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erial Girl
성장과 풍요, 멋쟁이 여피들의 시대, 80년대가 돌아왔다. 〈보그〉가 소환한 디스코 디바, 글램 록 아티스트 그리고 그들과 함께 타임 슬립한 ‘변화의 기운’에 대하여.
그레이스 존스의 81년 히트곡, ‘I’ve Seen That Face Before’는 이번 기사의 테마 송이다. ‘본 적이 있는 얼굴들’이 백스테이지를 가득 채운 시즌이었으니까. 니나 리치 쇼에는 86년 <라이프 매거진> 화보 속 마돈나가 등장하는가 하면, 루이 비통에는 불사조 같은 스모키를 장착한 키메라가 나타났다. 빅토리아 베컴과 베르수스 런웨이에는 보이 조지 스타일의 컬러 메이크업을 한 모델들이 줄을 잇는다. 30년 이상의 시간을 뛰어넘은 역대급 타임 슬립이 아닐 수 없다.
잠깐 옛날 얘기 좀 해볼까? 때는 1988년 11월, 안나 윈투어가 <보그> 편집장에 오르고 처음 선보이는 커버에 청바지가 등장했다. 크리스찬 라크르와의 티셔츠에 워싱된 데님을 받쳐 입고 정돈되지 않은 스프링 컬을 흩날리던 미카엘라 베르쿠. 당시 안나 윈투어는 이렇게 말했다. “변화의 바람을 감지할 수 있는 사진이다.” 전임 편집장 그레이스 미라벨 라가 선호하던 포멀한 우아함에 쉼표를 찍는 경쾌한 전환. 이후 이 커버 룩은 여러 디자이너에 의해 재해석되었고 2017년 봄, 디스퀘어드2 런웨이에 다시 등장한다. 행간을 읽었나? ‘힘’과 ‘변화’의 메시지 말이다.
RICH COLORS
80년대 스타일의 근간에는 자신감과 ‘부티’가 있다. 자유방임의 자본주의가 정점을 찍으며 여피족의 부유한 어반 라이프가 몰아치던 시절, 메이크업 역시 네이비, 퍼플, 레드 등 강렬하고 리치한 컬러가 얼굴 전면에서, 그것도 동시에 활약했다. “80년대 메이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빈틈없이 꽉 차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그걸 2017년 식으로 소화하려면 ‘비우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어 요.” <보그>와 함께 80년대 뷰티 룩을 화보로 재해석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지영의 설명이다. 눈, 뺨, 입 술 컬러 모두를 강·강·강으로 몰아치지 말고 강·약·약, 약·강·강 등으로 조절해야 동시대적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미영은 컬러를 퍼트리지 않는 것도 요령이라고 조언한다. “눈두덩은 최대한 깨끗한 스킨 톤으로 비워둔 채, 아이라인에만 튀는 색을 사용하세요. 에너지가 강한 컬러를 모던하고 현실적으로 소화하는 노하우죠.”
SPREAD YOUR WINGS
얇지만 힘 있게 쭉 뻗은 눈썹과 눈꼬리를 위로 잡아당긴 듯 하늘로 승천하는 아이 패턴은 80년대의 시그니처! 파워 재킷, 벌룬 숄더 블라우스와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이 ‘날개’ 를 연출하기 위해 진하고 강한 컬러를 남발할 필요는 전혀 없다(영감은 영감일 뿐, 루이 비통 쇼에 등장 한 얼굴로 거리를 걸을 순 없으니까). 우리가 본받을 만한 룩은 따로 있다. 스냅백을 꾸러기처럼 비스듬히 걸친 샤넬 쇼 모델의 눈과 뺨에 주목하길. 맑고 상냥한 핑크를 45도 사선으로 쭉 뻗어 올려 컨투어링까지 겸하는 영리함을 보인다. 이런 젊고 신선한 시도에 화이트 글리터 펄 1g이 가세한다면? 3년쯤 어려 보이는 건 일도 아니다.
DISCO GLITTER
전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바바라 달리는 1980년에 출판한 자신의 뷰티 북에서 글리터의 정석을 가이드하고 있다. “저녁이 되면 밝게 빛나는 아이섀도를 꺼내세요. 반짝임이 가득한 것으로요. 두 개 혹은 세 개의 컬러를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극대화될 거예요.” 하지만 2017년식 글리터 사용법은 조금 다르다. TPO 무시, 꽉 채워 바르기 금지, 컬러를 섞겠다면 텍스처가 다른 두 개를 레이어드하길 권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미영은 크리미한 질감의 그레이 혹은 브라운 아이섀도를 눈두덩 전체에 펴바르고 밝은 컬러의 글리터를 군데군데 흩뿌리듯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입술도 마찬가지예요. 립스틱과 섞어 불규칙하게 두드리세요.”
베르사체 쇼의 팻 맥그래스처럼 소량을 찔러 넣듯 사용해도 된다.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처럼 패턴을 만들려고 애쓰지 마세요. 눈 앞머리와 윗입술의 큐피드 보우에 ‘V’를 찍어주기만 하면 되는걸요.” 역시 디스코는 찌르는 맛!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것 같은 맨 얼굴에 실버 글리터를 깔끔하게 터치하는 트릭을 연마하길.
POWER HAIR
헤어 스타일리스트 김정한은 이번 <보그> 촬영장에서 “올 것이 왔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내추럴 제로, 힘이 팍 들어간 스타일의 향연이 펼쳐져야 했기 때문이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 역시 “80년대는 곧 힘”이라고 회고한다. “그땐 뷰티에도 파워가 넘쳐흘렀어요.”
실제로 머리카락을 슬릭하게 밀어붙여 연출한 매니시 스타일은 니나 리치, 알투자라, 파코 라반 등 많은 백스테이지의 히로인이었다. 발맹의 리딩 헤어 스타일리스트 샘 맥나이트의 솜씨를 좀 보라. 보이 조지를 꼭 닮은 80년대 스타일의 울트라 샤인 헤어를 그대로 소환했다. “아르간 드라이 오일과 웰라 프로페셔널의 ‘웻 퍼펙트 세팅 스프레이’를 쏟아부었죠.” 이번 시즌엔 제품을 아끼지 말아야 스타일이 산다는 걸 명심하길.
- 에디터
- 백지수
- 포토그래퍼
- AHN JOO YOUNG, GETTYIMAGES/IMAZINS
- 필름 디렉터
- FANTAZYLAB
- 모델
- 김로사, 김현진, 윤선아, 하나령
- 스타일리스트
- 김석원
- 헤어 스타일리스트
- 김정한
- 메이크업 아티스트
- 이지영
- 세트 스타일리스트
- 최서윤(Da;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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