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의 런웨이냐고요? 디자이너 킴 존스의 2017 가을/겨울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입니다. 지난 19일 목요일, 파리에서 열린 쇼가 끝난 직후 SNS 피드는 온통 이 ‘빨간색’으로 달아올랐습니다. 파리의 럭셔리 하우스 루이비통과 뉴욕 스케이드 보드 컬쳐 씬을 대표하는 슈프림의 협업! 그야말로 세기의 협업이 공개된 것. 그나저나, 매주 슈프림의 신상이 발매되는 ‘목요일’에 쇼가 열린 것도 꽤 흥미롭군요(깨알같은 킴 존스의 세심함)!
먼저, 킴 존스(Kim Jones)의 무드 보드를 영상으로 만나 보시죠.
킴 존스는 뉴욕의 문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재조명합니다. 장 미쉘 바스키아, 키스 헤링, 앤디 워홀, 로버트 메이플소프 등 미국 문화를 주름 잡았던 작가들을 주목했죠!
오프닝 (맨 왼쪽)부터 슈프림 로고가 박힌 웨이스트 백을 멘 모델의 등장으로 쇼장은 감탄사로 가득했습니다. 이윽고 모노그램과 슈프림 로고가 뒤섞인 데님과 스카프, 크로스 카메라 백, 카드 목걸이까지 등장하며 ‘슈프림 덕후’들을 열광케 하는 아이템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협업이 아니라, 뉴욕의 현대적인 스트리트 스타일과 루이비통(파리)의 전통적인 기술력을 결합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루이비통의 전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1896년 모노그램 캔버스에 사용됐던 초콜릿 톤을 사용했고, 소가죽 위에 정교한 프린트와 자수를 새겨 넣었답니다.
루이비통 에삐 위에 새겨진 슈프림 로고는 마치 스티커를 붙인 것 같죠? 평소 매 시즌마다 벽돌, 손전등, 재떨이, 국수 그릇까지 만드는 슈프림답게, 루이비통과의 협업 액세서리도 소장 욕구를 불러 일으킵니다.
지난 봄/여름 여성복 컬렉션에서 공개됐던 쁘띠뜨 말 트렁크 폰 케이스가 슈프림 버전으로도 등장!
사진을 클릭해 세기의 협업을 전체 영상으로 감상해보시죠!
BALENCIAGA
스키 부츠를 신고선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를 감싼 백발의 노인과 회사 로고(발렌시아가가 속한 그룹) 후디를 걸친 청년, 배바지를 입고 넥타이를 맨 회사원이 한데 쏟아져 나온 발렌시아가! 베트멍의 수장, 뎀나 바잘리아의 두번째 발렌시아가 남성복 컬렉션입니다.
헌데, 쇼를 보는 도중 모델들의 손과 어깨에 몇 개씩 들린 쇼핑백에 시선이 멈추더군요.발렌시아가 매장에서 상품을 포장해주는 바로 그 종이 쇼핑백(사진에서 가운데)과 똑같습니다. 모델들이 쥐고 나온 건 종이 쇼핑백이 아닌 가죽 소재의 ‘뉴 백’이었습니다.발렌시아가 컬렉션의 단골 아이템인 ‘마켓백’의 뒤를 이을 뉴페이스!
그리고 티셔츠와 항공점퍼, 머플러를 도배한 이 파란 물결을 자세히 보세요. ‘BALENCIAGA 2017‘이라고 적힌 이 로고는? (국내엔 생소하지만)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등장했던 상원 의원 ‘버니 샌더스’의 2016년 대선 캠페인 로고를 패러디한 것!
바로 이것. 미국 내에선 트럼프와의 경쟁에서 참패한 민주당을 향해 ‘힐러리 대신 버니 샌더스를 대선 후보로 내보냈다면 이길 수 있었다’는 정치적 여론이 돌고 있습니다. 진보적 정치 성향을 지닌 버니 샌더스는 ‘승패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뎀나 바잘리아는 이 메시지를 자신의 런웨이에 담은 것.그는 미국 상원에서 유일한 사회주의자입니다. 항상 자신을 ‘민주당, 공화당도 아닌 사회주의자’라고 표명해왔지만 무소속 출마의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민주당으로 뛰어 들어 대선 경선에 뛰어든 인물이죠. 마르지엘라와 루이비통 등 걸출한 럭셔리 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돌연 그만 둔 후 자신의 브랜드 베트멍을 만들고, 다시 럭셔리 브랜드 하우스로 입성한 뎀나 바잘리아와 꽤 비슷한 행보 아닌가요?
게다가 뎀나는 남자 모델들의 (런웨이에선 잘 보이지도 않는) 손톱 위에 ‘네일 아트’까지 입혔습니다. 네일 아티스트 메이(Mei Kawajiri)와 작업한 로고 네일. SNS #네일스타그램 피드도 점령하겠죠?
베트멍, 발렌시아가 할 것 없이 브랜드의 경계를 넘나드는 뎀나 바잘리아의 DNA 중 하나. 바로 운동화입니다. 밑창이 세 겹인 ‘Triple-S’ 운동화는 오래 신은 듯 낡아 보이는 것이 매력이죠. 자신의 브랜드인 베트멍에서도 양말이나 신발 발등 위에 LEFT, RIGHT 과 같은 명칭을 새겨넣기 좋아하는 이 디자이너는 발렌시아가 운동화에 ‘신발 사이즈’를 발등에 새겨뒀네요.
아빠 옷장 속 오래된 양복을 꺼내 입은 듯 딱 벌어진 재킷, 품이 넉넉한 트렌치 코트와 배바지, 바닥을 쓸어 내리는 롱 코트까지. 그뿐인가요? 발렌시아가 쇼에서도 발견됐던 넥타이와 핀, 뱃지 좀 보세요! 디자이너는 친구와 함께 즉흥적으로 만든 8개 디자인의 티셔츠로 ‘LMNOP’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가 스트레스로 사업을 접고, 홀로 마틴 로즈를 시작했습니다. 2007년 10장의 셔츠로만 데뷔 컬렉션을 선보였고, 2012년 브리티시 패션 카운실의 뉴젠(NewGen)에 지목되며 주목을 받았죠. 데뷔 쇼만 놀라운 게 아닙니다. 2015년 봄/여름 프레젠테이션에선 단 한 착의 룩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현재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 컨설턴트도 맡고 있는 실력자!
빅뱅(Big Bang)의 태양(Taeyang)과 함께 남성복 컬렉션의 포문을 연 펜디. 알록달록한 컬러의 퍼 슬라이드, 헤어 밴드, 큼직한 문구가 새겨진 니트와 백팩, 여행 필수품인 목 베게까지 등장한 걸 보니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K-POP 스타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닐까요?
올해 아이돌 스타들의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화려한 액세서리로 가득!남성복 컬렉션이지만, 여자들의 옷장에도 당장 데려오고 싶은 아이템으로 가득하죠? 아래 백스테이지 영상 속에서 액세서리를 자세히 살펴 보고, 전체 쇼 영상도 다시 감상하세요!
JUNYA WATANABE
노스페이스와 협업한 준야 와타나베의 2017년 가을/겨울 컬렉션!럭셔리 하우스의 수장들이 앞다투어 스트리트 브랜드나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슬레져 룩과 스트리트 패션의 열풍은 물론이거니와, SNS 인기 피드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팔로워 수가 가장 높은 인기 스타들이 대부분 힙합 뮤지션과 모델들인데다 일상을 보여주는 피드는 패션 화보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각 잡힌’ 옷 대신 평소 즐겨입는 일상복이 대부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