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프랑카
오늘 새벽 별세한 이탈리아 <보그> 편집장 프랑카 소짜니에 대한 수지 멘키스의 추억, 그리고 작별 인사.
한 폭의 보티첼리 페인팅을 연상시키는 금발 곱슬머리와 사랑스러운 미소의 프랑카 소짜니(Franca Sozzani)는 1년간의 희귀 폐암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탈리아 <보그>에서 에디터로 28년간 활동한 그녀는 66세에 별세했다. <보그>에서 일하는 동안 프랑카는 기름때에 뒤덮인 모델, 성형수술에 중독된 여자들, 인종 차별 이슈 등 도전적이고 획기적인 주제의 패션 화보들을 선보였다. 거침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패션 업계의 단점을 콕 찝어 더 나은 패션계를 만들고자 했고, 떠오르는 신인 디자이너들과 국제 자선 단체의 발전에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공식 석상에서 만난 것은 이번 달 스와로브스키에서 주최한 2016년 런던 패션 어워즈에서 “긍정적 변화(Positive Change)” 상을 수상했을 때, 그리고 그 다음날 파리 리츠 호텔에서 열린 샤넬의 Métiers d’Arts 쇼에서였다. 샤넬 쇼에는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미국 <보그> 에디터 안나 윈투어(Anna Wintour)와 아들 프란체스코 카로지니(Francesco Carrozzini)와 함께했다. 아들 프란체스코는 어머니 프랑카와의 관계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Franca: Chaos and Creation”을 지난 베니스 영화제에서 선보인 바 있다.
프랑카, 안나와 나는 모두 1988년부터 패션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우리들의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파리에서 점심 식사를 했을 때 프랑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재치 있고 똑똑했으며 직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대단했다.
그녀는 같은 열정으로 투병생활에 임했으며, 아픈 몸 상태로 아들 프란체스코의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고, 이번 달 런던과 파리 출장을 떠났다.
모든 출장에 그녀는 산소 탱크를 마치 애완견이나 그녀가 자주 하고 다니던 후프 귀고리처럼 항상 곁에 두어야했다.
프랑카는 패션계에 입문하기 전, 북이탈리아에 위치한 도시 만투아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프란체스코의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그녀가 스무살에 겪었던 짧은 결혼 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긴 하지만, 그녀는 1976년 <보그 밤비니>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할 때부터 언니 까를라가 1990년에 컨셉 스토어 10 꼬르소 꼬모를 오픈할 때까지도 항상 패션과 결혼한 사이였다. 1988년에 이탈리아 <보그> 에디터가 됐고, 1994년에 편집장으로 임명되었다.
이탈리아, 그리고 획기적이고 새로운 패션을 향한 프랑카의 사랑은 스티븐 마이젤과의 협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유 유출 사건 당시 기름에 덮인 새들처럼 타르로 칠해진 모델을 찍은 화보는 그녀가 피터 린드버그(Peter Lindbergh), 파올로 로베르시(Paolo Roversi), 브루스 웨버(Bruce Weber)와 함께한 작업들만큼 충격적이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프랑카는 끊임없이 사회적 이슈를 패션으로 풀어내 패션 잡지에 용기를 불어넣었다. 지난 세월 어떤 패션 에디터도 시도한 적이 없는 것들을 이뤄냄으로써 패션계에 무게와 힘을 더했다.
“프랑카는 잡지를 만든 최고의 에디터 중 하나였습니다. 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 그룹에 속한 사람 중 가장 재능 있고, 영향력 있는 중요 인물 중 하나였죠.” 콘데나스트 그룹 회장 조나단 뉴하우스(Jonathan Newhouse)는 회고한다.
무엇이 프랑카를 패션 구루 그 이상으로 만들었을까? 2008년에 아프리카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기념해 만든 ‘올 블랙 모델’ 이슈를 왜 만들게 됐는지 그녀에게 집요하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었던 건데, 그걸 제가 한 것뿐이에요.” 그녀는 2011년 이탈리아 보그닷컴에서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진 여성을 위한 “보그 커비(Vogue Curvy)” 제목의 카테고리도 추가했다.
조나단 뉴하우스는 프랑카가 UN에서 패션 앰버서더로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비롯한 전세계를 다니며 일했던 당시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패션뿐만 아니라 어려운 국가를 돕기 위해 나섰고, 여러 자선 활동에도 참여했어요. 그녀의 진실된 마음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죠.”
프랑카는 “다양성, 생태, 페미니즘” 등 중요 이슈들을 다루고, “국제 자선 단체를 위한 자선 활동에 큰 기여”를 한 공로로 이번 달 스와로브스키에서 “긍정적 변화(Positive Change)” 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지아니 베르사체가 1992년에 론칭한 에이즈 보호 단체 콘비비오(Convivi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았으며 유럽 종양학 협회(European Institute of Oncology)와 일한 적도 있다. 유엔의 세계 식량 계획기구(World Food Programme)에서 글로벌 앰배서더를 맡아 여성 인권 강화와 여성 교육을 활성화에도 앞장 섰다. 어린이 재단 (Child Priority Foundation)에서는 혜택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힘썼다.
나는 아직까지도 나와 함께 로마에서 신진 디자이너 발굴 대회 “Who is On Next” 심사를 보던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일에 대한 열정도 가득했던 그녀는 나에게 한 명의 소중한 친구이자, 포르토피노 별장에 있는 그녀의 검정색 수영장부터 그녀의 마라케시 집의 커튼에서 느낄 수 있는 대단한 안목을 가진 여성으로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
- STEVEN MEISEL, INSTAGRAM @SUZYMENKESV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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