과 같은 톰 포드 시대의 액세서리도 선택했다.
2011년 오픈한 플로렌스 뮤지엄에서는 포드와 PPR 오너(현재는 케링 그룹), 포드의 후임이었던 프리다 지아니니와의 불화 때문인지 스카프와 드레스의 구찌식 꽃무늬, 핸드백, 여행용 가방, 구찌의 G 로고들만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1921년 설립된 구찌의 역사 속에서 톰 포드에 관한 건 아무것도 언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와서야 과거의 영광들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디지털 이미지를 이용한 연극적 설치는 퇴물이 될 뻔한 브랜드에 명성과 복을 불어 넣어준 디자이너의 정의를 실현하는 듯 했으니까.
관능적인 새틴 블라우스부터 청바지까지 캠페인을 위해 만들어진 톰 포드의 아이코닉한 모든 작업물들이 이 곳에 있었다.
1990년대 미우치아 프라다가 고의적으로 추한 것을 미화하던 시기. 스타일리스트 카린 로이펠트와 포토그래퍼 마리오 테스티노에 의해 창작되었던 그 시기가 떠오르는 듯했다.
수 십년 전 사건인 톰 포드의 사임 소식이 그리 대수였을까. 그것은 브랜드의 역사로 포용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텍사스 출신의 디자이너가 이탈리아 브랜드에 합류해 90퍼센트라는 놀라운 세일즈 기록을 일궈낸 것이?
대단했던 그 시기야말로 패션 세계에 어떤 중요한 무언가를 가져다 준 듯했다. 바로 ‘디자이너의 고용’이다.
요즘 시대에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이란 브랜드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1년 전 디올의 크리티에이브 디렉터였던 라프 시몬스가 캘빈 클라인으로 이직할 것으로 보이는 이 상황도 마찬가지다.
어찌 되었든 간에 구찌의 현재 디자이너는 포드의 열렬한 지지자인 것으로 보인다. 너드 룩의 모델들과 다른 디테일들은 비록 포드의 지난 과거에 비해 급진적으로 달라진 느낌을 보여줄지라도, 미켈레는 같은 레이블 아래 다른 모습을 표현해내고 있을 뿐이다.
이로써 메시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교체 혹은 후퇴’가 지금 패션 하우스들의 표어가 된 것. 이것이야말로 럭셔리 패션 월드에서 브랜드 충성심을 차지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구찌 박물관 Piazza della Signoria, 10, 50122, Florence (www.guccimuseo.com)
-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GUCCI, MARIO TESTINO, SUZY MEN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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