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의 오뜨 꾸뛰르 리포트: 고향으로 돌아간 에르메스
첫 인터 시즌 컬렉션을 고향으로 돌아가 선보인 것은 디자이너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와 에르메스의 조용한 승리였다.
1997년 마틴 마르지엘라가 에르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된 이후 파리 생토노레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쇼 장소로 이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아름다운 꽃과 완벽한 베이지 톤 인테리어에서부터 손수건에 수 놓인 관객들의 이니셜까지 이 하우스는 승마에서 영감을 받은 클래식한 우아함을 뽐냈다.
하운드투스와 태슬 무늬로 제작된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스카프, 블라우스, 종아리 길이의 드레스들이 대거 등장하긴 했지만 승마를 상징하는 이런 디테일들이 전부는 아니었다.
사랑과 인생의 테마들도 등장했다. 하프 연주자가 들려주는 멋진 선율과 “난 꽃을 준 적 없어요”라는 시를 누군가가 낭송하는 소리는 쇼의 매력을 더했다.
하지만 마법 같은 세팅이 쇼를 살아나게 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옷이니까.
후반에 나온 옷들은 다 아름답고 정숙한 우아함을 갖춘 진정한 의미의 옷이었다. 몸의 실루엣을 따라 흐르는 코트와 다이나믹한 커팅을 선보이는 긴 치마와 드레스들. 영리하게 캐주얼하지만 너무 스포티하지는 않은 디자인들이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색들로 표현됐다. 벨트가 달린 긴 재킷과 미디 스커트에 매치된 수트는 ‘로즈 소르베’, 더 진한 오렌지 트렌치코트는 ‘타일 레드’, 내가 좋아하는 ‘리넨 블루’는 ‘페리윙클’이라는 컬러로 이름 붙여졌다.
우리가 모두 기다리던 컬렉션을 나데주가 디자인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파리에 돌아왔어요.”라고 간단히 답했다. 미국에서 고향인 파리로 돌아온 나데주와 에르메스는 디자인마저 오리지널로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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