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l Deal
밀라 요보비치가 8년 만에 〈보그 코리아〉와 재회했다. 남성 중심의 할리우드에서 여전사로 독립한 배우이자, 촬영장에서 수유를 위해 핑크색 담요를 까는 어머니이며, 거품이 아닌 진짜 세상을 위하는 사회 활동가다. 그녀는 타인을 ‘Real Deal’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이 수식어의 주인은 밀라 요보비치다.
오랜 동반자인 마리오 소렌티가 사진 촬영을 했는데 어땠나요? 둘이 정말 눈빛을 많이 주고받더군요.
열여덟 살 때부터 마리오와 작업을 해왔어요. 한때 연인이었고 지난 20년 동안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관계였죠. 정확히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기에 함께 작업할 때마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요. 가끔 마리오와 밀라의 사진이 아닌 것처럼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 때가 있으면 이런저런 포즈로 바꾸다가 ‘이거다!’ 싶은 느낌을 찾아내요. 그때부터 진정한 시작인 거죠. 우리의 작업이 아름다운 이유이기도 하고요. 다들 평범한 패션 슈팅을 기대하겠지만 그는 이를 돌연 예술로 만들어버려요! 장담하는데 오늘의 작업물은 클래식으로 남고, 책으로 출판될 거예요. 이것이야말로 시적인 비주얼이거든요.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예고편을 보고 1편 때만큼이나 한결같이 아름다운 모습에 놀랐어요. 어쩜 그럴 수 있죠?
지난 5년 동안 한국 뷰티 제품을 사용했어요! 또 막내딸 덕분이기도 하죠. 딸을 출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 촬영에 들어갔는데 호르몬의 변화로 가슴이 커져 앨리스(극 중 이름)의 몸매는 글래머러스해졌어요. 모유 수유와 영화를 위한 강도 높은 다이어트도 병행했는데 몸에 좋은 음식만 먹고 설탕과 탄수화물 섭취를 절제해서인지 피부가 좋아지고 얼굴에 빛이 나더라고요.
아무리 영화지만 재난 현장에서 모유 수유라니 대단한데요.
10개월 동안 모유 수유를 했는데, 촬영 중이라고 멈출 순 없죠. 저는 엄마잖아요. 촬영 중간중간에 수유를 하려고 트레일러에 있는 아기에게 차를 보내서 영화 세트장으로 데려왔어요. 시체들이 고속도로에 널려 있고 좀비들이 득실거리는데, 핑크색 담요를 깔아놓고 얼굴에 피 분장을 한 채로 수유를 했죠.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문제는 수유를 끝낸 가슴이 작아져서 상의가 헐렁해졌다는 거죠. 다들 “우유를 또 만들어!”라고 외쳤어요.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2002년 1편에 이어 15년간 이어온 시리즈의 최종편이에요. 시원섭섭할 거 같은데 어떤가요?
매 시리즈 같은 팀과 작업했기 때문에 촬영장에서는 편하고 즐거웠어요. 그동안 시리즈마다 긴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완전히 끝난다는 실감이 나지 않아요. 만약 3년쯤 뒤에 누군가 <레지던트 이블>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면 그때쯤에야 앨리스가 그립고 슬플 거 같아요. 또 한 편 더 만들고 싶겠죠.
이번 영화에는 한국 배우 이준기가 출연했죠. 그와 촬영장에서 찍은 사진을 봤어요. 호흡은 어땠나요?
딱 한 번 중요한 신을 찍었는데, 그는 정말이지 놀라웠어요! 무술 실력도 대단해 대부분의 스턴트를 직접 소화했죠. 평소에는 다정하고 카메라가 돌아가면 기계처럼 멈추지 않고 움직였어요. 정말 재능 있는 배우예요.
당신 말대로 여성에 대한 처우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할리우드 배우와 스태프들이 남녀 불평등 문제를 거론해요. 이를 바꾸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진심으로 즐기면 많은 관객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여성 배우는 액션 영화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돈을 벌기 위해 선택하죠. 액션에 대한 열정은 커녕 그 장르를 존중하지 않는데 말이죠. 그런 자세로 영화에 임하면 의도가 금방 들통나고 자기 가치는 깎는 꼴이 되죠.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배우로서 존중받으려면 자신이 선택한 영화와 역할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 있어야 해요. 또 기회는 언젠가 예고 없이 문을 두드리니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고요. 그게 배우로서 사랑받는 비결 같아요.
배우이자 유명 인사여서 많은 일을 겪어야 했죠. 하지만 늘 행복한 에너지가 느껴져요. 물론 여전히 상처는 있겠지만, 그래도 할리우드의 험난한 일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요?
모든 사람은 특별해요. 저는 그 모든 사람 중 한 명일 뿐이고요. 어쩌면 타인과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직업 특성상 상처가 많을 수 있지만, 그것이 나 자신을 바꾸게 두지 않아요. 절대로요. 힘든 점이 있다면 내가 특별한 것 같다가도 너무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그럴 땐 음악을 듣고 미술관에 가고 즐거운 일만 하면서 내가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하죠. 그렇게 극복해왔어요.
패션 에디터가 유럽에서 당신을 우연히 만난 얘기를 들려줬어요. 당신이 즉석에서 하우스 파티에 초대했다고 말이죠. 일에 있어선 치밀하지만 사석에선 정말 친근한 사람 같아요. 사람을 대할 때 원칙은 무엇인가요?
파리에서였나요?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들어보니 제가 할 만한 행동이네요. “파티를 하니 같이 가자, 하하!” 저는 나름 좋은 커리어를 갖고 있지만 케이티 페리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슈퍼스타처럼 집 밖으로 못 나갈 정도로 파파라치와 팬이 우르르 따라다니진 않죠. 물론 한때 파파라치들이 제게 관심을 보인 적은 있지만 컨트롤 가능한 정도였어요. 가끔 길에서 몇 사람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면 거리낌 없이 받아요. 엄청나게 많이 오면 친절할 틈도 없이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지만요. 특히 여성 팬은 아무 거부감이 없어요. 남성이면 살짝 긴장하긴 해요.
얼마 전 딸 에버와 함께한 표지도 잘 봤어요. 정말 사랑스러워요. 두 딸 중 누군가 엄마처럼 모델이나 배우의 길을 걷겠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 건가요?
에버는 이미 배우이자 모델이에요. 저와 함께 연기도 했죠. 다섯 살 때부터 이미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걸요. 읽기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여섯 살 때 “엄마, 나 읽는 걸 배웠어. 오디션 보러 가도 돼?”라고 물어봐서 “그럼 연기 수업을 먼저 받아야 한단다. 네가 정말 원하는지, 집중할 수 있는지 보자꾸나”라고 답했죠. 그때부터 에버는 스스로 무척 즐기며 연기 수업을 들었죠. 일곱살 반이 됐을 때 아빠에게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는데, 연기도 꽤 해서 제가 안 된다고 말할 수 없었어요. 제가 강제로 시키거나 부추긴 적 없는데 이런 걸 보면 우리의 재능을 타고난 것 같아요. 제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지속되도록 너무 어린 나이에 모든 걸 태워버리지 말라는 거죠. 자신을 이용하는 상황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고요. 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즐기라고도 말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2000년대 초반의 당신을 좋아해요. 빔 벤더스의 <밀리언 달러 호텔>에선 정말 아름다웠죠. 그 시기에 많은 독립 영화에 출연했어요. “나는 독립 영화에 참여하길 좋아한다. 할 수만 있다면 남은 연기 인생 내내 독립 영화에만 출연하고 싶다”고 인터뷰했죠. 앞으로 독립 영화와 관련된 계획이나꿈이 있나요?
독립 영화도 앞서 말한 ‘이것 저것 테스트하는 단계’ 중 하나였어요. 새로운 걸 경험하고 싶었고 시도했죠. 출연한 어떤 독립 영화도 흥행하진 못했지만 저를 더 나은 연기자로 거듭나게 해줬어요. 어릴 때는 가능한 한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라 가족과 오래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아, 2016년엔 한 편의 독립 영화에 출연했죠. 앞으로도 심사숙고해서 신중히 출연할 생각이에요. 정말 특별하고 중요한 영화에만요. 한국 관객이 다시 찾아봤으면 하는 당신의 작품은 무엇인가요? <밀리언 달러 호텔>을 꼭 보셨으면 해요. 애드리언 브로디와 출연한 <더미(Dummy)>라는 작품도요. 내년에는 제임스 프랭코가 공동 감독을 맡은 독립 영화가 나오는데, 종말론적인 동화 얘기가 꽤 멋져서 추천하고 싶어요.
당신의 삶에서 자선 활동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해요. 에이즈 퇴치 운동, 난소암 연구 기금 조성, 환경 운동, 어린이 재단 설립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죠. 이는 확실한 사명감,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텐데요. 당신이 자선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자선 활동은 정말 중요하고 참여자도 행복해지는 일이거든요. 사람이나 동물을 도우면서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다니 감동이에요. 이 세계는 거품이에요. 특히 LA에 사는 여배우는 거품 중에 거품이에요. 거품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이 어떤지 보고,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는 노력은 정말 중요해요. 저는 작은 존재고 미미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벌써 한 해가 갔군요. 2016년 당신에게 일어난 가장 인상적인 일은 뭔가요?
많은 일이 있었지만 하나만 꼽자면 첫째 딸의 아홉 살 생일이에요. 학교 친구 열두 명을 초대해 동화를 주제로 파티를 열었는데 정말 아름다웠어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2012년에 한국을 방문했죠. 다시 방한하면 뭘 가장 해보고 싶나요?
오는 1월에 시사회를 위해 한국에 가요. 다른 건 몰라도 한국 음식을 실컷 먹을 거예요. 이준기 씨가 저를 수많은 맛집으로 안내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 에디터
- 김미진 (스타일링), 김나랑 (글)
- 포토그래퍼
- MARIO SORRENTI
- 현지 진행자
- 김성언
- 스타일리스트
- 마리 샤(Marie Chaix)
- 헤어 스타일리스트
- 아키(Akki@Art Partner)
- 메이크업 아티스트
- 야딤(Yadim@Art Partner)
- 네일 아티스트
- 허니(Honey@Exposure NY)
- 세트 스타일리스트
- 필립 해멀(Philipp Haemmerle)
- 디지털 리터처
- 조니 비카리(Johnny Vicari)
- 프로덕션
- 조엘 킴벡(Joel Kimbeck@Pertwo), 카나코 마에다(Kanako Maeda@Per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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