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ctive Intelligence – ① 준야 와타나베
꼼데가르쏭은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순수하며 고집스러운 레이블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온전히 이윤 추구를 위한 패션 회사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가장 이상적인 창조 집단을 본다. 레이 가와쿠보 의 지휘 아래 이 집단을 이끄는 지성 4인을 만났다. ▷ ① 준야 와타나베
준야 와타나베, Junya Watanabe
준야 와타나베는 가와쿠보 여사와 함께 꼼데가르쏭의 미학적 컨셉을 구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타나베는 분카 패션 스쿨를 졸업한 후 1984년 꼼데가르쏭에 입사, 패턴사로 일을 시작했다. 3년 뒤 꼼데가르쏭의 니트웨어 라인 ‘트리코(Tricot)’의 수석 디자이너가 됐고, 1992년 자신의 라인 ‘준야 와타나베 꼼데가르쏭’ 컬렉션을 론칭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는 보이는 겉모습 그대로 엄격하고 진지하고 까다로운 인물이라고 한다.
Vogue Korea(이하 VK) 가와쿠보 여사가 당신에게 새로운 라인을 론칭하자고 먼저 제안했나?
Junya Watanabe(이하 JW) 당시 회사에서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계획하고 있었다. 내가 디자이너로 지원했고, 가와쿠보 여사가 나를 임명했다.
VK 꼼데가르쏭 옴므 라인도 당신이 디자인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준야 와타나베 꼼데가르쏭 맨 라인에 비해 가와쿠보 여사가 작업에 많이 관여하는 편인가?
JW 가와쿠보 여사는 다른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의 작업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때로는 쇼 당일까지 컬렉션 라인업을 확인하지 않을 정도다.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데, 아마 자신이 인정한 디자이너들은 타인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VK 꼼데가르쏭의 분위기는 늘 바쁘고 일하기 녹록지 않다고 들었다. 당신이 보기엔 어떤가?
JW 현재 회사 내부의 많은 일을 스태프들이 나누어 하고 있지만 최종 단계에서는 가와쿠보 여사가 모든 것을 종합해 하나로 만든다. 꼼데가르쏭이 좀 특이한 것일 수 있는데, 이런 구조 덕분에 일을 진행할 때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VK 당신의 협업 아이템들도 꽤 인기인데, 어떤 식으로 협업 브랜드를 선택하는지 궁금하다.
JW 협업은 내가 신뢰하는 브랜드에 내가 디자인한 옷의 생산을 요청하며 처음 시작하게 됐다. 지금도 가장 우선적으로 내 컬렉션에 필요하다고 여기는 브랜드를 선정해 협업을 진행한다.
VK 당신은 옷은 창의적인 면뿐 아니라 실용적인 면 또한 갖춰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지난 몇 시즌 동안의 판매율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
JW 디자이너들은 마감 날짜에 민감하게 작업하는 동시에 억대의 엔화가 걸린 판매 목표량 또한 달성해야 한다. 따라서 매출액이 나오기 전에는 성공적인 시즌이라고 말할 수 없다. 성공적이더라도 다음 시즌에 또 그만큼 많이 팔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늘 매출에 신경을 쓰고 잘 팔리는 컬렉션을 만들고 싶지만, 아쉽게도 항상 그 목표에 부응한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VK 남성 컬렉션을 작업할 때는 실용적인 면을 고려하지만, 여성 컬렉션을 작업을 할 때는 ‘이전에 보여준 적 없는 것’을 추구한다고 했다. 당신의 패션 철학이 궁금하다.
JW 패션의 범주를 벗어나 한 명의 창조자로서, 사람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창조물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런 흥분을 주는 그 뭔가가 판매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VK 당신은 매 시즌 새로운 걸 만들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나?
JW 나 또한 이제는 새‘ 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를 느끼고 혼란스러움을 겪는다. 그렇지만 새로움을 추구하는게 디자이너로서 나의 숙명이기에 끊임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VK 일반적 의미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은 뭔가?
JW 나의 모든 기준은 나의 과거, 즉 내가 살면서 보고 느낀 것으로부터 만들어졌다.
VK 그렇다면 디자인에 있어 당신이 생각하는 최종적 아름다움은 뭔가?
JW 최종 상품이 나오기 전까지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나는 디자이너들 중에서도 가장 집요한 편이기에 내 컬렉션은 최종 단계에 이르기까지 특히 더 많은 변화를 겪는다. 최종 결과물은 그 과정에서 많은 실험과 검증을 거쳐 탄생하는 것이다.
VK 한때 엄청난 인기를 누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인기가 시들해지는 디자이너들이 종종 있다. 반면 당신은 젊은 세대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쪽인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 점이 당신의 작업을 계속해서 흥미롭게 만든다고 생각하나?
JW 나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고 재구성한 새로운 느낌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화려한 디자인이 유행하던 시기에 나는 박시한 실루엣에 검은색, 남색, 회색 등 무채색을 사용한 기본 아이템으로 남성복을 만들었고,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 나 자신의 작업을 스스로 분석하거나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주류에 반하는 나의 작업 방식이 흥미로운 게 아닐까.
VK 당신의 컬렉션에는 바이커 재킷과 트렌치 코트, 블랙, 펑키한 요소가 반복해서 등장했다. 이유가 뭔가?
JW 나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컬렉션을 채우는 경향이 있다. 바이커 재킷과 트렌치 코트, 블랙, 펑키 또한 마찬가지다.
VK 당신은 현시대에 흥미롭거나 눈에 띌 만한 작업을 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우리 눈에 당신은 늘 확신을 갖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나아가는 듯 보인다.
JW 나의 창의적 작업의 목적이 전적으로 고객 취향을 맞추는 데 있진 않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내 작업 또한 소용없다. 사람들을 흥미롭게 하거나 그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작업은 하루하루 나의 일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세운 그 기준을 증명하기 위해 늘 나만의 안테나를 세운다.
VK 당신의 작업을 정의한다면?
JW 내 작업은 그 자체로 내 인생이다.
VK 당신은 일과 사생활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편인가, 일과 사생활의 구분이 없는 편인가?
JW 나는 패션계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편인 것 같다. 패션 디자이너, 모델, 셀러브리티 등과 친분을 쌓는 등 관계 중심적 활동을 하기보다 대부분의 시간을 도쿄에서 보낸다. 컬렉션 기간에만 파리에 머문다. 세속적인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철학적이며 진중한 감성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VK 마지막 질문으로, 성격이 꽤 다혈질이라고 들었다. 자신의 성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JW 글쎄… 다양하고 화려한 감성이 공존하는 패션계에서 나는 꾸준히 냉철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조용히 사색을 즐기고 나만의 독특한 관점과 일관된 흐름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일만큼은 진지함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내 성격과 작업 세계 사이에 다소 간극이 있는 건 사실이다. 평소 나는 신중하고 절제하지만, 내 디자인 세계는 늘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니까. 새로운 시도와 실패의 과정을 거쳐 완벽함을 찾아내는 완벽주의 성향도 있는 것 같다.
-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LEE SHIN GOO, KIM BO SUNG
- 모델
- 서유진
- 헤어
- 원종순
- 메이크업
- 강석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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