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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관한 에세이 신간 3

2025.02.26

‘관계’에 관한 에세이 신간 3

자연과 인간, 친구와 친구, 뮤지션과 시인. 다양한 관계에 산뜻한 고찰을 선사하는 신간 세 권을 소개합니다.

<나의 폴라 일지>

@keumhee_kim_hey

지난해 세 번째 장편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로 다시 한번 괄목할 만한 도약을 이룬 소설가 김금희가 남극 체류기를 담은 산문집 <나의 폴라 일지>를 펴냈습니다. 주권도 화폐도 국경도 없는 곳, 세계의 끝,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지구의 가장 먼 곳. 남극 방문은 작가가 되기 전부터 꿈꿔와 여러 경로로 시도했으나 늘 실패했고, 마침내 <한겨레>의 특별 취재기자 자격을 부여받음으로써 극적으로 가능했는데요. 이 책은 작가가 지난해 2월 비로소 남극 땅을 밟은 후 한 달 정도 남극 세종 기지에 체류하며 남극에서 서식하는 동식물, 극지에서 행하는 연구, 이를 수행하는 세계 각국 사람들을 소설가의 시선으로 꼼꼼히 취재하고 기록한 결과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유빙이 기지 해안가까지 몰려와 있었다. 하얀 포말과 함께 해안을 채우고 있는 얼음들, 앞으로 미는 파도의 힘에 엉거주춤 지상으로 잠시 올라와 앉는 덩어리들. 내 방은 유빙 무리가 잘 보이는 쪽이었고 아침마다 그 풍경을 바라보자면 나조차 투명해지는 느낌이었다. 다른 존재에 이입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능력이라면 그것이 자연을 향할 때 인간은 가장 아름다워지고 대범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_99쪽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

@j_ryujin_

<일의 기쁨과 슬픔>, <달까지 가자> 등의 작품을 통해 섬세한 현실 묘사와 캐릭터를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소설가 장류진의 첫 번째 에세이.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은 작가가 2008년 교환학생으로 떠났던 핀란드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친구 예진과 15년 만에 다시 핀란드로 떠난 리유니언 여행을 기록한 책입니다. 이 책에서 작가는 교환학생 시절을 보낸 도시 ‘쿠오피오’, 자신이 쓴 소설 <탐페레 공항>의 배경이 된 탐페레, 소설을 쓰기 위해 스스로 선물한 1년간의 휴식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기 전 방문한 ‘헬싱키’까지 핀란드의 세 도시를 여행하며 자아와 우정에 대한 질문과 답을 선명히 써 내려갑니다.

“처음 원고를 쓰기 시작할 때, 나는 이 책이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원고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무렵 문득, 이 책이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구나, 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러자 이 여행을 글로 남기고 싶었던 마음의 막연한 이유가 조금은 또렷해지는 기분이 되었다.” _본문에서

<고상하고 천박하게>

@openbooks21

두 사람이 함께 쓰는 열린책들의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 〈둘이서〉의 첫 번째 책으로, 뮤지션 김사월과 시인 이훤이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담은 책입니다. 오랜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시를 짓고 노래를 만드는 아티스트 동료로 서로 속마음을 터놓고 함께 고민하며 솔직한 감정을 나눕니다. 책 제목은 김사월의 글 중 ‘침실 책상에서는 최대한 고상한 것을, 거실 책상에서는 최대한 천박한 것을’에서 인용한 것으로, 서로 대조되는 이미지나 시선을 지닌 두 사람이 이 책 안에서 글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우러짐을 의미합니다.

“공연은 휘발되기에 정말 중요한 말을 해버리고 싶어진다. 증발할 것을 알고 진짜 마음을 말하는 기분. 남겨질 만한 순간에는 오히려 숨고 싶어지는 마음을 너는 알겠지. 네가 나를 기록해 주어서 나의 어떤 부분이 죽지 않게 된다. 글로 사람을 살린다는 게 별거일까. 남겨 주어서 고맙고 살려 줘서 고마워.” _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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