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의 힘’을 주창하는 에르메스 홈 컬렉션
기하학적 골조의 시노그래피에서 에르메스 홈 컬렉션이 펼쳐졌다. 공간과 오브제 모두 본질의 힘을 주창한다.
아름다움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그중에도 본질을 갖출 때 우린 동화되고 다음 장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우리가 에르메스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오브제도 그러했다. 에르메스 홈 컬렉션을 지휘하는 아티스틱 디렉터 샬롯 마커스 펄맨(Charlotte Macaux Perelman)과 알렉시스 파브리(Alexis Fabry)는 이번 컬렉션을 아케이즘(Archaism), 자연의 생명력, 미니멀리즘에서 착안했다.
밀라노 라 펠로타(La Pelota)의 전시장 시노그래피부터 ‘본질’을 떠올리게 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금속 막대와 콘크리트를 격자로 엮은 거대한 골조 무대가 압도적이었다. 자잘한 장식은 없다.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방문객은 골조 사이로 오브제를 볼 때와 그 안으로 들어가 장애물 없이 직접 대할 때, 시각적 경험을 두 번 할 수 있었다. 나는 오브제를 보기 전 무대를 한 바퀴 둘러보며 왜 골조 형태를 선택했는지 생각했다.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그 존재 여부를 결정하는 건축물의 뼈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번 에르메스 홈 컬렉션이 추구하는 ‘본질의 힘’과 연결된다.
한편 이 구조에서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는 직물이 떠오르며, 건축을 수공예의 관점으로 해석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기둥에서 폭포처럼 떨어지는 러그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 코르델리-아르송(Cordélie-Arçon) 러그는 피에르 샤르팽(Pierre Charpin)이 기계체조 안마, 승마 트랙, 말 머리의 모습을 구현해 디자인했다. 면을 꼬아서 만든 가는 실을 사용하는 코르델리 기법으로 리넨에 수를 놓았다.
러그를 비롯한 이번 홈 컬렉션은 덜어냄을 통해 힘 있는 본질을 보여준다. 덴마크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즈(Cecile Manz)가 디자인한 앙셀 데르메스(Ancelle d’Hermès) 암체어는 기본 그 자체다. 통나무로 이루어진 탄탄한 프레임, 간결한 가죽 시트는 스칸디나비아 전통을 계승하며 단순하면서도 우아하다. 1930년대 에르메스가 선보인 각진 형태의 의자를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이 재해석해 선보인 콩세르바투아르(Conservatoire)도 그러하다. 다리를 더 가볍게 하고 비율을 조정해 모던함을 강조했다. 콩투르 데르메스(Contour d’Hermès) 소파 역시 시대 불변의 디자인이다. 울과 코튼 소재 바탕이면서 에르메스의 가죽 제품 헤리티지를 담았다. 등받이 쿠션에 리듬을 불어넣는 버튼과 소파의 윤곽을 강조하는 파이핑은 가죽 소재다. 소파 레그 또한 폴리싱 가죽으로 마무리했다.
개인적으로는 수플 데르메스(Souffle d’Hermès) 램프에서 오래 머물렀다. 핀란드 디자이너 하리 코스키넨(Harri Koskinen)이 디자인한 램프로 풍선처럼 불어 만드는 블론 글라스(Blown Glass) 기법으로 만든 미니멀한 형태도 귀엽지만 색이 오묘하다. 카시스(Cassis)와 푸제르(Fougère)라는 두 가지 색이 불을 꺼도 반짝이는 것 같다.
에르메스 승마의 세계는 소 에르메스(Saut Hermès) 테이블웨어에 이어진다. 프랑스 디자이너 조셴 제르너(Jochen Gerner)가 승마 대회에서 영감을 받아 펠트 펜으로 스케치한 풍경이 포슬린에 담겼다. 이들 테이블웨어가 전시장을 가득 메운 본질이란 강력한 외침 속에 경쾌한 음표를 찍는 듯했다. 에르메스 아카이브로부터 영감을 받은 색색의 캐시미어 플래드 또한 가벼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시작된 퍼포먼스. 댄서들은 이번 홈 컬렉션처럼 절제되지만 역동적인 동작으로 오브제 사이를 누볐다. 춤을 넘어 원시 의식이 떠올랐다. 에르메스는 이날 ‘본질의 힘’을 끝까지 실천했다. VL
- 포토
- Courtesy of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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