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의 청춘 주연들 – ① 손연재
리우데자네이루에서의 축제는 끝났다. 그곳에서 메달과 관계없이 우리에게 강렬한 뭔가를 남긴 리우 올림픽의 청춘 주연들. 매트 위에 선 자체로 아름답지만, 오늘 서울에서 또 다른 나로 새로운 인사를 건넨다. 누구에게 올림픽은 폭주하듯이 달려가는 목표였고, 누구에게는 산뜻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올림픽을 빼고도 할 이야기는 많다. 〈보그〉 뷰파인더 안에서 그들은 또 다른 영웅이다. ▷ ① 손연재
필생의 경쟁에서 벗어나는 손연재
손연재는 올림픽을 떠나 대중이 늘 관심 있게 지켜보는 선수일 거다. 당사자는 관심 중에서도 좋지 않은 얘기에 더 꽂히기 마련이다. 그건 거리에 나서면 하루에 네 다섯 번의 셀카 요청을 받는 것과는 다르다. 모자를 쓰게 하고, 튀지 않는 차림으로 다니게 했다. “뭘 하든 조심했고, 말도 아끼고, 최대한 튀지 않으려고 했어요.” 이제 달라졌다. 손연재는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 “저를 소중히 여기기로 했어요.” 예쁜 옷을 사고, 남자 친구를 사귀고, 대학생처럼(대학생인데 말이다)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얘기는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겠다는 말이다. “다섯 살 때 리듬체조를 시작한 뒤로 그게 전부였어요. 리듬체조 말고 뭘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몰라요. 그걸 알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요.” 완전한 은퇴가 아니라, 올해까지는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겠지만, 올림픽은 마지막이다. 그녀는 올림픽은 선물이라고 했다.
“예선에선 긴장을 많이 해서 불안했지만, 결승 무대는 편안했어요. 스스로 만족하는 연기였죠. 리듬체조나 올림픽을 떠올리면 평생 웃을 수 있어요.”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4위로 경기를 마치고 관중에게 손을 흔들며 울음을 참는 모습. 본인도 기쁨의 눈물이라고 했다. 놀랍게도 손연재에게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당시에 제 순위를 몰랐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고, 내가 만족하니 됐다고 생각했거든요.” 돌이켜보니 후프, 볼, 곤봉, 리본 연기를 마칠 때마다 점수를 기다리는 손연재와 코치 옐레나 리표르도바의 모습은 긴장이 아닌 격려였다. 눈은 점수 전광판보다 서로의 손이나 얼굴에 가 있었다. “준비 과정에선 정말 많이 싸웠어요. 올림픽이 열리기 전, 상파울루에서 한 3주간의 전지훈련은 ‘지옥’이었죠. 코치님이 이렇게 힘들게 준비하더라도 정작 올림픽은 축제처럼 즐겨야 한다고 했어요.”
이 축제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실컷 울지 못했다는 거다. 무대에서 내려와 TV 인터뷰를 할 때도 울음을 열심히 참은 이유는 엄마를 안고 펑펑 울고 싶어서였다. 도핑 테스트 때문에 2시간 동안 대기하고 엄마를 만나니 격정적인 감정은 추슬러져 있었다. “그때 감정을 쏟아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지금도 가만있다가 울컥울컥해요.” 만약 바로 엄마를 만났다면 품에 안겨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로 심각하게 온 슬럼프, 그때 말 못했던 힘든 시간을 토로했을까.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심각하게 은퇴를 고민했어요. 그냥 운동이 싫었어요. 그때부터 리우 올림픽으로 가는 2년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일주일 이상 쉬지 않는 리듬체조선수로서는 드물게 한 달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방전되어 있었다. 다행히 은사의 조언으로 리듬체조가 아닌 웨이트 트레이닝을 위주로 체력을 키우면서 슬럼프를 극복했다. 손연재는 그 시간을 견디며 다진 ‘멘탈’이 인생에 도움을 줄 거라고 확신했다.
“어쩌면 올림픽은 하나의 타이틀일 수 있지만, 우리는 목숨을 걸죠. 누가 관심을 가지든 안 가지든요. 저뿐 아니라 모든 운동선수들이 정말 노력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요. 이런 마음이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올림픽이란 큰 자리가 빠져나갔지만 공허하지 않아요. 도리어 설레요.”
- 글
- 김나랑 (프리랜스 에디터)
- 스타일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AHN JOO YOUNG
- 헤어
- 장혜연
- 메이크업
- 이나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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