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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들의 성역에서 우리들의 밴드로 넓힌 혁오. 그들을 말할 때는 감탄사가 먼저 붙는다.
첫 번째 정규 앨범이라 느낌이 남다르겠군요.
혁 엄청 달라요. EP보다 수십 배의 노력을 들여요. 그동안 우리가 한 경험, 하고 싶은데 못한 걸 모두 보여주려고요. 부담도 커요. 그래서 정규 앨범이 자꾸 미뤄졌나 봐요. 작년 말에 내려다가, 올해 3월, 4월, 9월로 밀렸고, 또 밀릴 거 같아요. (본래 11월 발매 예정이었으나 ‘완벽’한 앨범을 위해 전체적으로 다시 믹싱을 할 거라 내년 봄 즈음에 완성될 거라고 추후 연락이 왔다.)
부담이 커졌다는 건, 유명세 때문인가요?
두 번째 EP까지만 해도 청자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우리가 불편한 애티튜드를 가진 팀은 아니니까요. 이번 앨범은 시작부터 고민이었어요. 이미지가 많이 소비됐으니 아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결국 기존 그림을 완성하기로 했어요. 우리가 애초에 제시한 애티튜드, 이미지에 대한 마침표를 찍는 거죠.
이런 방향에 이견은 없었나요?
현제 일의 진척에 꼭 이견이 있진 않잖아요. 우리는 한 호흡 속에 있기 때문에 방향이 자연스럽게 정해져요.
이번 앨범명도 전작처럼 나이를 의미하는 숫자인가요?
혁 네, 23이에요. 만으로.(웃음)
늘 본인의 이야기를 곡에 담아왔는데요, 이번엔 어떤 이야기인가요?
혁 내용이 밝지 않아요. 좀더 죽고 싶어 한달까요.(웃음) 우리 또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관계, 상황, 심리, 거기에서 오가는 피드백을 정리했어요.
데뷔 때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처럼 큰 건을 하고 싶어 했는데, 이번 앨범에서 이뤘나요?
혁 이번엔 우리가 꿈꾸는 것들을 뮤직비디오로 담고자 해요. 꿈엔 대가가 있는지 돈을 많이 썼어요. 쓰고 싶은 악기도 대여하고, 원하는 스튜디오에서 레코딩도 받았어요. 우리가 인터뷰에서 천 번은 얘기한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와 얼렌드 오여를 총괄로 믹싱한 엔지니어와도 작업해요. 행복합니다.
음악에 상응하는 패션 같은 하위문화도 중요하다고 말했죠. 이번에 어떤 비주얼을 보여줄 건가요?
혁 워낙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해요. 슈프림도 그냥 좋아서 입은 건데 마치 유행시키고 싶은 것처럼 됐더라고요. 사실 비주얼이라면 이번엔 뮤직비디오에 신경을 썼어요. 이전에 없는 포맷이 나올 거라 기대돼요. 현제 거의 단편영화 수준이에요.
유명해져서 좋은 점도 있지만 2년 새 급격히 달라진 상황이 심리적으로 괜찮았나요?
현제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건 없어요. 다만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 생겼죠. 다행히 잘해나가고 있어요. 부담감에 밀리면 가라앉기 마련이잖아요. 인우 저도 좋은 일만 있었어요.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혁은 아닌가 보네? 혁 저도 당연히 좋았죠. 매우 단순한 프로세스잖아요.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물리적인 게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전에는 못한 걸 할 수 있는 지금이 좋죠. 애초에 멤버들이 돈 벌려고, 연예인 되려고 시작한 게 아니잖아요. 하고 싶은 음악을 편하게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건데, 어느 정도 충족됐죠. 근데 양날의 검이에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아서 좀 힘들었어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카테고리의 분들이 음악을 소비해주시니 당연히 부담도 늘고요.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스텝인 거 같아요. 다음으로 넘어가려면 거쳐야 하는.
데뷔 때 타협하지 않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잘 지키고 있나요?
혁 제가 그런 얘기를 했나요? 만약 그랬다면 그땐 보지 못한 부분이 있었네요. 타협에는 여러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됐어요. 다만 음악은 타협 없이 더 보수적으로 하고 있어요.
음악을 지키기 위한 타협이었나요?
혁 음… 그 타협이란 게, 타협일 수도 아닐 수도 있어요. 내가 어떤 행보를 보였고, 어떤 걸 취했고, 무얼 할지 등 전체에서 보면 내 타협이 타협으로 비칠지,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여질지 달라지죠.
활동하면서 가진 바를 계속 내놓게만 되잖아요. 영감은 어디에서 채우고 있나요?
현제 각자 다른데, 저는 계속 음악에서 찾아요. 나와 다른 지점에 있는 음악, 나와 비슷한데 다른 애티튜드로 풀어내는 음악을 듣죠.
오혁이 만든 그 좋은 곡들의 아이디어나 영감은 어디에서 얻었나요?
혁 실은 저는 음악보다 비주얼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근데 요즘은 영화를 봐도 전시를 가도 그냥 그렇더라고요. 올해는 특히 비주얼보다는 어떤 상황이나 관계에서 얻었어요. 이번 노래 중 하나가 ‘포기하는 게 많아질수록 어른이 되어가는 건지’에 관한 거예요. 그전엔 악을 쓰면서 붙잡고 하나라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포기하면 내가 나태한 거라면서.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은 순간들을 봤어요. 나보다 소중한 누군가, 챙겨야 할 누군가, 나 때문에 힘들어할 누군가가 생긴다든지, 포기가 나 때문만은 아닐 수 있겠다 싶었죠. 올해는 그런 것들을 관찰하면서 보냈어요.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죠. 올해만 중국, 일본, 홍콩 페스티벌 무대에 서거나 설 예정이고요. 다른 세계의 ‘또래’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기분이 어때요?
현제 세계는 넓다! 한국에도 이렇게 젊은 사람이 많은데 나가도 많구나. 페스티벌에 오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공통분모를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어디서든 행복하고 재밌어요. ‘뻥’ 하고 우주 대스타가 돼도 좋겠지만, 한 스텝 한 스텝 풀어가는 느낌이에요.
일본의 많은 음반사 중에서 토이스 팩토리와 손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혁 저희에게 오퍼 온 회사 중에 유일하게 밴드를 케어했어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에 대한 애정도가 얼마나 있는지도 중요해요. 사실 제가 커뮤니케이션한 게 아니지만, 그런 지점이 있지 않을까요? 아, 인우가 토이스 팩토리의 미스터 칠드런을 좋아해요. 인우 그렇다고 제가 어필한 건 아니고요.(웃음)
특히 젊은 층에게 혁오 밴드가 갖는 지점이 커요. 현세대의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나요?
혁 아… 정말 그럴까요? 그렇다면 감사합니다. 현제 데뷔 초에는 몰랐는데 돌아보니 그랬던 것도 같아요.
어느 지점에서 실감했나요?
현제 혁이가 언젠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날것의 뭔가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첫 번째 EP부터 조금씩 범위가 넓어졌죠.
지금 가장 두려운 건 뭔가요?
현제 엄청 개인적인 거라… 첫 번째 말고 두 번째 두려운 걸 생각해볼게요. 음… 혁 죽음 그런 거? 너 지금 울어? 현제 2개월 전인가, 한창 녹음으로 바쁠 때였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죽을 것처럼 공허했어요. ‘무’라는 개념이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껴졌죠. 이대로 끝나면 정말 끝이구나. 갑자기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느낌…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1시간을 침대에 가만히 있었어요. 공허함이 마음에 쑥 들어왔다 나갔어요. 인우 저는 비행기요. 고소공포증도 있고 기계를 못 믿거든요. 이대로 죽으면 너무 허무하잖아요. 그것만 생각하면 손에 땀이… 현제 배 타고 먼저 가 있어.(웃음) 인우 심해공포증도 있어서 배도 무서워. 바다에 빠지면 상어가 나타날까 봐 무섭고. 현제랑 비슷하게 저도 갑자기 끝나면 어쩌지란 생각을 해요. 현제 우습게도 이런 생각이 서로에게 옮아가요. 인우가 한창 저럴 때 난 공감을 하나도 못했는데, 아까 말한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침대에서 훅 오더라고요.
오혁 씨는 두려운 게 없나요?
혁 두려움보다 불안감이 있어요. 항상 불안해요. 왜 그런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조금씩 찾아보려고요.
창작에 도움은 되겠네요.
혁 큰 도움이 되죠.(웃음)
문득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현제 밥 먹을 때요. 인우 현제는 정말 진지하게 먹어요. 먹는 게 큰 즐거움이에요. 동건 음… 저는… 글쎄요. 혁 행복한 것도, 두려운 것도 없는 돌덩이네.(웃음) 동건 그냥 뻥 뚫린 길을 시원시원하게 달릴 때 좋아요.
동건 씨는 가장 큰 감정 변화를 겪은 때가 언제예요?
동건 운전할 때? 솔직히 평소엔 딱히 그런 게 없어요.
지금 인생에서 한 가지를 바꿀 기회를 준다면 무엇을 바꿀 건가요?
혁 난 안 바꿀래요. 복합적이잖아요. 분명 나비효과가 있을 거예요. 과거의 어느 시점을 바꾸면 또 다른 고생을 해야 할걸요. 인우 저는 부모님의 건강 말고는 딱히 없어요. 예전에 바꾸려다가 큰일난 적이 있어서…
어떤 건데요?
혁 혁오를 안 하려고 잠시 떠났었죠. 다행히 하늘이 잡아줬어요. 대신하러 온 다섯 명이 다 아팠거든요. 동건 저는 노래 실력을 혁이랑 바꾸고 싶어요.
오혁 보컬의 어떤 점이 좋은데요?
일동 아, 서로 칭찬하는 시간인가요. 괴롭게 흘러가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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