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의 오뜨 꾸뛰르 리포트: 자각몽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로맨틱 러시안, 알베르타 페레티의 심해
눈꽃 같은 하얀 드레스에서 거대한 가운까지,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아주 로맨틱한 이야기를 선보였다. 바이올린 소나타와 셀린 디온의 기립 박수 사이에 등장한 대담하면서도 부드러운 어깨라인들은 그야말로 이번 오뜨 꾸뛰르 시즌의 대표적인 실루엣이다.
디자이너의 주특기인 화려한 이탈리안 스타일, 자주 이용하는 꽃무늬 장식들을 배제한 발리는 이번엔 아주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화 <러시아 방주, 2002>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마치 꿈같이 흘러가는 쇼를 보여줬다.
“전 항상 이 영화를 사랑했고, 지금이 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알맞은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디자이너는 말했다. “방들을 돌아다니며 색다른 순간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어요. 시작은 꽃과 잔디가 없는 겨울 정원이에요. 그래서 쇼의 모든 요소들이 얼어있죠. 레이스와 모피도요. 이 환상과 가벼움이 마음에 들어요.”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된 드레스들의 행렬이 시작되기 전 그는 설명했다. 짧고 긴 드레스들은 높아진 허리 또는 망사로 부풀린 소매를 강조했다. 여름 코트나 코럴 비즈가 장식된 핑크 모피 코트가 나올 때도 그 콘셉트는 계속됐다.
발리는 러시안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영감에 빠져 있다고 했지만 그의 쇼는 더 달콤한 동화 같았다. 버블 스커트와 부풀린 어깨, 또 상상치 못한 사이즈로 퍼진 피날레 가운들까지 모두 꿈만 같았다.
새로운 세대의 젊은 고객들이 있을 거라고 발리는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 젊은 고객들이 애인을 사귀고, 결혼을 하고, 여행을 가며 새로운 대상의 고객들이 생길 거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이 쇼는 디자이너의 환상에 한 층 더 깊게 들어간 듯 했다. 가볍고 섬세한 옷들과 반짝이는 크리스털 단추, 고운 자수와 부첼라티 주얼리로 완성되었다.
이런 러시안 발레 동화에 나올법한 옷들이 진정한 F/W 의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전 세계 고객들의 다양한 계절들을 인식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그게 날씨 변화 때문이든 고객들의 지리적인 이유 때문이든.
“우리는 겨울에 이 옷을 입지만, 어떤 고객들은 여름 밖에 없어요. 그래서 실크와 모피, 두 소재 모두 같은 컬렉션에 이용하는 게 좋죠.”
이 컬렉션은 드레이프 실크 드레스들을 포함해 대부분 얇은 이브닝 피스들로 만들어 졌다. 후반부의 가운들까지도 고객의 계절이나 지리적 위치에 상관없이 많은 고객들에게 알맞은 옷이었다.
알베르타 페레티: 리미티드 에디션
“전 항상 꿈에서 시작해요” 알베르타 페레티는 말했다. 이번 시즌은 “데미 꾸뛰르” 컬렉션이었다. 레드 카펫을 위한 컬렉션은 바다에서 시작됐다. 해변가가 아닌 더 깊은 곳, 심해에서 말이다.
그녀는 해저의 바닥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은 파도와 조개 껍데기를 장식으로 이용한 아주 가벼운 소재의 컬렉션이었다. 실크 프린지 디테일은 마치 몸에 물을 쏟아 부은 듯 얇고 고운 크림과 베이지로 시작해 점차 깊어지면서 묽은 초록과 파랑으로 변했고, 진한 청록색에 도달했을 때는 파도 무늬들이 더 강렬해졌다.
하지만 꾸밈과 장식들이 늘어날수록 드레스 소재는 가벼워졌다. 은색 데코레이션이 들어갈 때는 거의 투명한 시폰과 레이스가 사용됐고, 갈수록 바닷속을 더 깊이 잠수하는 것처럼 더 두터운 자수와 어두운 색들이 등장했다.
이 컬렉션은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불렸지만 다른 디자이너들에게는 “데미 꾸뛰르”라고도 통한다. 고객이 컬러나 장식을 선택해 맞출 수는 있지만 고객의 몸에 딱 맞게 재단해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내 생각에 알베르타 페레티의 이 환상적인 드레스들은 스타일리스트에게 낙점돼 스타들이 레드 카펫에 입고 갈 운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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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 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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