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슈퍼 곡물 열풍

2016.09.19

슈퍼 곡물 열풍

병아리콩 수프와 렌틸콩 샐러드, 퀴노아 파스타. 슈퍼 곡물의 열풍이 뜨겁다. 하얗고 매끈하던 식탁 위를 강타한 거친 알갱이들의 슈퍼급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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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메뉴는 메소포타미아식으로, 점심은 고대 이집트식이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한 걸까? 렌틸콩, 퀴노아, 아마란스, 치아시드, 귀리. 지난 1만 년 동안 인류 역사와 함께해왔건만, 현대인들은 새삼 ‘슈퍼’라는 타이틀까지 하사하며 작고 거친 알갱이들에 한껏 심취돼 있다. 차움 푸드테라피센터 최지연 영양사는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는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도정하는 과정에서 백미는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등의 성분이 파괴될 확률이 높은 반면, 도정하지 않은 통곡물에서는 더 많은 영양소를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죠.”지난 몇 년간 탄수화물 감량 프로젝트에 돌입한 한국인의 식단에서 그야말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백미를 대신해 슈퍼 곡물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는 것. 슈퍼 곡물에 함유된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식이섬유는 스펀지처럼 수분을 빨아들여 대변의 양을 늘리고,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단축시킨다. 포만감을 신속히 느끼게 해 숟가락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려놓게 한다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점. 그뿐만 아니라 몸에 해로운 나트륨이나 글루텐 함유량이 현저히 낮아 하얀 식빵을 집어 들면서도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대체 식품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아마시드의 경우 백미와 비교할 때 식이섬유는 28배, 단백질은 2.9배, 오메가3는 무려 2,851배 많은 양이 함유돼 있다. 왜 ‘슈퍼’라는 타이틀이 붙어야 했는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7대 슈퍼 곡물

이효리가 즐겨 먹는다는 렌틸콩 샐러드, 미란다 커의 치아시드 해독 주스, 만수르의 아름다운 아내 모나 빈 켈리가 동안 비법으로 공개한 병아리콩 수프까지. 최지연 영양사는 슈퍼 곡물은 쌀과 함께 잡곡밥처럼 먹어도 좋지만, 그 외 어떤 음식에도 응용 가능하다고 추천한다. “통곡물이나 씨앗류를 함께 갈아 선식처럼 우유나 요구르트에 타서 먹거나, 갈아서 샐러드, 빵, 나물 등의 반찬 위에 뿌려 먹기도 합니다.” <슈퍼 곡물 레시피>의 저자 문인영도 공감한다. 가령 달걀찜에 삶은 렌틸콩을 넣거나, 귀리나 아마란스는 김밥에도 응용할 수 있다. 볶은 퀴노아는 나물 위에 깨처럼 뿌려주고, 병아리콩은 된장찌개에 넣으면 청국장 같은 식감을 준다. 요리 초보자라면 가장 만만한 레시피는 카레! 대부분 맛과 향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큰 거부감은 없지만, 쌀에 비해서는 식감이 다소 질긴 편이기 때문에 입문자들은 부드럽게 익히는 방식으로, 점차 볶거나 튀기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는 게 좋다.

귀리 저명한 영양학자 스티븐 프랫이 선정한 10대 슈퍼 푸드에도 이름을 올린 슈퍼 중에 슈퍼 곡물. 식물성 단백질은 백미의 2.8배, 섬유질은 11배 높으며 이 밖에도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B가 풍부하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면역력을 높여 체지방 축적을 억제해 여러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다이어트 식단에 자주 오른다. 귀리를 익혀 납작하게 만든게 오트밀. 뜨거운 우유에 견과류나 과일을 곁들여 먹으면 된다. 중앙아시아 아르메니아 지역이 원산지인 귀리는 현재 국내에서도 일부 생산된다.

렌틸콩 이효리의 연관 검색어로도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 기원전 6000년 전부터 식재료로 쓰인 렌틸콩은 서남아시아와 지중해 연안에서 재배되며, 녹두처럼 은은하고 달짝지근한 맛을 지닌다. 갈색, 노란색, 주황색 등 다양한 컬러가 있는데, 주황색 렌틸콩은 갈색 렌틸콩을 도정한 것으로 식이섬유 함유율이 다소 낮다. 철분 함유량이 높아 한 컵이면 일일 권장량의 반을 채울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소화가 잘 안 될 수도 있으니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은 피하길.

퀴노아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퀴노아는 함유 성분의 20%가 단백질인 데다 모든 필수 아미노산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완전식품으로도 꼽힌다. 특히 글루텐과 나트륨 함유량이 전혀 없어 저염식의 필수 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찰기가 없고 식감이 부드러운 데다 알갱이가 작아 빨리 익기 때문에 조리도 쉽다. 샐러드, 파스타 등 어떤 메뉴에도 잘 어울리며, 볶은 퀴노아는 시리얼이나 요구르트에 넣어 먹으면 바삭한 식감을 더할 수 있다.

치아시드 미란다 커의 해독 주스 레시피에 이름을 올려 삽시간에 월드와이드 스타로 떠올랐다. 고대 마야인들이 영양 보충을 위해 섭취했을 만큼 단백질, 섬유질, 칼슘, 오메가3, 마그네슘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글루텐 프리 성분으로 특별한 맛과 향은 없고, 요구르트의 토핑으로 얹거나 시리얼, 푸딩 등에 활용하면 좋다. 치아시드는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부피가 쉽게 늘어난다. 만약 생으로 먹을 경우에는 양 조절에 각별히 신경 쓰도록. 물에 불릴 때는 15분부터 하룻밤 정도로 취향에 따라 시간을 조절하면 된다. 시간에 따라 식감이 달라진다.

아마시드 아미노산과 단백질을 20% 이상 함유한 고단백, 고칼슘 식품이다. 특히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인 리그난이 풍부해 여성호르몬 수치 조절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항산화, 항암 작용에도 효과적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또 나트륨을 배출하는 칼륨 성분도 풍부해, 혈압이 높거나 부종이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빵, 샐러드 등으로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생아마시드에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볶거나 물에 담가 유해 성분을 제거한 후 사용하길.

아마란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재배하는 곳이 늘고 있다. 글루텐 프리 식품으로 전체 성분 중 20%가량이 단백질로 이뤄진다. 항산화 성분인 스콸렌 또한 다량 들어 있어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도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토종 곡물인 ‘조’와 비슷한 모양을 하며, 활용 역시 비슷하다. 밥과 섞어 먹거나 마른 프라이팬에 바삭하게 볶아주면 고소한 맛이 배가된다.

병아리콩 이집트콩 혹은 칙피로 불린다. 단백질, 섬유질, 비타민, 칼슘 함유량이 높은 반면 지방 함유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단에 자주 오른다. 게다가 비타민 C, E 함유량 또한 높아 보습, 미백에도 효과적이다. 콩 특유의 비린 맛이 없어 콩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자주 권장하며, 익히면 밤과 비슷한 맛이 난다. 요리 과정은 일반 콩과 비슷한데, 2시간 정도 불리거나 30분 정도 삶아 사용하면 된다.

토종 슈퍼 곡물

매 끼니마다 전 세계 곳곳의 슈퍼 곡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지만, 굳이 남미산, 북아프리카산 곡물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 재배되는 토종 곡물의 영양소도 여느 슈퍼 곡물 못지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확한 원산지를 알 수 있고, 아무래도 바다 건너온 수입 곡물에 비해 신선도가 뛰어나다는 점은 쇼핑 카트를 끌기 전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토종 슈퍼 곡물, 그 첫 번째는 현미. 벼에서 왕겨를 제거한 곡물인 현미는 쌀겨와 배아를 포함하고 있는데,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은 물론 식이섬유까지도 풍부하다. 반면 당지수는 낮기 때문에 체중 조절이나 당뇨병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쌀과 섞어 먹는 대표적인 잡곡인 차조도 빼놓을 수 없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완화하는 데다 엽산과 철분이 많아 임산부들에게도 자주 권한다. 슈퍼 곡물 레시피에서는 아마란스를 대체할 수 있다. 수수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흔하게 재배하는 5대 곡물 중 하나. 퀴노아를 대신해 사용하면 되는데, 활성산소를 억제해주는 항산화 효능이 높고, 혈당을 낮추는 효과 또한 뛰어나다. 그뿐인가.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만큼 단백질 함유량이 높아 렌틸콩을 대신할 대두, 지방간의 위험을 낮춰주는 메밀, 치아시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들깨, 체중 감량에 탁월한 효과를 주는 보리까지.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먹어왔던 토종 곡물 또한 단연 슈퍼급일뿐더러 활용이 쉽고 싸다는 치명적인 매력까지 겸비했다.

어떤 곡물이든 ‘잘’ 섭취하는 방법은 비슷하다. 아무리 다이어트에 좋은 렌틸콩이라고 해도 매일 그것만으로 식탁을 꾸린다면 완벽한 영양 밸런스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슈퍼 곡물도 엄연히 탄수화물이다. 단백질이 많은 곡물이라 할지라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탄수화물 과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회 식사량의 20~3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섭취해야하며,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노년층이나 위염 환자들은 특히 신경을 써야한다. 매 끼니 최대 밥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조금씩 꾸준히 섭취할 때 비로소 슈퍼 곡물의 진가가 발휘된다.

    에디터
    이지나 (컨트리뷰팅 에디터)
    포토그래퍼
    LEE SHIN GOO
    도움말
    최지연(차움 푸드테라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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