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ing Coco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해 논할 때마다 화두에 오르는 코코넛 오일을 에디터가 직접 먹어봤다.
3년 전 ‘해외에 가면 꼭 구입해오는 아이템’이란 주제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각 매거진 뷰티 에디터들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의외의 리스트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이 구입해오는 제품은 화려한 발색을 자랑하는 메이크업 제품이나 드라마틱한 피부로 가꿔주는 스킨케어 제품이 아니었다. 한 방울이라도 샐까 조심스레 모셔오는 아이템이 바로 ‘엑스트라 버진 코코넛 오일’. 당시 10명 중 3명이 같은 대답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효과에 대해 물었더니 “할리우드 배우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많이들 먹는다고 해서 나도 꾸준히 복용한다”, “음식 할 때 식용유 대신 넣으면 풍미가 좋아지고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 “임신 중 전신에 바르면 튼살이 생기지 않는다” 등 다양한 답변이 돌아왔다. 나 역시 한창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터라, 그들의 말을 듣고 태국에 나가는 친구를 통해 어렵사리 한 병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한 스푼 입에 넣은 순간 속이 굉장히 느글거리는 탓에 다시는 뚜껑조차 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코코넛 오일의 효과가 조금씩 매스컴을 타더니, 주위에서 코코넛 오일 예찬론자도 하나 둘 늘어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입 식품 코너에 가야만 한두 종류의 코코넛 오일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백화점 진열대 한 칸 전체에 다양한 종류의 코코넛 오일이 가득 차 있는 걸 보니, 하루 만에 뒷걸음질치며 ‘이 좋은 걸’ 포기해버린 내 자신이 무색해졌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열풍에 동참해볼까 하는 마음에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블로거들의 생생한 후기를 차근차근 훑어봤다. ‘다시 없을 생명 오일’이라며 예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살이 더 쪘다, 여드름이 폭발했다, 설사를 유발한다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다. 여태껏 이렇게 말 많은 식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코코넛 오일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드라마틱한 효과든 부작용이든 일단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에디터가 한 달 동안 코코넛 오일을 먹어보기로 했다.
조금이나마 덜 지루하게 먹기 위해 다양한 코코넛 오일을 번갈아가며 먹어보기로 했다. 미국 홀푸드 마켓 단일 제품 판매량 1위라는 닥터 브로너스의 코코넛 오일, 지난달 바캉스를 다녀온 친언니가 사다 준 발리산 코코넛 오일, 그리고 일본에서 상반기 히트 상품에 뽑힐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비타코코 코코넛 오일이 그 주인공이다. 스타트는 닥터 브로너스의 제품. 정제와 탈색, 탈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순수한 버진 코코넛 오일이라 그런지 확실히 코코넛 본연의 향미가 살아 있었다. 3년 전과는 마음가짐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동남아시아에서 구입해온 정체 모를 가문의 코코넛 오일을 먹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기분이었다. 처음엔 한약을 먹을 때처럼 과일 한 조각을 대기시키고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꿀꺽 삼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소한 맛과 향에 익숙해졌다. 누군가는 심한 복통과 함께 설사가 명현 현상으로 나타났다는데 다행히도 나는 무탈했다. 하루에 세 번, 식사 전에 한 스푼씩 먹었더니 오히려 피부에 윤이 나고 배변 활동도 좋아졌다. 일주일 후부터는 비타코코의 제품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특이하게도 이 제품은 실온에 둬도 굳지 않아 숟가락으로 떠 먹거나 우유에 타서 코코넛 라테를 만들어 먹기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1회 분량씩 나눠 담아놓은 파우치 타입. 외근이 잦을 때는 무거운 코코넛 오일 병을 들고 다니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가방에 쏙 들어가는 간편한 파우치라니! 가끔은 테이크아웃 음료에 타서 달콤하게 즐기는 여유까지 부렸다. 마지막으로 시도한 건 발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코코넛 오일. 그런데 이 제품은 어쩐지 맛과 냄새가 썩 유쾌하지 않아 자주 손이 가지 않았다. <코코넛 오일의 기적>을 쓴 브루스 파이프 박사가 “훌륭한 코코넛 오일을 고르는 방법은 따로 있지 않다. 오롯이 개인의 취향이니 맛을 보고 좋은 것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코코넛 오일 효과에 대해 알아보던 중 자연스레 먹는 것 이외의 다른 활용법에도 눈길이 갔다. 입술이 틀 때 바르면 직효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헤어 오일이나 아이 크림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헤어 오일과 아이 크림으로 사용하는 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모발에 바를 경우 건강한 윤기가 돌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분과 만나 심하게 기름 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 아이 크림 역시 양 조절에 실패하면 줄줄 흘러내릴 뿐 아니라 소량만 발라도 안구로 스며들기 일쑤다.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팔꿈치나 무릎 등 건조한 부위에 바르거나 각질이 심하게 일어난 부위를 다스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인들이 입을 모아 가장 효과를 많이 봤다고 말한 건 튼살 방지다. 임산부가 보디 오일 대용으로 바르면 출산 후까지도 튼살 없이 매끈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예비 맘’들이 의견을 나누는 커뮤니티에는 코코넛 오일 예찬 글들로 가득했다.
이렇게 한 달 동안 먹고 바르는 등 다양하게 코코넛 오일을 활용해본 결과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배변 활동과 피부결이 매끈해졌지만 다이어트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 오랫동안 변비를 달고 살았던 터라 배에서 신호가 올 때마다 자연스레 “고마운 코코넛 오일!”을 연발하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식사량을 줄이지 않고 하루 세 스푼 더 떠먹고 다이어트 효과를 바랐던 건 역시 욕심이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에디터는 코코넛 오일로 다이어트에 성공하진 못했지만(아직 진행 중이니 이대로 끝난 건 아니다) 1년 이상 꾸준히 섭취한 다이어터들의 증언에 따르면, 식사 30분 전에 코코넛 오일 한 스푼(15g)을 떠먹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져 식사량이 자연스레 줄어들고 식욕 억제 효과도 있다고 한다. 또한 야심한 밤에 심하게 허기질 때 칼로리가 높은 야식 대신 코코넛 오일을 첨가한 샐러드를 먹거나 코코넛 라테를 마시면 허기를 달랠 수 있다고. 얼마 전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최화정 역시 밥을 지을 때 코코넛 오일을 첨가하면 칼로리를 줄일 수 있다며 남다른 사랑을 드러냈는데, 브루스 파이프 박사는 단백질보다 신진대사를 더 촉진하는 음식이 바로 코코넛 오일이라며, 음식을 조리할 때 식용유 대신 코코넛 오일로 바꾸는 게 요요 현상이 없는 현명한 다이어트 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 요리에 취미가 있는 소녀라면 코코넛 오일을 샐러드 드레싱으로 사용하거나 볶음 요리를 할 때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
자고로 슈퍼푸드는 오랜 시간 경험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법.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확인할 순 없지만 에디터 역시 계속해서 코코넛 오일을 먹고 바르고 요리해보려 한다. 아래에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을 정리했으니, 오해부터 바로잡고 코코넛 오일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True or False
코코넛 오일은 몸에 안 좋은 포화지방 덩어리다?
False
코코넛 오일의 중사슬지방산은 체내에 쌓이지 않는 지방으로, 분해돼도 지방 단백질과 재결합하지 않으며, 다른 지방산처럼 혈관을 따라 돌지 않고 곧장 간으로 보내진다. 이렇게 코코넛 오일은 세포에 지방이 축적되지 않고 에너지로 바뀌니 걱정할 필요 없다.
코코넛 오일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
True
코코넛 오일 속 중사슬지방산이 신진대사를 더욱 촉진해 체내에 쌓이는 장사슬지방산을 분해하고 결과적으로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물론 지나치게 섭취하면 체중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으니 일일 권장 섭취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코코넛 오일을 바르면 여드름이 생긴다?
False
코코넛 오일을 피부에 직접 바르면 살균력이 있는 지방산이 곰팡이와 박테리아성 질병을 예방한다. 코코넛 오일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피부병이나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코코넛 오일이 심장 질환과 고혈압을 유발한다?
False
코코넛 오일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자유 라디칼이 일으키는 심장과 동맥 손상을 예방한다. 동맥 손상의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추가 손상을 예방하고, 동맥 내벽을 낮게 해주며 심장병의 위험 또한 줄여준다.
(본 기사는 <보그 걸> 2015년 10월호 ‘Amazing Coco’ 기사를 재구성하였습니다.)
- 에디터
- 공인아
- 포토그래퍼
- LEE H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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