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의 손길이 느껴지는 핸드 메이드 모자 숍, 꽁블
“제가 1997년에 유럽에서 돌아왔어요. 그 당시 한국에는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죠. 모자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쓰거나 개성이 강한 사람들만 쓰는 것으로 여겨졌어요.”
수줍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모자 디자이너, 최혜정은 나무 틀 위의 모직 펠트를 쉴새 없이 만지고 있었다.
홍대를 시작으로 20년이 지난 지금, 유행에 관계없이 좋은 소재와 정통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수하는 그녀는 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파리에서 모자 전문 학교인 ‘CMT(Course Modiste Toiliste)’를 졸업했다.
평소 모자를 즐겨 쓰는 내가 친구의 소개를 받고 찾아간 연희동 골목의 아늑한 숍. 파리의 어느 골목 빈티지 숍을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평상시 좋아하는 스타일 부터 기존에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디자인까지 모자를 써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울 소재의 연한 카멜색 원단을 고른 뒤, 챙이 좁고 머리 윗쪽이 각이 진 채 높게 솟은 형태의 디자인을 선택해 머리 사이즈를 쟀다.
모자 말고도 파리에서 온 빈티지 의류, 구두, 가방 등을 구경하며 어슬렁거리다 숍 안 쪽에 있는 그녀의 작업 테이블 근처에 다가가 깜짝 놀란 나. 나무를 손으로 깎아 만든 모자 원형틀들이 한 벽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파리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였다. 손 때가 그대로 묻은 나무를 깎아 만든 오브제들은 마치 그 자체가 아트인양 아름답고 숭고한 아우라를 발산한 채 높이 쌓여 있었다.
“지금도 파리에 사는 친구들이 올때마다 하나씩 공수를 해줘요. 이젠 파리에서도 찾기가 힘든 수제품들이죠!”
수 년전 이태리 치비타노바 마르께에 엔죠라는 구두 라스트 공장을 갔을 때와 느꼈던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
“모자 쓰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거나, 매치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보여요. 머리를 안 감은 날, 멋내기 귀찮은 날 퀄리티가 좋은 모자로 여유를 부려보세요. 청바지 차림이 모자 하나로 패셔너블해지기도 하고, 엉망인 헤어스타일에 힘을 주기도 하죠. 패셔니스타 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이번 겨울, 나만을 위한 모자 구입에 도전해보자. 원단 선택과 사이즈, 컬러, 디자인, 디테일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각자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위치: 서대문구 연희동 128-26, 서울 종로구 삼청로 91
- 글/사진
- 박지원(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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