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코리아의 2세들 – ④ 패셔니스타
요즘 패션계에 무임승차, 금수저, 특권층은 무의미한 단어다. 그 자체로 빛나며 뜨겁게 노력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 패션 코리아의 2세들. ▷ ④ 패셔니스타
황소희, Hwang So Hee
“전 좋아요. 제 외모와도 잘 맞는 역할이었으니까요.” 황소희는 그동안 맡았던 일명 ‘차도녀’ 배역에 대한 질문에 시원스레 답했다. SNS의 소개 글을 “모델 겸 TV 리포터 겸 배우”라고 써놨는데, 그중 어떤 것도 처음부터 자신이 의도한 직업은 아니었다. “삶이라는 게 예상치 못한 경로로 흐르더라고요. 그냥 흐름에 맡기고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자는 주의예요.” 대중이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 건 드페이 이혜경 대표의 딸로서 누리는 화려한 삶이 공개되면서부터다.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았지만 그녀는 이후에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처음에는 제가 그렇게 소비되고 말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이미지로 끝나겠구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그렇게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신이 보여줄 게 그것뿐이었다면, <겟 잇 스타일> 프로그램이 끝난 후 미련 없이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을 거라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드라마 출연 제의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일이 없던 차에 제 이미지와 잘 맞는 배역이어서 부담 없이 연기를 시작했어요. 하면 할수록 더 해보고 싶고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직업이었죠.” 황소희는 어릴 적부터 패션계를 경험해왔기에 몸매를 지적받거나 얼굴로 평가받는 건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단 한 번도 연예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우라는 직업은 그녀에게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제가 말을 또박또박하는 재주가 있더라고요. 그걸 사람들이 가치 있게 평가해주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펼치기보다 묻어가는 삶을 살지만, 배우는 그것들을 차곡차곡 쌓았다가 필요할 때 폭발시킬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죠.” 그리고 자신에게 ‘카타르시스’가 필요했다며 웃었다. “처음엔 ‘나는 황소희다’라는 걸 내려놓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내려놓고 보니 이렇게 편할 수 없네요.” 쇼생크 감옥에서 탈출해 온몸에 비를 흠뻑 맞던 앤디 듀프레인이 떠올랐다. 그녀의 표정도 그렇게 자유로워 보였다. 배우로서 패셔너블한 이미지가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다. “전 좋아요! 옷 못 입는 것보다 옷 잘 입는 걸로 알려지는 게 훨씬 좋잖아요? 지금처럼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땐 패션과 뷰티에 관심 많은 여자, 연기할 땐 제가 맡은 배역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연기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진행자, 모델, 연기자를 동시에 하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거예요.”
-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SHIN SUN HYE
- 모델
- 황소희
- 헤어
- 권영은
- 메이크업
- 이나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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