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Max Factor

2017.01.23

Max Factor

중국 현대미술 작가 리우 웨이는 지난 1년 동안 상하이 전시 센터에 가상의 미래 도시를 세웠다. 지상의 막스마라 여인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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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Ian Griffiths)는 6년 전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서 리우 웨이(Liu Wei)의 작품을 본 적 있다. 개 비스킷으로 에펠탑 같은 주요 건축물을 재현한 작품이었고 그리피스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막스마라와 리우 웨이의 만남을 주선한 저명한 큐레이터 프란체스코 보나미(Francesco Bonami)는 그의 작품 세계와 막스마라 사이에서 ‘도시’라는 공통점에 주목했다. “웨이의 작품은 우아한 소재와 원단, 패턴이 상상 속 미래 도시로 이동하는 패션 스토리의 배경이 될 겁니다.” 그는 전도유망한 중국 작가의 협업에 대해 막스마라의 유산을 담을 거대한 그릇을 제작하는 거라고 빗대어 설명했다. “막스마라 우먼이 여행하는 여정에서 가상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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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해 12월 15일 상하이 전시 센터. 막스마라 2017 프리폴 컬렉션을 선보이는 ‘모노폴리스!’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모노폴리스는 일반적 시간 개념에서 벗어나 과거와 미래 양쪽으로 확장된, 독특한 가상 도시의 이름이다. 행사의 시작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나미가 막스마라의 커뮤니케이션 회장 조르지오 귀도티와 함께 베이징의 내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귀도티가 내 작품을 보더니 바로 마음에 들어 해서 첫 미팅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아시다시피 리우 웨이는 주목받는 중국 현대미술 작가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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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예술가가 아닌 타 분야와 협업한 건 리우 웨이도 이번이 처음이다. 웨이는 이번 행사를 위해 역사적인 상하이 전시 센터 내 패션쇼 무대 위에 미래 도시를 세웠다. 비밀에 부친 채 지난 1년간 준비한 그의 작품을 배경으로 펼쳐질 프리폴 컬렉션을 보기 위해 중국 셀러브리티와 VIP 고객, 전 세계 기자들을 포함한 1,000여 명의 손님들이 상하이 전시 센터로 모였다. 주요 게스트에는 네 명의 인플루언서도 포함됐다. 미국의 크리스티나 바잔, 러시아의 나탈리 오스만, 이탈리아의 엘레오노라 카리시와 함께 한국의 아이린이 초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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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웨이는 특정 분야에 머물기보다는 설치, 조각, 페인팅뿐 아니라 미디어 아트와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걸로 유명하다. 재료도, 표현 방식도 다르지만 그의 작품은 늘 건축물과 도시 생활이라는 공통적 주제로 수렴된다. 행사 당일 오전, 웨이는 아이린에게 주의 깊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아이린에게 이번 행사를 위한 <보그 코리아> 게스트 에디터라는 추가 역할이 주어졌고 그녀는 리우 웨이를 인터뷰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무지갯빛 단발머리는 미래 도시라는 주제와도 아주 잘 어울린다. “인간 문명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것 중 하나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엔 가능한 모든 것이 존재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의 관심을 끄는 건 건축물 자체가 아니다. “내가 도시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안에서 서로 맞물리며 살아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겁니다. 인간이 서로 소통하면서 형성해나가는 구조에 대한 거죠.”

11 Credit Courtesy of Max Mara

아이린은 웨이에게 어떤 미디엄을 가장 선호하느냐고 질문했다. “매우 중요한 질문이에요. 아직까지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미디엄을 찾지 못했거든요. 계속 찾아가는 중입니다. 작품의 형태와 제시하는 방식은 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우리가 제시한 작업 방식에만 머무른다고 할 수 없고요.” 질문이 이어졌다. “관객들이 당신의 작업물을 실시간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또 하나의 새로운 미디엄이 된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협업 자체가 하나의 미디엄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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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 시간 후, 런웨이를 가리고 있던 거대한 큐브 가림막이 서서히 올라가면서 가상의 미래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의 설치물은 원시적 형태였지만 모던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미래의 고인돌이라는 표현이 적당해 보였다. 작품과 함께 배치된 모델은 인간성이 결핍된 디스토피아에서 온 듯했다. 예술가와 패션 레이블이 만들어낸 미래의 도시 풍경은 20세기 SF 영화의 미래주의와 이어져 있었다. 혹은 우리조차 익숙해져서 지금의 현실이 과거에 상상한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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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는 또 다른 협업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바로 리우 웨이와 막스마라의 협업을 축하하기 위한 캡슐 컬렉션. 프리폴 컬렉션의 한 시리즈를 차지했다. 주요 도시의 실제 혹은 상상 속 지형학을 옷 위에 옮겼고 이안 크리피스는 지도에서 영감을 얻은 패턴을 디자인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했다. 레이저 커팅한 알파카, 울과 캐시미어 혼방 원단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짜깁기하고, 서로 다른 소재의 작은 원단 조각과 체인 스티치는 입체적인 트롱프뢰유 패턴으로 드러났다. “전부 마음에 들어서 하나를 꼽기는 어려워요. 당신이 지금 입고 있는 옷도 근사하고요.” 웨이는 도시의 길과 도로가 악어가죽 패턴처럼 표현된 아이린의 모헤어 카디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둘은 항공사진을 떠오르게 하는 무늬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유쾌하게 말했다. “모델이 촬영하기 위해 입은 건 봤지만 현실의 인물이 실제로 이 옷을 입은 걸 보는 건 처음이라 반갑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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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피스의 한정판 캡슐 컬렉션은 쇼 바로 다음 날부터 전 세계의 대표 매장과 막스마라 웹사이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피스는 “콘크리트 정글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상에 도달하고 싶은 여자들을 위해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예술적 감성과 앞선 기술, 질 좋은 소재로 완성된 옷. 도시에서 생존하는 여자들의 전투복이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JO HUN JE, COURTESY OF MAX M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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