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의 오뜨 꾸뛰르 리포트: 발렌티노, 셰익스피어에서 받은 영감
디자이너 듀오 중 한 명이 디올 하우스에 낙점됐지만 컬렉션은 진지하고 명예로운 길을 걸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있느냐 가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그것이 발렌티노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에게 건네진 질문이었다. 그녀는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떠난 후 발렌티노를 신선하게 되살린 디자이너 듀오 중 한 명이다.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주제곡이 흘러나오며 쇼는 시작됐다. 어둡고 직선적인 옷을 입고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유행하던 주름 장식 칼라를 두르고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긴 모델들이 등장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00주년을 기념하는 테마가 분명하다. 쇼 노트에는 ’인간의 영혼을 뚫고 그것을 생생하고 정확하게 표현해냈다’고 적혀 있었다.
이것은 그저 옷을 설명하기 위한 꾸며진 말들로 들렸다. 하지만 요즘 발렌티노 스타일에는 항상 우아한 면이 있었고, 듀오는 여성 고객들을 과도한 노출과 섹시함이 아닌 새로운 여성스러움의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인 룩들은 이전보다 훨씬 엄숙했다.
이런 진지하고도 수수한 옷들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걸까? 특히 “헌신”, “명예”, “신중”, 또 “우울”이라고 표현된 옷들에 대해 말이다.
이런 질문들이 떠오르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무려 480시간 동안 노력해서 “장엄”이라는 테마를 옷으로 해석한 꾸뛰르 스튜디오의 대단함이다.
셰익스피어 스타일로 남자들이 여성스럽게, 또는 여자들이 남성스럽게 입고 나왔다. 어깨가 강조된 붉은색 톱과 어릿 광대 패턴의 치마는 연극적인 제스처 같았다.
너무 무대 복장 같기도 한 옷들 사이에 등장한 역사적이며 시크한 옷들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비극에도 웃음을 넣은 셰익스피어와 다르게 발렌티노의 컬렉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심각했다. 물론 케이프의 장식이 기막히게 예뻤어도.
또 발렌티노 보다는 알렉산더 맥퀸과 더 어울릴듯한 영국의 전통적인 디테일들도 눈에 띄었다.
프레스들의 백스테이지 출입을 반갑게 맞이했던 디자이너 커플이 이번엔 백스테이지 출입을 금지했다. 그래서 나는 그 둘이 곧 갈라질 운명이라는 사실이 이번 꾸뛰르 컬렉션에 영향을 끼쳤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끝난다는 느낌이 들었고, 새로운 시작의 희망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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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 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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